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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생중계되는 ‘세기의 재판’…캐비닛 문건 ‘스모킹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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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재판’ 범죄 혐의 입증 주목 / 4월부터 매주 3회 이상 ‘강행군’/자정 넘길 정도로 치열한 공방/李, 매번 공손한 태도 강한 인상 / 朴 前 대통령과 법정대면 불발/예상 밖 출석 정유라 ‘폭탄발언’/7일 특검 구형·李측 최후진술

세계일보

박영수 특별검사가 ‘세기의 재판’이 될 것이라고 장담한 이재용(49·구속기소)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이 이제 결심과 선고만 남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지난 2월28일 기소 후 160일 만인 7일 결심공판을 열어 30분씩 예정된 특검 구형과 이 부회장 측 최후진술을 듣는다. 이 부회장 구속기간(6개월) 만기일이 오는 27일인 점을 감안하면 1심 선고는 그 전에 이뤄진다. 최근 대법원이 중요 사건 1·2심 선고의 TV 생중계를 허용한 만큼 이 부회장 선고 장면은 온 국민이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을 전망이다.

이 부회장, 삼성 미래전략실 최지성 전 부회장과 장충기 전 사장, 삼성전자 박상진 전 사장과 황성수 전 전무 5명의 피고인이 받고 있는 핵심 혐의는 삼성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받는 대가로 박근혜(65·〃) 전 대통령 측에 430억여원을 건넸다는 뇌물공여 혐의다. 삼성 측은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한 적도, 뇌물을 건넨 적도 없다”며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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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전직 임원들이 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용 부회장,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박상진 전 사장, 황성수 전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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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에서 갈라선 최순실·정유라 모녀

이 부회장 재판은 지난 4월7일 시작해 매주 3회 이상 여는 강행군 끝에 50회를 훌쩍 넘겼다. 증인이 출석이나 증언을 거부하는 등 돌발상황이 없는 한 거의 모든 공판이 밤늦게, 심지어 자정을 넘겨 다음날 새벽에야 끝날 정도로 특검팀과 변호인 간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이 부회장은 매번 재판에 성실하고 공손하게 임하는 태도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숱한 증인이 법정을 거쳐간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증인은 지난달 12일 출석한 비선실세 최순실(61·〃)씨 딸 정유라(21)씨였다. 출석하지 않을 것이란 안팎의 예상을 깨고 변호인도 모르게 법정에 나온 정씨는 “엄마(최씨)가 삼성이 구입한 말을 가리키며 ‘네 것처럼 타라’고 말했다”는 폭탄발언으로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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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정씨의 승마 훈련비를 지원하는 과정에 삼성 수뇌부와 최씨의 깊숙한 개입이 있었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최씨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특검팀이 정씨를 회유하고 압박한 결과”라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딸에 이어 최씨도 지난달 26일 이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정작 증언은 거부했다. “그럴 거면 왜 나왔느냐”는 재판부의 힐난에 최씨는 “나오라고 하니 나왔다”고 답해 빈축을 샀다. 그는 딸의 증언에 대한 항의 입장을 밝히려다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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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와 함께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도 핵심 증인으로 3차례 법정 출석을 요구받았으나 모두 불출석했다. 특검팀은 2차례 구인장을 발부받아 강제구인을 시도했지만 구치소에 있는 박 전 대통령은 건강을 이유로 증언을 거부해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법정대면은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 이 부회장 변호인은 최태원 SK 회장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증인 채택을 시도했으나 소환장이 제대로 송달되지 않아 불발에 그쳤다.

◆캐비닛 문건이 ‘스모킹건’ 역할 할까?

박근혜정부가 삼성을 위해 유리한 정책을 폈는지가 재판의 핵심 쟁점인 만큼 전직 경제관료들의 법정 출석이 줄을 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 정재찬 전 위원장과 김학현 전 부위원장,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1차관 등이 증인으로 나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정당성부터 삼성 순환출자 해소를 위한 지분 매각 규모의 적절성까지 다양한 주제를 놓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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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들어 개혁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김상조 현 공정위원장도 증인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특검팀 수사 때부터 자문 역할을 맡아 이 부회장 구속에 기여한 김 위원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삼성 경영권 승계와 어떤 관계인지, 삼성 순환출자 해소 과정의 문제가 무엇인지 등을 학자의 시각에서 상세히 설명했다.

다만 삼성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 전 대통령에게 청탁을 했다는 명확한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뇌물죄가 성립하려면 꼭 필요한 ‘부정한 청탁’의 존재가 뚜렷하게 입증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 등 삼성 측 피고인들은 재판 내내 “박 전 대통령의 압박에 부담을 느꼈다”며 오히려 삼성이 피해자임을 부각시켰다. 이 부회장은 피고인 신문에서 “박 전 대통령과 독대했을 때 삼성 현안에 관해 부탁을 한 적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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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팀은 이른바 ‘캐비닛 문건’에 기대를 걸고 있다. 청와대 비서실 캐비닛에서 발견된 문건은 박근혜정부가 2014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투병 직후부터 삼성 경영권 승계 문제에 비상한 관심을 갖고 이 부회장 측을 지원하려 한 내용이 담겨 있다. 재판부가 막판에 증거로 채택한 이 문건이 ‘박 전 대통령의 승마 지원 압박’과 ‘삼성의 정씨 훈련비 지원’ 간의 다소 헐렁한 연결고리를 단단히 조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태훈·김건호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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