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9 (화)

미술판 희대의 사기…'이중섭·박수근 위작사건' 12년의 기록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무려 2800여점 위작…의혹 첫 제기부터 대법원 원심확정까지

뉴스1

이중섭·박수근 화백 위작품. (사진=뉴시스)


(서울=뉴스1) 김아미 기자,최동순 기자 = 한국 미술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중섭·박수근 위작사건'이 12년만에 종결됐다. 무려 2800여점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미술품에 대해 대법원이 위작임을 인정하고 위조에 연루된 미술계 인사에게 내려진 원심을 확정한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사기 및 위조사서명행사 등 혐의로 기소된 김용수 한국고서연구회 고문(78)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지난 27일 밝혔다. 김씨는 2004~2005년 당시 '이중섭 50주기·박수근 40주기 기념 미발표작 전시준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이 작품들의 전시를 추진했다.

대법원은 피의자신문조서 일부와 경매의뢰서 등의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하면서도 나머지 증거만으로도 김씨의 유죄가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안목감정, 과학감정, 자료감정에서 나타난 사정을 종합해 이 사건 그림들이 이중섭·박수근이 아닌 제3자가 그린 위작으로 본 원심의 판결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 사건은 이중섭 화백의 둘째 아들 이태성씨가 연루돼 미술계 이목이 집중됐다. 일본 국적의 이태성씨는 현재 '기소유예' 상태로 사실상 한국 입국이 불가능한 상태다.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내려지면서 12년을 끌어온 위작 사건은 국내 미술판 희대의 사기로 기록될 예정이다.

◇8점에서 2800여점으로…역대 최대규모 위작사건 비화

2005년 3월 이중섭 화백의 아들 이태성씨는 미술품 경매회사인 서울옥션에 부친의 작품 8점을 판매 의뢰해 4점을 낙찰받았다. 그러나 한국미술품감정협회가 이 작품 모두에 대해 위작 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이후 김용수 고문은 자신이 갖고 있던 이중섭·박수근 작품 650점을 추가로 공개해 위작 논란을 일파만파로 키웠다.

이태성씨와 김용수씨는 당시 협회 감정위원이었던 최명윤 국제미술과학연구소장(명지대학교 명예교수)에 대해 유족과 망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업무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각각 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최 소장은 지난해 법정공방으로 비화한 이우환 화백 위작 사건에서 경찰과 검찰이 의뢰한 민간위원으로 감정에 참여해 압수된 총 12점에 대해 모두 위작 결론을 내렸던 미술품 감정 권위자다.

당시 검찰은 이씨와 김씨가 제출한 그림 58점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의뢰, 모두 가짜라는 결론을 내렸고, 같은 해 10월 최씨에게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사건의 반전…'희대의 위작사기' 확정 판결 나기까지

이후 사건이 반전됐다. 검찰이 2007년 김씨가 보관하던 이중섭·박수근 위작 2800여점 중에 '물고기와 아이' 등 5점을 판매해 9억여원을 챙긴 혐의 등으로 김씨를 재판에 넘긴 것이다. 김씨는 또 2004년 11월~2005년 11월 모 방송사와 공동주관으로 전시회 개최를 추진하면서 계약금 명목의 돈을 편취하려 했으며(사기 미수), 이들 작품을 위작으로 평가한 감정위원 등을 허위로 고소한 혐의(무고)도 받았다.

이에 앞서 검찰은 2007년 2월 김씨로부터 이중섭·박수근 그림 2800여점을 압수해 최 소장이 이끄는 국제미술과학연구소에 감정을 의뢰했고, 같은 해 7월 연구소는 모두 위작 결론을 냈다.

그로부터 석달 뒤인 10월, 검찰은 김씨를 구속 기소하고 일본 국적의 이씨에게는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그리고 2009년 2월 1심 재판부는 김씨를 사기죄 등으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판결했다.

김씨는 이에 불복, 항고했다. 그러나 2013년 1월 항소심 재판부 역시 김씨의 압수품 전량에 대해 위작 결론을 내리고 항고를 기각했다.

김씨는 또 다시 대법원에 상고심을 제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김씨 소유 그림들을 모두 위작으로 판단하고 각 혐의를 모두 인정하면서도, 그가 그림을 직접 위작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린 1,2심 재판부의 판단이 옳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묘사된 그림의 크기나 위치, 바탕선이 거의 베낀 듯이 일치하는 형태의 그림이 존재하고 있고, 이중섭, 박수근의 생전에는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 물감이 칠해져 있는 것도 있다"며 "진품 수에 비해 피고인이 보유하고 있는 작품의 수가 너무 많은 점, 1970년대 초에 인사동 고서점에서 집 1채 값으로 이 그림들을 묶음으로 구입했다고 주장하는 점 등을 보면 그림들은 진짜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 그림들을 위작했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림이 위작인 이상 위작품을 진품으로 인정받기 위해서 타인에게 보여준 것은 미필적으로나마 위조사서명행사에 해당되고, 유통에 내놓은 것 또한 사기에 해당된다"고 덧붙였다.
amigo@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