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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앵커브리핑] '그들은…그들의 존재를 뛰어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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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영화 < 택시 운전사 >

늘 그렇듯. 영화든 무엇이든 각자의 입장에서 보게 됩니다. 가해자와 피해자, 용감하게 맞섰던 사람과 피했던 사람. 참여자와 관찰자. 이렇게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지요.

방송인의 입장에서는? 그렇습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언론의 얘기를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 않아도 될 정도로 영화 속 언론의 모습은 곳곳에서 참담합니다.

적어도 저희들이 보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이 영화가 붙들고 있는 것은 언론에 대한 문제 제기였습니다.

치열했던 광주와 도무지 어울리지 않았던 광주이외 지역의 평온함은 군부와 언론이 만들어낸 생경했던 풍경이었습니다.

이런 모순은 결국 광주에 있던 한 방송사가 불에 타는 것으로 정점을 이루지요.

"떳떳하지 않고 부끄럽다" 80년대 기자로 활동했던 총리는 이른바 젊은 영도자를 찬양해야 살아남을 수 있었던 폭압의 시절. 권력자를 긍정적으로 표현했던 기사를 되돌리면서 부끄러움을 말했습니다.

당시의 또 다른 언론인은 이미 오래전…

"내가 이 걸 쓸 테니 끌려간 내 동료만 때리지 말아 달라…내가 죄가 많다"

이렇게 당시의 상처를 뒤늦게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만약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간다면. 그들의 선택은 달랐을까. 우리는 그것을 함부로 재단할 수 있을 것인가…

어두웠던 시절. 이 땅에서 빚어졌던 그 모든 비극의 시간.

그러나 당시를 겪어야 했던 그들도 또한 그로부터 그리 오래지 않아 방송을 시작했던 저나 저의 동료들도 그 비극의 시간 속에 방송인으로서 존재했었다는 사실을 뛰어넘을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긴 세월을 돌아 지금은 모두가 부끄러움을 이야기 하는 시간…

그 모든 참극을 가져온 당시의 젊은 권력자에게서는 가해자의 변명이 쏟아져 나오고, 영화를 상대로 한 법적 대응까지 주장하지만…

그와 그의 동료들 역시 그 비극의 시간을 붉게 물들였던 가해자로서의 존재를 뛰어넘을 수는 없습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손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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