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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서울 도심 ‘곤충의 습격’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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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소 ㅣ 약한 나무에서 부화 습성…2~3년 전부터 ‘번성’ 예고

하루살이 ㅣ 깨끗한 지역에만 사는 벌레…중랑천 수질 좋아 ‘대발생’

도봉산·북한산에 인접한 서울 도봉구·강북구 일대에서는 ‘하늘소의 습격’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렇게 특정 곤충이 갑자기 눈에 띄게 불어나는 현상을 학자들은 ‘대발생’이라 부른다. 곤충들의 대발생엔 이유가 있다. ‘하늘소 사태’도 주민들은 알지 못했지만 2~3년 전부터 예고된 일이었다.

곤충학자들은 하늘소가 대발생한 직접적 이유로 도봉산·북한산의 참나무와 밤나무가 ‘약화’된 것을 들었다. 알에서 성충까지 2~3년이 걸리는 하늘소는 주로 참나무·밤나무에 상처를 낸 자리에 알을 부화하며, 이를 위해 ‘덜 건강한’ 나무를 찾아다닌다.

고상현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병해충연구실 박사는 “건강한 나무는 침엽수가 송진을 내듯 화학물질을 내보내 곤충에 저항하기 때문에, 곤충은 저항하지 못하는 약한 나무들을 고른다”고 말했다.

24일 도봉구·강북구 일대를 조사한 임종옥 국립수목원 임업 연구사는 “2~3년 전 병해충에 걸려 약해진 나무가 도봉산과 북한산 일대에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런 데다 지난겨울은 상대적으로 온화해 애벌레들이 죽지 않고 대거 성충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6~8월에 성충이 되는 하늘소는 야행성이고 불빛을 좋아한다. 근래 구름 낀 날이 많아 달빛이 약했던 것도 하늘소가 도심까지 찾아온 이유 중 하나다. 놀란 주민들은 하늘소를 해충으로 생각하지만 하늘소는 건강하지 않은 나무를 솎아내고 빨리 분해시키는 역할도 한다. 임 연구사는 “하늘소는 해충으로 여겨지지는 않으며, 방어행동으로 사람을 물 때도 있으나 질병을 옮기거나 건강에 해를 끼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2~3년 전 중랑천에서 하루살이가 ‘대발생’한 적이 있다. 하지만 물이 깨끗한 지역에서만 사는 하루살이는 해충이 아니며, 오히려 중랑천 수질이 좋아졌음을 보여주는 신호였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대발생은 곤충들의 적응현상”이라며 “포식동물이 많이 잡아먹어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개체수를 늘리는 것이 이런 곤충의 생존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바람을 타고 한반도에 들어왔다가 떼지어 출몰하는 곤충도 있다. 2010년 즈음부터 여름철마다 번성하는 꽃매미가 그런 경우다. 꽃매미는 일본이나 중국, 러시아 동부에 분포하는데 한국에 들어와 추운 겨울을 지나면서 애벌레가 많이 죽는다. 하지만 겨울이 온화했을 경우에는 성충이 된 꽃매미가 많아진다.

‘해충’으로 꼽히는 곤충은 전체 90만종 가운데 2%에 불과하다. 인간은 이런 해충들을 ‘박멸’하려 애써왔지만 실제론 실패 사례가 더 많았다. 최 석좌교수는 “살충제에 내성을 가진 개체가 살아남아 몇 해 지나면 다시 폭발적으로 늘어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집파리다. 1945년엔 몸무게 1g의 집파리를 죽이기 위해 0.018㎍의 DDT로 충분했지만, 6년 뒤에는 그 700배를 뿌려야 했다는 보고가 있다. 세계에서 500종이 넘는 곤충들이 DDT를 비롯한 살충제에 내성을 지닌 것으로 추정된다.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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