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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트럼프 VS 세션스=아웃사이더 VS 워싱턴 주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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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트럼프, 세션스 법무장관 연일 비난

세션스, 임명권자 비난 불구 버티기

상원서 인기있고, 강경보수 지지층 두터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때 그의 최측근이었던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의 공개적인 갈등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아웃사이더 출신의 트럼프 대통령과 워싱턴 주류를 대변해온 세션스 장관 쪽의 정치적 결별을 상징하는 것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백악관에서 사드 하리리 레바논 총리와 공동기자회견을 하는 자리에서 “세션스는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서) 스스로 제척하지 말았어야 한다”며 “매우 실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세션스가 스스로 제척하려고 했으면 장관직을 맡기 전에 내게 얘기했어야 했다”며 “그랬다면 나는 그냥 다른 사람을 (법무장관으로) 지명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트위터를 통해 “사면초가에 빠진 우리 법무장관은 사기꾼 힐러리의 범죄와 러시아의 관계를 조사하지 않는가?”라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세션스 장관이 자신도 러시아 스캔들에서 이름이 거론되자자 스스로 수사에서 손을 떼는 제척 결정을 하면서 결국 특별검사 수사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불만이 잔뜩 녹아있다.

백악관의 실세로 급부상한 앤서니 스캐러무치 공보국장도 이날 한 매체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세션스 장관이 그만두기를 바라느냐’는 질문에 “이 정도의 긴장 관계가 대중에게 알려진 만큼 당신이 아마도 맞을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퇴진을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세션스 장관을 곧바로 경질하지 않고 비난만 퍼붓는 기이한 현상에 대해선 두 가지 분석이 나온다. 우선 마땅한 후임을 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임하면, 백악관과 협의 없이 전격적으로 특검 임명을 강행한 로드 로즌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이 장관대행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더 껄끄러울 수 있다.

또 세션스 장관까지 해임하면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에 이어 사정기관 수장들을 연이어 자르는 꼴이 돼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세션스 장관의 자진 사퇴가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최선의 시나리오인 셈이다.

세션스 장관의 ‘저항’이 거센 것도 특이하다. <워싱턴 포스트>는 세션스 장관의 비서실장인 조디 헌트가 최근 레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에게 세션스 장관은 사임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세션스 장관의 버티기엔 만만찮은 정치적 뒷배경이 자리잡고 있다. 그는 상원의원들 가운데 처음으로 트럼프 대통령 지지 선언을 했다. 또 20년 동안 상원의원을 지낸 그는 강경 보수 성향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친화력으로 상원 안에서 꽤 인기 있는 ‘워싱턴 주류’다.

‘친 트럼프적’ 성향을 보였던 인터넷매체 <브라이트바트>마저 이날 세션스 장관에 대한 공격에 대해 “대통령 자신의 위선을 돋보이게 할 뿐”이라고 비난하고 나설 정도다. 트럼프 지지치층의 분열이다.

한편 이날 공화당 상원 지도부는 뇌종양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이던 존 매케인 의원 및 펜스 부통령까지 투표에 가세하는 총동원 전법으로 51 대 50으로 ‘오바마케어’ 폐지·개정을 위한 토의를 시작하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몇 시간의 토론을 거쳐 공화당 지도부가 오바마케어의 상당 부분을 대체하는 새 법안을 표결에 부쳤지만 찬성 43표, 반대 57표로 부결됐다. 공화당 의원들 가운데 9명의 이탈자가 생긴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주 내내 계속될 ‘마라톤 개정’ 작업 과정에서 합의된 법안을 도출할지는 상당히 불확실하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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