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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무역적자 커 한미 FTA 개정”…제대로 계산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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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미, 미-중, 한-베 ‘무역적자’ 분쟁

삼성, 베트남공장에 부품 6조 수출

베트남 공장서는 완제품 20조 판매

6조 수입만 본 베트남, 한국에 항의

‘통관기준 적자’ 발끈 트럼프도 비슷

가공·중계무역 반영한 새 표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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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_장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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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 베트남은 지난해 우리나라의 수출과 무역흑자 1~3위 나라다. 그런데 요즘 미국과 베트남이 우리나라를 상대로 무역적자를 내세우며 압박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2015년 우리와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베트남도 무역적자를 통상 이슈로 끊임없이 제기한다. 게다가 미국이 ‘슈퍼 301조 발동’을 위협하며 중국과도 무역 갈등을 벌여 우리에게 불똥이 튀고 있다. 그러나 세계 경제가 상품생산에서 더욱 긴밀하게 통합되고 국제 가치사슬 분업체제가 강화되는 시대에 ‘국경’을 기준으로 한 전통적 수출입통계와 이에 따른 무역수지를 내세운 통상전쟁은 착각과 오류가 뒤엉킨 ‘돈키호테식 전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무역수지 전쟁 발발의 이면과 허상을 삼성전자 베트남 현지법인의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 사라진 삼성전자 베트남법인 ‘20조원’ 삼성전자 사업보고서(2016)를 보면 삼성전자 베트남 현지 생산법인(4곳)과 본사와의 거래내역이 일목요연하게 나온다. 삼성전자 박닌공장(SEV·가전 및 휴대폰)의 경우 한국 본사가 이 법인에 판매한 ‘매출’은 2조8천억원인데 본사가 이 법인으로부터 사들인 ‘매입’은 무려 10조2천억원에 이른다. 삼성전자 타이응우옌공장(SEVT·휴대폰) 역시 본사 매출액은 3조5천억원인데 매입액은 11조4천억원에 이른다. 국내 구미공장 등에서 만든 티브이·휴대폰 부품을 현지에 수출한 것보다 현지에서 생산한 최종제품을 되사들이는 금액이 훨씬 많다.

삼성전자 쪽은 “매출은 주로 원재료이고, 매입은 완제품”이라며 “매입의 경우 국내로 실제로 들여오기보다 대부분 현지에서 곧바로 미국·유럽 등지로 수출된다. 제3국 바이어들이 삼성전자 자체 브랜드를 붙여 판매하고 싶어해서 일단 본사 매입으로 잡힌 것일뿐”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공장 두곳만해도 현지법인을 통한 ‘가공무역 수출액’이 20조원(약 176억달러)가량에 이르는 셈이다. 베트남으로선 한국으로부터 부품 ‘수입’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완제품 ‘수출’은 한국이 아닌 제3국으로 향하고 있어 국경 통관을 기준으로 한 수출입에서 한국에 대한 ‘무역 적자’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트럼프뿐 아니라 베트남도 무역적자를 통상 쟁점화하고 있다. 올 상반기 우리나라의 대베트남 수출증가율은 전년동기 대비 53%(수출액 233억달러)에 이른다. 삼성전자와 엘지(LG)전자 등 국내기업들이 베트남에 투자한 현지법인(4540개)에 부품·중간재를 대거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명수 산업통상자원부 통상협력국장은 “베트남은 올해 대한국 무역적자가 250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항의하면서 농산물시장을 개방하라고 요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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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공·중계무역 빠진 무역수지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베트남이 항의하는 무역수지에는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처럼 가공·중계무역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애플의 아이폰이 중국의 폭스콘에서 생산돼 한국에 수입될 경우 미국의 국내 수출이 아닌 중국의 수출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현재 미국(상무부)·한국(관세청)·중국·베트남의 세관당국이 집계·발표하는 수출입과 무역수지는 통관기준, 즉 국경을 통과했는지만을 따진다. 해외 현지법인이 본국에서 부품·원재료를 수입해 최종재를 생산한 뒤 현지 및 제3국으로 곧바로 파는 상품(가공무역)은 본국의 수출로 잡히지 않는다. 한국산 완제품이 홍콩을 거쳐 중국으로 재수출되는 중계무역 역시 중국 수출(무역수지)에 포함되지 않는다. 요컨대 무역수지 적자·흑자라는 숫자 자체가 경제적 실질을 온전히 반영하고 있지 못한 셈이다.

그러면 삼성전자 베트남법인 2곳이 생산한 176억달러는 과연 어디에서 포착될까?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국제수지는 국경이 아닌 상품의 ‘경제적 소유권 이전’을 중심으로 계산하는 국제통화기금(IMF) 기준에 따른다. 즉 가공무역이나 중계무역은 한은 국제수지의 무역수지상 ‘수출’(가공무역), ‘중계무역순수출’(중계무역)으로 잡힌다. 한은 무역수지에 삼성전자 베트남법인의 수출액(176억달러)가 포함되는 셈이다. 이때문에 한은 지표와 관세청 지표에는 큰 차이가 있다. 한은은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입을 각각 5117억달러, 3913억달러로 발표했지만, 관세청은 4954억달러, 4061억달러라고 밝혔다. 상품수지 흑자 역시 한은은 1204억달러인 반면 관세청은 892억달러였다. 이 격차를 낳는 요인은 삼성전자 베트남법인 같은 가공무역 수출액이나 중계무역순수출(94억달러·2016년) 등이다. 문병기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국제무역연구원)은 “베트남과 중국 등지로 가공무역이 확산되면서 2012년부터 관세청과 한은의 무역지표가 큰 격차를 내며 벌어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때문에 한은(국제수지)과 관세청이 파악하는 대미 상품수지 흑자는 지난해 434억달러와 232억달러로 202억달러나 차이가 있다. 이정용 한은 과장(국제수지팀)은 “기업의 해외공장 진출이 가속화하는 통합 글로벌경제에서 가공·중계무역을 반영하지 못하는, (트럼프가 주장하는)기존 통관기준 무역수지는 한 나라 경제의 총체적인 부가가치 창출과 소득변화 양상이라는 경제적 실질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고, 실제 현실과는 다른 그릇된 인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미국서도 불거진 ‘트럼프 비판’ 지난달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개정 요구와 관련해 “트럼프와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무역수지에 대해 뭔가 잘못 알고 있다”며 “교역 양국간의 무역수지 불균형 그 자체는 중요한 숫자가 아니다”고 일갈하는 기사를 실었다. 무역수지는 흑자와 적자 그 자체로 좋거나 나쁜 건 아니다. 무역흑자로 외환보유고를 유지할 필요성은 있지만, 수입이 늘어 적자를 내더라도 그 수입품이 국내 산업생산활동에 쓰이거나 소비자후생 증가를 가져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 한국의 경상계정(무역수지) 흑자는 양국의 외환가치 변동(원화가치 절상)을 일으켜 결국 미국의 자본계정(자본수지) 흑자로 되돌아오며 상쇄되기도 한다.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두 배로 늘어난 2011년과 2016년 사이에 한국의 대미 자본투자(직접투자 및 주식·채권 등 증권투자)는 48억달러에서 129억달러로 대폭 증가했다.

파스칼 라미 전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도 이미 “글로벌 생산시대인 지금 현행 국제무역 통계방법은 시대에 뒤쳐지고 오류와 허점도 많다”고 지적한 바 있다. 중국 <인민일보 해외판>에 따르면, 라미 전 총장은 2012년에 “미-중 무역흑자 등 세계의 양국간 무역수지는 과대평가되면서 실제 무역상황을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며, 단순한 국경통과 기준이 아니라 품목별로 여러 나라의 협업과 산업연관에 의한 글로벌 생산, 즉 국제 가치사슬 분업을 반영한 ‘부가가치 계산법’ 무역통계를 새 국제표준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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