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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美 백인 우월주의자의 습격, 승용차 돌진 여성 사망…3명 숨지고 35명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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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 남성, 반인종 시위대에 돌진…32세 여성 숨져

버지니아 주지사 "비상사태…무장 방위군 배치"

트럼프 "슬픈 날, 증오·편견·폭력은 발붙일 곳 없어"

12일(현지시각)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백인 우월주의자와 반인종주의 시위대 사이에 유혈 충돌이 벌어졌다. 오하이오주에서 온 20세 백인 남성이 승용차를 돌진해 반인종주의 시위대 수십 명을 덮쳐 30대 여성 한 명이 숨지는 등 유혈 사태로 모두 3명이 숨지고 최소 35명이 다쳤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선제타격 등 말폭탄을 쏟아내며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국내 소요가 벌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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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 백인 남성 제임스 필즈가 운전한 닷지 챌린저 승용차가 12일(현지시각)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백인우월주의에 반대하는 반인종주의 시위대를 돌진하자 사람들이 황급히 피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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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반인종주의 시위대를 향해 돌진한 승용차에 치여 1명이 숨지고 19명이 다쳤다고 CNN방송이 전했다. 이날 극우 백인우월주의 단체 회원들이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 사령관인 로버트 리 장군 동상 철거에 항의해 전국에서 몰려들면서 현지 반인종주의 시민과 충돌했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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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극우 백인우월주의 단체와 반인종주의 시위대가 충돌하던 도중 승용차 1대가 반인종주의 시위대를 향해 돌진해1 명이 숨지고 19명이 다쳤다고 CNN방송이 전했다. 현장에서 부상자를 후송하는 모습.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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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는 백인 우월주의단체들이 주말인 12일 이곳에서 “우파여 단합하라(Unite the Right)”는 시위를 계획하고 전날 밤부터 버지니아 주립대 캠퍼스에서 횃불 행진을 벌이면서 시작됐다. 샬러츠빌은 남북전쟁 당시 남부 연합군 주요 도시로 최근 민주당 시의회가 남부연합 사령관 로버트 리 장군 동상 철거를 결정하자 이에 반대하는 극우 단체인 큐 클럭스 클랜(KKK) 단 등 백인 우월주의 단체들의 표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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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극우 백인우월주의 단체 시위대(오른쪽)가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 도심 곳곳에서 반인종주의 시위대와 유혈충돌을 벌였다. 큐 클럭스 클랜(KKK) 등 인종주의 단체들은 샬러츠빌 시의회가 과거 남북전쟁 당시 리 장군 동상 등 남부연합 기념물의 철거를 시도하자 "우파여 단결하라"라는 행진 시위를 벌였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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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전국에서 샬러츠빌로 몰려든 6000여 명의 극우파 시위대가 검은 헬멧을 쓰고 검은 깃발을 들고 “피와 영토(Blood and soil)” 구호를 외치며 도심 행진을 벌였다. 그러자 현지 시민·학생들로 반인종주의 시위대가 “나치 쓰레기들은 우리 거리를 떠나라”고 막아서면서 거리 곳곳에서 충돌이 벌어졌다. 그러던 중 반대 시위대를 향해 닷지 챌린저 승용차 한 대가 골목길에서 돌진해 무차별적으로 들이받은 뒤 급후진해 달아나면서 최소한 한 명이 숨지고 19명이 다쳤다고 CNN은 전했다. 사망자는 현장에 있던 32세 여성으로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후 경찰 추격에 의해 체포된 차량 운전자는 오하이오주에 거주하는 20살 남성 제임스 알렉스 필즈로 신원이 확인했다. 경찰은 2급 살인과 뺑소니 도주차량죄를 적용해 필즈를 보석없이 구금했다. 이날 별도로 샬러츠빌 인근에선 버지니아주 경찰 헬기 1대가 추락해 조종사 1명과 주경찰관 1명이 사망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사고 헬기는 시위 안전을 지원하기 위해 출동했다가 샬러츠빌 외곽 삼림지대에 추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밖의 시위대 간 물리적 충돌로 최소 15명이 더 부상당했다.

테리 맥컬리프 버지니아 주지사는 이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 경찰 및 주 방위군 무장 병력을 도시 전역에 배치하고 백인 우월주의 단체 시위대에 귀가명령을 내렸다. 맥컬리프 주지사는 긴급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이민자들의 나라며 우리는 당신들보다 훨씬 강하다”며 “모든 증오ㆍ편견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는 터무니없는 증오와 편견, 폭력에 대해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중요한 일은 신속히 법질서를 회복하고 선량한 시민들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런 증오와 폭력은 트럼프 정부, 오바마 정부가 아니라 오랫동안 진행돼온 일로 이제 미국에 발붙일 곳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맬라니아 트럼프 여사도 트위터에 "우니 나라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우리 마음에서 증오를 버리고 소통해야 한다"며 "폭력으로부터 어떤 선도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이번 사태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오바마는 유혈 사태 이튿날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태어날 때부터 피부색이나 출신, 종교를 이유로 다른 사람을 증오하는 사람은 없다"고 썼다.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1994년 취임 연설에서 인종 간 단합을 강조하며 사용한 말을 인용한 것이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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