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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막돼먹은 산업부 번외편] 팬택 특허 먹튀 논란…이거 실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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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돼먹은 산업부'는 IT조선 산업부 기자들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슈를 마음껏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코너입니다. 해당 이슈를 직접 취재한 기자부터 관련 지식이 없는 기자까지 격 없이 토론하면서 독자분들이 궁금해할 만한 부분을 속 시원히 긁어드리고자 합니다.



편집 사정으로 번외편으로 진행된 이번 주 막돼먹은 산업부의 메뉴는 한때 스마트폰으로 벤처 신화를 쓴 '팬택'입니다. 한 시대를 풍미한 팬택은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결국 경영위기를 맞아 2015년 쏠리드라는 통신장비 업체에 팔렸습니다. 문제는 쏠리드가 팬택의 스마트폰 사업을 중단한 데 이어 최근 사물인터넷(IoT) 사업까지 매각하려는 시도가 포착됐다는 점입니다.

IT조선

일각에서는 쏠리드가 팬택의 주력 사업을 모두 매각하고 최종적으로 특허까지 해외에 팔아 넘기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며 소위 말하는 '특허 먹튀'라는 주장을 펼칩니다. 쏠리드가 이미 2016년 10월 230여건에 달하는 특허를 골드피크 이노베이션즈라는 회사에 양도했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이 중 11건의 특허는 애플이 샀다는 얘기도 전해졌습니다. 쏠리드가 이에 앞서 9월에도 고효율 비디오 코덱 관련 특허 6건을 모 회사에 9억5000만원에 매각했다는 사실도 추가로 밝혀졌습니다.

쏠리드의 특허 먹튀를 주장하는 측은 쏠리드가 2017년 5월 팬택의 스마트폰 사업의 잠정 중단을 선언하면서 IoT 사업을 키우겠다고 밝힌 대목에서부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습니다. 이 선언 이후 불과 2개월이 지났을 뿐인데, IoT 사업 매각 추진설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IoT 사업을 키우겠다는 선언도 요식행위가 아니었겠냐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IoT 사업을 매각하고 나면 팬택은 특허만 남게 됩니다. 기술은 있는데 이 기술을 써먹을 사업이 없으니 회사의 존속 여부는 불투명해지고, 결국 재산권 문제만 남게 될 것입니다. 팬택이 보유한 특허는 국내외를 통틀어 3000건이 넘습니다. 쏠리드의 이러한 행보는 애초 팬택을 인수한 목적이 기업 정상화보다는 팬택의 특허 자산을 노린 게 아니었냐는 주장도 결코 허황된 의혹 제기만은 아닙니다.

물론 한 회사가 사업을 영위하면서 매번 승승장구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잘 해보려 했지만, 막상 실패가 거듭되면 어쩔 수 없이 도로 내다 팔아야 하는 상황이 닥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특허 수익화를 통해 경영을 정상화하겠다는 쏠리드의 발상에서 팬택을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발견하기는 어렵습니다. 고육책이라고 하기에 특허 판매는 팬택의 경쟁력을 뿌리째 넘겨주는 것이나 다름없이 때문입니다.

팬택이 2014년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매각을 진행할 때 대다수 여론은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해외 매각만은 안 된다는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쏠리드가 팬택 인수전에 뛰어들었을 때 이미 일각에서는 특허 먹튀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쏠리드는 팬택의 스마트폰 사업을 해외에서 다시 부흥시키겠다고 공언하면서 팬택을 인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쏠리드의 이 공언은 일단 현재로써 물거품이 됐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기술 유출 문제가 남았습니다. 쏠리드는 정말로 특허 먹튀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걸까요? 팬택의 운명에 IT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IT조선 노동균 기자 safero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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