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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병원서 산소 대금 못 내…입원 어린이 60명 사망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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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북부 주립병원서 닷새 간 60여 명 사망

산소 공급 끊겨 이틀 새 30명 숨져

인도 등 전 세계 공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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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도 여성이 11일(현지시간) 병원 측의 산소 공급 차단 사태로 숨진 아이를 안고 오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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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꺼번에 30명의 어린이가 사망한 건 단순한 비극이 아니다. 이건 대량 살상이다.”

2014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인도의 아동 인권 운동가 카일라시 사티아르티가 1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인도 북부의 한 병원에서 10~11일 이틀 새 신생아 등 입원 어린이 30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후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문제의 병원은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 주 고라크푸르 지역에 있는 주립 바바 라가브 다스 대학병원이다.

이날 영국 BBC에 따르면 이틀 동안 사망한 어린이는 30명이지만, 이들을 포함해 지난 7일 이후 닷새 간 이 병원에서 목숨을 잃은 아동은 총 6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 스카이뉴스는 "신생아 34명을 비롯해 뇌염 어린이 환자 12명, 또 각기 다양한 병을 앓고 있던 나머지 10여 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사망 아동 숫자도 충격적이지만 “병원이 산소 공급 업체에 대금을 제때 못 내 병원에 산소 공급이 끊겨 아이들이 숨졌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인도 전역에 분노가 들끓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인도 내무부 대변인은 현지 언론에 “최소 21명이 병원 측의 산소 공급 문제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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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오른쪽)이 병원 측의 산소 공급 문제로 자녀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에 주저앉아 있다. 다른 친척 여성이 이 여성을 부축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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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한 아동들의 부모는 “목요일(10일) 밤 11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병원은 거의 패닉 상황이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비자이라는 이름의 남성은 “내 아들은 저녁만해도 멀쩡했다”며 “갑자기 병원이 산소가 없다며 인공호흡기를 나눠주며 아이에게 끼우라고 했다”고 울먹였다. 그는 “그때부터 주변 아이들이 산소 부족으로 고통 속에 죽는 걸 봤다”며 “아이들이 죽은 건 모두 병원 탓”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병원 측은 10~11일 산소 공급 문제로 일부 아동들이 숨진 데 대해선 시인했다. 하지만 “비상용 산소통으로 산소를 공급했다"며 "숨진 아동들은 중환자가 대부분으로 산소 부족 문제로 사망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틀 간 한꺼번에 30명이 사망한 데 대해선 우리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인도 보건부 장관은 “지난 3년 간 이 병원에서 8월 한달 간 하루 평균 사망한 아동 수는 보통 19~22명이었다”며 “8월 초부터 현재까지 사망한 60여 명이 그렇게 이례적인 숫자는 아니다”고 말했다고 BBC는 전했다. 이 지역은 인도 내에서도 가난한 지역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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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관계자가 12일(현지시간) 병원에 구비된 비상용 산소통을 살펴보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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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병원 측 해명과 보건부 장관의 발언은 인도 전역에 공분을 일으켰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병원은 민간 산소 공급 업체에 9만 달러(약 1억원)의 미납금이 있었던 것으로 자체 취재결과 확인됐다”며 “해당 업체는 병원에 계속 독촉장을 보냈으며 8월 4일부터 산소 공급을 중단할 방침을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야권에선 나렌드라 모디 총리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이 지역은 모디 총리가 이끄는 집권여당 인도국민당(BJP) 관할 지역이어서다.

제1야당 국민회의당의 라울 간디는 “인도 정부는 공공보건에 국내총생산(GDP)의 1%만 지출하고 있다”며 “이는 세계 최저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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