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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0 (목)

금리인상 8월 가계부채대책, 24조 카드론發 스몰 카드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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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사

시계를 2003년으로 돌려보자. 상상만 해도 끔찍한 신용카드 대란이 터졌던 시기다. 악몽이 재연될까. 연체율, 다중체무자, 자기자본비율 등 지표로 봤을 때 괜한 걱정이다. 하지만 최근 급증한 저신용·저소득 계층이 받은 현금 서비스(2013년 말 11.4%→16.9%)와 카드론(10.8%→12.1%)의 비중이 급증하면서 걱정을 키운다. 한국은행은 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 하고 있다.

미국이 추가로 금리를 올리고, 8월 말 가계부채 대책이 나오면 신용이 낮은 고객들이 카드론 시장으로 몰려 '스몰 카드대란'의 가능성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금융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카드사론 대출 비중 80.3%

수치상 카드 대란은 지나친 걱정일 뿐이다. 2003년 말과 지난해 말을 비교하면 카드 자산은 77조3000억원에서 100조8530억원으로 불었다.

연체율 역시 2003년 28.3%까지 치솟았지만 지난해 1.16%에 불과한 데다 카드사들의 당기순이익 역시 7조7000억원 순손실에서 1조8000억원 순이익으로 전환됐다. 조정자기자본비율 25.5%와 레버리지비율 4.3배를 감안할 경우 자본적정성도 양호하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카드론이다. 카드대란의 촉매는 현금서비스에 있었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말 현재 현금서비스는 당시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이지만, 비슷한 성격의 카드론은 지난해 말 23조7000억원에 달했다. 전체 카드 대출중 카드론 비중은 80.3%나 된다. 2013년 말 16조4000억원 대비 6.6%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카드론 중심의 카드대출이 늘면서 저신용·저소득 취약차주의 비중이 늘어났다. 신용카드회사의 저소득·저신용 차주 대출 비중은 2013년말 9.9%에서 2017년 3월말 11.4%로 상승했다. 전체 연체금액에서 소득이 감소할 가능성이 큰 60대 이상 고령층 차주의 연체금액 비중도 같은 기간 10.8%에서 13.1%로 2.3%포인트 상승했다.

한국은행은 "다른 업권에 비해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카드론 연체율(경기에 3개월 선행)이 최근 상승하고 연체의 지속성을 나타내는 연체전이율도 2016년 하반기 이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3월말 현재 카드론 연체율은 2.2%로 현금서비스(2.7%)보다는 낮지만, 판매신용의 할부(0.5%)·일시불(0.8%) 연체율보다 3~4배 높다.

카드론 대비 자기자본의 비율(2013년 말 4.1%→2016년 말 3.7%)도 일부 신용카드회사를 중심으로 하락했다. 이는 금리상승으로 연체율 오를 때 신용카드회사의 손실흡수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앞으로가 문제다. 한은이 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하고 있어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4일 경제전문가들을 한은으로 초청해 가진 경제동향간담회에서, "금융위기 이후 약 10년간 초(超)저금리와 대규모 양적 완화로 이어진 선진국 통화정책 기조가 변화를 맞이할 것"이라면서 "한은도 주요국 통화정책 추이, 글로벌 자금 이동 동향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적절히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리가 오르면 늘어나는 상환 부담을 저신용자들이 흡수할 여력이 있을까.

한국기업평가 윤민수 책임연구원은 "올해 금리가 오르고 유동성 공급이 위축될 수 있다. 취약차주 부실화로 건전성 저하 및 대손비용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면서 "장기 카드론 성격상 유사시 회수 등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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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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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카드대란과는 다르다?

하지만 2003년 카드 대란과 현재 상황은 다르다. 2003년 카드 대란으로 금융시장이 혼란을 겪은 후 카드론 비율 규제, 모집인 등록제도 등 '안전장치'를 마련한 때문이다. 신용카드회사 전체의 레버리지배수도 2016년말 평균 4.2배로 감독기준(6배)을 하회하고, 감독당국도 카드론에 대한 실태조사 등 선제적 위험 관리를 하고 있다.

실제로 당시 카드대란의 주범이었던 카드론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28%, 올해 3월 말 28.8% 수준이다. 2003년 말 카드론 규모가 49조6000억 원으로 총 카드자산(78조9000억 원)의 60%를 넘었던 때와는 사정이 다른 것.

또 카드사 부실 정도를 보여주는 연체율은 2003년 말 28%에서 3월 말 현재 1.47%로 크게 낮아졌다.

하지만 실업률이 늘고,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금리 상승으로 상환 부담이 커지면 연체율이 상승할 개연성은 얼마든지 있다. 연령별로 보면 소득이 감소할 가능성이 큰 60대 이상 고령층 차주의 연체금액 비중이 2013년 10.8%에서 지난 1분기 13.1%로 2.3%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20대 연체율도 1.5%에서 2.0%로 증가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월 말 여신금융협회장 및 삼성, 현대 등 8개 카드사 대표들과 가진 오찬 감담회에서 "올 해 내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등에 따라 국내 시장금리 상승이 가시화 될 것으로 보이고 앞으로 수익성 둔화 등 카드업계의 경영 환경과 전망이 밝지 않을 것"이라면서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 관리를 보다 강화하는 한편, 카드업계의 고비용 구조 개선과 수익원 다변화를 위해 역량을 집중해 달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 임정민 연구원은 " 카드사의 경우 카드론 자산 중 다중채무자 비중은 카드사별로 30~50%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전체 8개사의 현금서비스를 포함하는 카드 대출 자산은 3월말 기준으로 약 87조원이며 카드사들의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다중채무자의 카드대출 충당금 적립 부담과 자산분류기준 강화의 영향은 제한적이다"고 말했다.

김문호 기자 kmh@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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