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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건전 문화 이루는 게 정부 책임…블랙리스트는 수사 이후 처음 들어”…잘못 없다는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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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이 검찰 조사에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면서도 “집권 당시 문화계가 좌편향됐다”는 주장은 굽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이 블랙리스트 업무를 지시했다”는 전직 청와대·문화체육관광부 간부들의 증언에는 “그런 말을 한 적 없다”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식으로 대응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지난 3~4월 검찰 특별수사본부 조사에서 “문화계가 한 쪽으로 편향된 것이 문제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구속 기소) 역시 “대통령께서 문화계가 좌편향 돼 있어 바로 잡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법적 책임을 묻는 형사재판을 의식한듯 “블랙리스트라는 단어를 특검 수사 이후 처음 들었다”고 선을 그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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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박준우 전 청와대 정무수석(64)은 2013년 8월과 12월 대통령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김 전 실장이 한 얘기를 검찰에서 털어놨다. 김 전 실장이 “종북세력이 장악한 문화계를 사정하는 것이 중요한 국정과제다. 반정부 성향 단체들에 대한 지원 실태를 조사하고 조치하라”고 하면서 “이는 대통령 지시”라고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그런 말을 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또 전직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이 이구동성으로 “대통령이 2013년 9월30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좌편향 문화예술계에 문제가 많다. 롯데 와 CJ 등 투자자가 협조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증언했지만 박 전 대통령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검찰이 확보한 ‘문제단체 조치내역 및 관리방안(2014년 5월 청와대 정무수석실 작성)’에는 “반정부 단체들이 받는 문제예산 확인 후 지원 차단” “좌편향 인사 등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보완”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또 반정부 단체들에 대한 지원배제 조치의 일환으로 청와대 수석실별로 비서관들이 참여하는 ‘민간단체보조금 TF’가 운영됐다. 박 전 수석은 이런 조치들을 부속비서관실 e메일을 통해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61)은 “2014년 7월 대통령 면담에서 ‘블랙리스트 같은 문화예술계에 대한 차별과 배제행위를 멈춰 달라. 사회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입을 막아서는 안 된다. 반대 쪽도 안아주시라’고 고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유진룡과 그런 내용의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2014년 10월 문체부에서 작성한 ‘건전 문화예술 생태계 진홍 및 지원방안’에는 “문제영화를 상영한 영화제의 사후 통제 강화” “심사위원 자격기준 강화” 등이 기재돼 있다. 이 문건의 이행을 위해 2014~2015년 문체부 안에는 ‘건전콘텐츠 활성화 TF’가 설치·운영됐지만 박 전 대통령은 이 역시 “보고받은 적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60·구속 기소)은 “대통령이 2015년 1월 청와대로 호출해 ‘건전콘텐츠를 철저히 이행하라’고 말했다”고 시인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정확한 워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건전한 문화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 아닌가요”라고 반문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은 “건전콘텐츠가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지만 제 평소 신념은 종북단체와 친북단체 등 반국가단체들이 지원을 받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라면서 “문화예술의 자유과 창의성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종북단체들이 문화예술을 빙자해 국민을 현혹시키는 것은 막아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과 문체부에서 작성된 각종 블랙리스트 실행 문건에 대해 “전혀 모르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역대 정권에서 각 정부별로 여러가지 조치들이 있었을 것이고 이에 대해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유권자들은 대통령 후보들의 정책과 이념과 생각을 보고 자신들의 입장과 같은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해 준 것이고, 그런 국민들이 선출해 준 대통령은 자신의 신념을 가지고 일을 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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