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2 (일)

컨테이너 하나 싣는데 2시간 걸리는 부산신항…뭐가 문제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처리물량 등 외형적으로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는 부산신항이지만 물류의 실핏줄 역할을 하는 트레일러에 대한 서비스는 형편없다는 지적을 받는다.

터미널에서 컨테이너 1개를 싣고 내리기 위해 1시간 이상 기다리는 일이 다반사여서 운송효율을 떨어뜨리고 있다.

27일 운송업계에 따르면 신항의 5개 터미널에서 컨테이너를 싣거나 내리는 데 1시간 이상 걸리는 경우가 흔하다.

2시간을 넘게 기다려야 하는 일도 드물지 않게 벌어진다.

연합뉴스

부산신항 5부두 진입위해 길게 줄선 트레일러들
[트레일러 기사 제공=연합뉴스]



한 외국 선사 임원은 "세계적인 수준의 항만이라면 트레일러가 터미널에 진입해 컨테이너를 싣고 나오는 데 20분을 넘지 않아야 하지만 부산신항의 현실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시간이 돈이나 마찬가지인 트레일러 기사들의 불만은 폭발 직전이다.

부산항만공사가 트레일러 기사들과 소통하기 위해 운영하는 밴드 'BPA와 행복트럭'에는 '1시간 40분이 지났는데도 컨테이너를 실어주지 않는다', '장비를 놀리면서도 트레일러들을 대기시키고 있다'는 등 상하차 지연을 호소하는 기사들의 글이 자주 올라온다.

연합뉴스

컨테이너 실으려 1시간 30분째 대기 중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부산항만공사가 운영하는 밴드에 트레일러 기사가 올린 사진과 글. 1시간 30분째 기다리는데도 컨테이너를 실어주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2017.7.2 lyh9502@yna.co.kr



이러한 상·하차 지연 때문에 환적화물을 한 터미널에서 다른 터미널로 실어나르는 트레일러 기사들은 운행횟수가 줄어 그만큼 수입이 줄어드는 피해까지 보고 있다.

장거리를 다니는 기사들도 터미널에서 허비한 시간을 만회하느라 과속이나 밤샘운전을 해야 해 사고 위험이 커지는 문제가 있다.

신항의 컨테이너 상·하차 지연 원인에 대해 트레일러 기사들은 장비 부족을 먼저 꼽는다.

기사들은 "터미널에 접안한 선박에 컨테이너를 싣고 내리는 본선 작업을 할 때는 그쪽에 장비 대부분을 투입하기 때문에 트레일러들이 기다리는 장치장에는 장비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부산항만공사는 신항의 물동량이 매년 늘어나는데도 운영사들의 장비와 인력 확충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컨테이너 반·출입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본다.

항만공사 관계자는 "신항 개장 초기와 달리 운영사들도 이제는 많은 흑자를 내는 만큼 이제 비용 타령만 하지 말고 원활한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장비와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운영사들도 장비가 충분치 않다는 점은 인정한다.

연합뉴스

부신신항 터미널의 정치장
[부산항만공사 제공]



하지만 신항의 전반적인 운영 시스템이 함께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운영사 관계자는 "선박이 몰릴 때나, 빈 컨테이너 반납 시간을 앞둔 특정 시간대에 일시적으로 상·하차 지연이 생긴다"며 "피크타임에 맞춰 장비를 늘리면 나머지 시간에는 놀려야 하므로 운영사 입장에서는 투자 대비 효율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운영사 관계자는 선사들이 현재 오후 6시 전에 마감하는 빈 컨테이너 반납을 야간까지 연장하고, 운송사들도 사전 반·출입 예약제를 통해 트레일러 진입을 분산하면 상·하차 지연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신항의 좁고 복잡한 배후도로도 운송 효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 항만공사가 현재 개선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부산항은 올해 북항과 신항을 합쳐 사상 처음으로 물동량 2천만개 시대를 열고 홍콩 항을 제치고 세계 5위 컨테이너 항만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위상에 걸맞게 부산항의 각종 서비스 수준이 개선되도록 항만공사를 중심으로 터미널 운영사, 운송사 등이 협력해야 할 시점이라고 항만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lyh9502@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