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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IS 풍선 효과… 중동서 밀어내니 아시아서 불쑥불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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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보다 입국 쉽고 무슬림 많은 아프간·우즈베크 등서 勢 불려]

우즈베크, 인구 80%가 무슬림… IS의 아시아 병참기지 역할

필리핀의 IS 연계 무장세력, 정부군과 석 달째 교전 중

조선일보

IS 입대한 우즈베키스탄 소년들 - 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 출신 소년들이 우즈베키스탄 동부 페르가나에 있는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캠프에서 훈련받고 있다. /후리예트


지난달 초 소셜미디어(SNS) 페이스북의 한 비공개 페이지에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 외곽 주유소에서 살라(이슬람의 기도 예배) 합니다"라는 글이 떴다가 10여 분 만에 사라졌다. 미국 정보분석업체 '스트랫포' 등에 따르면, 이 글은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흩어진 대원들을 모을 때 쓰는 '팝업(pop-up·잠시 뜨는) 메시지'였다. 실제 모인 사람들도 시리아·이라크에서 도망친 IS 대원들이었다.

이라크·시리아 등에서 창궐하던 IS 대원들이 최근 아시아로 몰려들고 있다. 중동에서 국제연합군에 패배한 IS 대원들이 유럽보다 입국이 쉬운 아시아 지역으로 밀려오는 '풍선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IS는 지난달 최대 거점도시인 이라크 모술을 잃은 데 이어, 정치 수도인 시리아 락까도 절반 이상 함락됐다. 2만명에 달하던 락까 내 IS 병력은 현재 1000여 명으로 줄었다고 한다. IS는 2014년 모술에서 독립을 선언하고 한때 10만4000㎢ 땅을 확보했으나, 지금은 아시아 등으로 탈출해 재기를 노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관측이다.

스트랫포에 따르면, 우즈베키스탄 동부 페르가나는 최근 IS의 아시아 거점으로 변하고 있다. IS 대원과 추종 세력 6000여 명이 이 지역에 은신하고 있다. 페르가나가 IS의 '피난처'가 된 것은 계곡 지대라 공권력이 닿지 않고, 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과 맞닿아 있어 다른 지역 이동이 쉽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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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은 또 인구(3300만명)의 80%가 무슬림이다. 인종과 언어도 다양해 외부인인 IS 대원들이 돌아다녀도 의심을 덜 받는다.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중앙아시아 국가의 정보 관계자들을 인용해 "IS는 우즈베키스탄을 테러 목표가 아니라 병참기지로 삼아 전열을 가다듬으려는 것"이라며 "우즈베크에 있는 대원들을 테러 목표지로 파견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싱가포르는 IS의 새로운 테러 공격 목표지로 지목돼 비상이 걸렸다. IS는 지난 3년간 베를린·파리 등 유럽 주요 도시들을 테러 목표로 노렸다. 그러나 유럽 국가들이 대테러 작전을 펼치고, 입국 심사를 대폭 강화하면서 테러 시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싱가포르의 더스트레이츠타임스는 "IS가 최근 싱가포르를 '동남아시아의 윌라야(이슬람 제국 속국)'로 만들겠다는 메시지를 밝혔다"면서 "싱가포르에서 IS 테러 공격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싱가포르 내무부는 지난 6월 말 테러 경보 단계를 5단계 중 최고인 '임박(critical)' 단계까지 끌어올리는 이례적 조치를 취했다. 임박 단계는 당장에라도 테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동남아 지역 안보 전문가인 로한 구나라트나 박사는 "싱가포르는 말레시이아·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무슬림 국가에 둘러싸여 있지만, 종교는 기독교와 불교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IS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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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산 속에 숨어 훈련 - 중동 근거지를 계속 잃고 있는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최근 부대원들을 아시아로 이동시키고 있다. IS 대원들이 몰리는 우즈베키스탄과 필리핀 남부 등에서 ‘IS 풍선 효과’가 우려되고 있다. 사진은 IS 대원들이 아프가니스탄 산속에서 두건과 복면을 착용하고 무술 훈련을 하는 장면이다. /윌라야트 쿠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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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선 남부 민다나오 섬의 도시 마라위 기반 무슬림 반(反)정부 무장단체가 IS에 충성 맹세를 하고 세력을 키우고 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IS 침투'에 맞서기 위해 지난 5월 민다나오 지역에 선포한 계엄령을 연장한 데 이어, 지난 3일에는 군인 2만명과 경찰 1만명 증원을 위한 예산 지원을 의회에 요청했다고 마닐라 타임스가 보도했다. 미국도 필리핀 내 IS의 세력 확대가 심각하다고 보고 최근 로켓탄 1000발과 무인 정찰기 2대 등 군사장비를 지원했다. IS는 또 호주인 대원을 선전 동영상에 등장시켜 호주 내 추종자들에게 "필리핀으로 몰려가 지하드(성전·聖戰)를 수행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호주국립대 그레그 필리 교수는 시드니모닝헤럴드 인터뷰에서 "마라위가 동남아의 모술(IS 기존 근거지)이 됐다"고 했다.

[노석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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