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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베네수엘라 '경제붕괴' 위기 속 선거 강행…美, 칼 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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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반대 여론 속 제헌의회 선거…마두로 "새로운 전투 시작"
혼란 최고조 치달아…선거 후보자·시위대 등 최소 13명 사망
헤일리 "마두로의 가짜 선거" 비판, 美정부 석유제재 검토

아시아경제

30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사제폭탄이 폭발해 시위 진압을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 중인 기동경찰대를 덮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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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경제 붕괴 위기에 직면한 베네수엘라에서 30일(현지시간) 야권과 여론의 극심한 반대 속에 제헌의회 선거가 실시됐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가 총격을 받고 사망하는 등 곳곳에서 발생한 충돌로 수백여명의 사상자가 나오면서 혼란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베네수엘라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부터 제헌의원 545명을 선출하기 위한 선거가 전국 1만4500개 투표소에서 실시됐다.

베네수엘라 당국은 투표소 주변으로 시위대들이 몰려 들고 거리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리면서 유권자들이 제대로 투표에 참여하지 못했다며 종료 시간을 당초 오후 6시에서 7시로 1시간 연장했다. 개표 작업도 지연돼 결과가 나오기까지 예상보다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는 투표 시작과 동시에 수도 카라카스 서부에 있는 투표소를 찾아 가장 먼저 표를 행사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투표 후 "국민이 투표라는 민주적인 권리를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새로운 전투의 시대가 시작됐다. 우리는 제헌의회와 함께 헤쳐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제헌의회 선거에는 총 6120명이 출마했으며 이 중에는 마두로 대통령의 아들과 부인도 포함됐다.

야권은 제헌의회가 마두로 정권의 독재를 강화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며 투표 참여를 거부했다. 제헌의회가 구성되면 1999년 제정된 헌법을 개정하고 국가기관을 해산할 수 있는 등 다른 헌법기관보다 훨씬 강력한 권한을 갖게 된다.

4개월째 이어진 반(反)정부 시위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한층 더 거세졌다. 현지 언론 엘 나시오날에 따르면 선거를 앞둔 주말 동안 반정부 시위자와 군인 등 최소 13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북동부 도시 쿠마나에서는 야당인 민주행동당 간부가 총격에 사망했고 제헌의회 후보자로 나섰던 변호사도 괴한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수도 카라카스 동부 지역에서는 시위대들의 사제폭탄 공격으로 경찰 7명이 다쳤다.

지난 4월 이후 계속된 반정부 시위로 현재까지 12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날 군병력 23만여명을 투표소 주변에 긴급 투입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저유가로 인한 경제 위기로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식량·생필품난에 시달리고 있는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선거 이후 이같은 충돌과 혼란이 더 악화될 것으로 보고 생필품 사재기에 나서기도 했다.

미국은 제헌의회 선거를 강행한 베네수엘라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혔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이날 "마두로의 가짜 선거는 독재를 향한 또 다른 단계"라며 "우리는 불법 정부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앞서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를 예고했으며 현재 미 행정부가 석유 분야 등에 대한 제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델타항공과 프랑스의 에어프랑스, 스페인 이베리아 항공 등은 베네수엘라의 혼란스러운 정국을 고려해 카라카스행 항공편 운항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또 베네수엘라와 국경을 맞댄 콜롬비아 정부는 베네수엘라에서 수많은 난민이 몰려들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이들에 대해 2년간 임시 체류를 허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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