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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등산하다 반달곰 마주친다면? 눈 바라보며 뒷걸음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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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반달곰 28마리 소재불명… 산에서 만났을 때 대처법 Q&A]

Q. 반달곰 안 마주치려면?

등산로 다니고 샛길 피해야… 쇠로 된 방울 달고 다니세요

Q. 죽은 척하면 안전할까?

죽은 동물 즐겨먹어 위험

Q. 힘껏 뛰어서 도망가면?

사람보다 더 빨라 금방 잡혀… 나무보단 높은 바위로 도망

지리산에 방사한 반달가슴곰 47마리 가운데 28마리의 행방이 파악되지 않는 것〈본지 7월 27일 자 A12면〉이 알려지자 곰 전문가들은 "지리산 외 다른 산속에서도 곰과 마주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04년부터 지리산 반달곰 복원 사업이 진행되면서 '곰=친근한 동물'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지만 사실은 대형 맹수(猛獸)인 곰의 공격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광선 국립공원관리공단 종(種)복원기술원 부장과 곰 전문가들이 말하는 대처 방안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반달곰과 마주치지 않으려면.

"등산로로 다니고, 허가받지 않은 샛길은 피해야 한다. 곰 공격이 드물지 않게 일어나는 일본처럼 등산 배낭에 쇠로 된 종(鐘)이나 방울을 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금속성 소리를 싫어하는 곰의 접근을 막을 수 있다. 쇠 호루라기를 불어도 된다."

―실제로 곰을 마주치게 되면.

"곰이 먼 곳에 있다면 팔을 천천히 머리 위로 들어 올려라. 곰이 자기보다 더 큰 동물이라고 생각해 접근할 가능성이 낮아진다. 곰과 가까운 곳에서 마주치면 조용히 자리를 피하는 게 상책이다. 먹을 것을 주거나 사진을 찍으면 곰이 자극받아 공격할 수 있다. 도망갈 땐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천천히 뒷걸음질해야 한다. 뒷모습을 보이면 곰이 자기보다 약한 상대로 여겨 쫓아올 수 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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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껏 달아나면 되지 않나.

"산속에선 곰의 추격을 피할 수 없다. 사람은 빨리 달려도 시속 30㎞지만 곰은 시속 50㎞로 달린다. '곰의 나라'로 불리는 미국 알래스카주(州) 당국은 '절대 뛰지 말라. 인간은 곰보다 빨리 뛸 수 없다. 당신이 꽁무니를 빼면 금세 몇m 내로 다가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도망칠 때 나무에 올라가는 건 위험을 자초하는 일이다. 곰은 나무를 잘 탄다. 나무보다는 사람이 곰보다 빨리 오를 수 있는 가파르고 높은 바위에 올라가는 편이 낫다."

―곰이 공격하면 어떻게 하나.

"주변의 나뭇가지나 배낭 등을 휘두르며 힘껏 저항해야 한다. 만약 도망칠 수도, 저항할 수도 없는 상황이면 바닥에 엎드려 손으로 급소를 보호하는 게 그나마 낫다."

―죽은 척하면 안전한가.

"속설이다. 곰 성격에 따라 다르다. 곰이 '나를 공격할 생각이 없다'고 여겨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있지만 위험성이 더 크다. 곰에게 먹이로 여겨지거나 오히려 곰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곰은 죽은 동물 고기를 즐겨 먹는다. 지리산 반달곰이 멧돼지·고라니 사체를 먹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곰 퇴치 스프레이'는 효과가 있나.

"외국에선 곰 출몰 지역에 들어갈 때 후추나 캅사이신 성분이 담긴 곰 퇴치 스프레이를 소지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에 따라 경찰에 먼저 신고해야 스프레이를 소지할 수 있어 실생활에서 거의 쓰이지 않는다. 소지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편 환경부는 최근 두 차례나 지리산을 빠져나가 경북 김천 수도산에서 포획한 반달곰(KM-53)을 다시 지리산에 방사할지 여부와 관련, "다음 달 중순 학계와 시민사회, 인근 주민들이 참여하는 회의를 열어 다시 자연에 방사해도 될지, 지리산이 아닌 다른 곳에 서식하게 할지 등을 논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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