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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김기춘 징역 3년·조윤선 집행유예 "국민 권리 심각히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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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사

박근혜 정부에서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인 이른바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선고 공판을 마친 뒤 호송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김 전 비서실장은 직권남용·위증으로 징역 3년을, 조 전 장관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연합뉴스


문화계 블랙리스트(지원배제 명단) 작성을 지시하고 관리했다는 혐의를 받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78)에게 징역 3년이 선고됐다.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1)은 위증 혐의만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으로 석방됐다. 법원이 블랙리스트의 위법성을 명확히 인정함에 따라 오는 10월로 예정된 박근혜 전 대통령 선고에도 영향을 줄 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0형사부(재판장 황병헌)은 27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실장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조 전 장관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에 따라 구속상태였던 조 전 장관은 구치소로 이동한 뒤 곧바로 석방 절차를 밟는다.

김상률 전 청와대 교문수석(57)과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56),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53)은 각각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았다.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60)에 대해선 징역 2년이, 김소영 전 문화체육비서관(51)에 대해선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김 전 수석은 실형 선고에 따라 법정구속됐다.

재판부는 "정치 권력에 따라 문화·예술 지원을 배제할 개인과 단체를 청와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예술위 등에 일방적으로 하달해 국민의 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배제의 과정에서 잣대로 사용된 좌파·야당 지지·세월호 시국 선언 등에 대한 합리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김기춘 전 실장에 대해 "오랜 공직 경험이 있는 법조인이고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한 비서실장으로, 누구보다 법치주의를 준수할 의무가 있음에도 가장 정점에서 명단 작성 지시를 승인하고 때로는 독려했다"고 지적했다.

조윤선 전 장관에 대해서는 "증거에 따르면 문체부 장관으로 부임하면서 명단의 실상을 비교적 소상히 보고받은 점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무수석으로 근무할 당시에도 명단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죄라고 봤다.

김종덕 전 장관의 경우, 노태강 전 체육국장의 사직 등 박근혜 전 대통령의 위법 지시를 충실히 이행해 직업공무원의 권리를 위협한 점, 시행 과정에서 보고와 승인으로 가담한 점 등을 유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김 전 장관이 노 전 국장의 이익을 배려하려고 나름대로 노력한 점 등을 참작했다.

신동철 전 비서관은 '민간단체 보조금 테스크포스(TF)'를 만들어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고, 김 전 비서관에게 배제 명단을 직접 건네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한 책임이 무겁다고 판단했다.

정관주 전 차관은 소통비서관과 문체부 2차관 재직 당시 문예 지원 사업 배제에 핵심 역할을 한 점 등을 유죄로 봤다.

김상률 전 교문수석에게는 노 전 국장에 대한 사직 지시를 문체부에 전하고 보고받는 등 박 전 대통령의 위법한 지시를 수행해 직업 공무원 제도를 어겨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소영 전 비서관은 가장 직접적으로 문체부에 청와대의 지시를 전하는 등 대부분의 과정을 지시·감독한 점을 무겁게 봤다.

다만 문체부와 산하 예술위의 요청에 따라 지원 배제를 축소하려 노력한 점, 수사부터 재판까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깊이 반성한 점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범종 기자 joker@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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