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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또 위원회 공화국 되나 … 계획 잡힌 것만 2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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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문’ 비판받는 공론화위 출범

반부패·인권·사회적경제·성평등 …

부처 위에 옥상옥 구조 될 우려

“반대 의견도 낼 사람 포함시켜야”

일방통행을 위한 도구인가, 진정한 민주주의의 시발(始發)인가.

문재인 정부가 각종 현안을 풀어가는 방식으로 위원회의 활용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신고리 원전 5, 6호기의 건설 중단 여부도 지난 24일 출범한 공론화위원회가 틀을 짜고 향후 구성될 시민배심원단이 결정하기로 했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백운규 장관뿐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1일 “공론조사를 통해 (공사 중단에 대한) 가부 결정이 나오면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야권에선 김지형 전 대법관이 위원장을 맡고, 30~50대 젊은 학자와 여성 학자가 주로 참여한 공론화위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현재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25일 “(공론화)위원 중 원전 전문가 한 명도 없이 모두 비전문가로 구성되었다”며 “(문 대통령이) 2030년까지 (원전) 몇 개를 더 폐쇄할 수 있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이념적으로 편향된 인사를 공론화위원장에 앉혀 놓고 있다”고 말했다. 오신환 바른정당 수석대변인도 “김지형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대법관을 지낼 때 진보 성향 판결을 통해 잘 알려진 인물”이라며 “전형적인 답은 이미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하라고 하는 ‘답정너’는 아닌지 문 대통령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여권은 “공론화위는 찬성과 반대, 모든 전문가들의 견해와 자료를 평등하고 공정하게 제공할 것”(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라며 야권이 ‘과잉 우려’를 하고 있다고 맞받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공정성 시비가 문재인 정부에서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지난 19일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중요 국정과제에 관한 위원회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핵심 국정과제인 일자리 문제는 고용노동부나 기획재정부가 아닌 문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은 일자리위원회가 키를 쥐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반부패 활동을 위해 민관이 공동 참여하는 시민공익위원회 ▶인권을 향상시키고 시민사회 지원을 위한 시민사회발전위원회 ▶사회적 경제 생태계 구축을 위한 사회적경제발전위원회 ▶재난 조사와 치료를 위한 독립적 기구인 재난사고조사위원회 ▶성평등위원회 ▶국방개혁특별위원회 등 대통령 직속 7개를 포함해 위원회 숫자만 20개에 달한다.

이런 방대한 위원회 중심의 국정운영에 대해선 ‘옥상옥(屋上屋)’ 행정 구조를 만들어 비효율적인 ‘위원회 공화국’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새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밀어붙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 구성을 놓고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비판이 나온 것처럼 다른 위원회도 그렇게 활용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탈원전에 찬성하는 입장”인 이언주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가 “민주적 정당성과 정통성이 공론화위원회에 있는지 따져 봐야 한다”고 말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일자리위원회 첫 회의에서 “노동과 직접 관련 없어도 간접적인 관련이 있거나 또는 각계의 다양한 의견이 필요한 정부 위원회의 경우에 양대 노총(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대표를 위원으로 모시도록 할 것”이라고 말해 이 같은 우려를 더하고 있다.

한국인사행정학회장을 지낸 진재구 청주대 행정학과 교수는 “위원회가 자기 입맛에 맞는 의견만이 아닌 반대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까지 포함해 폭넓게 구성됐느냐가 중요하다”며 “위원회가 들러리 형식으로 쓰이거나 하고 싶은 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는지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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