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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단독]“지역 거점大 통합 준비 끝났다…교육부 결단만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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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8개 지역 거점大 입학본부장 8명, 25일 부산대서 난상토론

3년전부터 통합 논의…학점교류·자원공유·공동입시 당장 실현 가능

대학별 입학 점수 비슷한 의과·수의대부터 부분 통합하며 전체 바꿔나가야

중앙일보

지역 거점대학 입학본부장 8명이 25일 부산대에 모여 통합대학 구축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왼쪽 아래부터 시계방향으로 김현민 부산대 입학본부장, 김희철 제주대 학생처장, 이유철 경북대 입학본부장, 김수형 전남대 입학본부장, 김택중 충남대 입학본부장, 여종문 전북대 입학본부장, 임달호 충북대 입학본부장, 김대군 경상대 입학본부장)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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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거점 9개 국립대학 통합을 위한 준비는 끝났다. 교육부의 결단만 남았다.”

지난 25일 부산대 통합기계관 세미나실에 모인 국립대학 입학본부장 8인의 공통된 목소리다. 지역 거점 9개 국립대학인 부산대·경북대·경상대·전남대·전북대·충남대·충북대·제주대·강원대는 3년 전부터 물밑에서 통합대학 구축 작업을 벌여왔다. 지난해 함께 체육제전을 열어 연대의식을 쌓았고, 25일에는 9개 대학이 부산대에서 공동 대입전형 설명회를 개최하며 본격적인 연대 행보에 나섰다.

전국거점국립대 입학본부장협의회(이하 협의회) 회장을 맡은 임달호 충북대 입학본부장은 “입시 전형, 전형별 선발비율, 평가방식 등을 통일한 공동 입시는 지금 당장 도입할 수 있다. 대학 간 자원을 공유하고, 학점 교류 역시 바로 시행할 수 있다. 교육부가 지역 거점 대학을 육성한다는 취지로 결단을 내려주면 된다”고 강조했다.

9개 대학은 3년 전부터 입시 관련 연구와 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해 입시 전형이나 학점 평가 시스템을 통일시켜 왔다는 게 임 본부장의 설명이다. 지난해 학생부종합전형 용어를 일원화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입학본부장들은 대학 명칭을 한국대학교로 통일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고 한 목소리로 말한다. 임 본부장은 “교육부가 국립대 입시전형료를 낮추라고 지시하면 마른 수건을 쥐어짤지언정 일사불란하게 맞춘다”며 “거점 대학 통합에 관한 부분은 정부가 정책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면 가능하다. 명칭 통일은 통합의 일환일 뿐”이라고 말했다.

대변혁이 예고되는 만큼 난관이 적지 않다. 9개 대학 구성원들의 학력 차이부터 9개 대학에 포함되지 못한 중소 국·공립대와 지방 사립대의 거센 반발을 넘어서야 한다. 9개 대학 중 형님 노릇을 누가 맡을지도 관건이다. 대학 재학생, 교수, 직원을 비롯해 동문, 지역사회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통합을 한 번에 이뤄내는 것은 쉽지 않다.

때문에 대학별 점수 차이가 크지 않는 의과·약학·수의대학부터 통합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입학본부장 8인과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논의해봤다.(강원대 입학본부장은 해외 출장 관계로 참석하지 못했다.) 이하 일문일답.

중앙일보

'2018학년도 전국 거점 국립대학 공동 대입전형 설명회가 25일 부산 금정구 부산대학교 기계관 2층 대강당에서 열려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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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통합대학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이유는

A :
(임 본부장) 9개 대학 중 정부 지원을 한 푼도 받지 않는 곳이 3군데나 된다. 수도권 대학에 정부 지원금이 편중돼 지역 거점대학이 성장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재작년 대학교육협의회에서 주관한 입학처장 회의에서 수도권에 몰리는 지원금을 지역에 나눠달라고 요구했다. 그랬더니 지난해 수도권 대학, 지역 거점대학, 지역 중소 대학으로 그룹을 나눠서 지원금을 할당하더라. 덩치가 비슷한 대학끼리 제로섬 경쟁을 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지역균형발전 취지에 맞지 않을 뿐더러 이런 식으로는 지역 대학을 키울 수 없다.




Q : 거점대학 통합을 반대하는 중소 국·공립대와 지역 사립대가 많다.

A :
(이유철 경북대 입학본부장) 거점대학에 교육부의 지원이 쏠리지 않을까 우려하는 지역 대학이 많다. 하지만 거점대학이 바로 서야 인재가 지역에 남고, 지역이 살 수 있다. 지역이 살면 지방 사립대, 중소 국·공립대와의 상생이 가능하다. 고령화와 인구감소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거점대학을 키워야 지역에 기여하는 방안을 찾을 수 있다.




Q : 9개 대학 구성들의 내부 반발도 적지 않다.

A :
(김대군 경상대 입학본부장) 대학 서열화로 9개 대학 내에서도 학력 차이가 있어서다. 먼저 각 대학마다 정체성과 주체성을 인정해주는 게 중요하다. 또 학력 차이는 의사나 간호사처럼 졸업생들에게 국가고시를 의무적으로 치르게 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국가고시를 봐야 하는 학과 교육은 이미 표준화 돼 있다.


(김수형 전남대 입학본부장) 9개 대학 중에서 입학 성적이 낮은 대학은 학생들을 뺏길까봐 불안해한다. 대학마다 입장 차가 조금씩 있다.




Q :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통합이 가능할 지 의문스럽다.

A :
(김수형 본부장) 통합을 한 번에 하려하지 말고 통합이 가능한 학과부터 부분적으로 통합해 가면 된다. 부분의 합으로 전체를 바꿔가는 방식이다. 대학별로 입학 점수 차이가 크지 않은 의학·약학·수의대학부터 통합하면 된다. 즉 9개 대학에서 뽑을 수 있는 의과대생 수만큼 선발한 뒤 수험생에게 1,2,3 순위를 적게 하고 성적에 따라 대학별로 배치하면 된다.


(김대군 본부장) 9개 대학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학과들이 있다. 이들 학과부터 공동 입시를 보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Q : 지난 3년간 통합 논의를 진행해왔다. 진척된 사항은

A :
(김희철 제주대 학생처장) 각 대학의 자원 공유는 지금 당장 가능하다. 제주대에 있는 승마장, 골프, 요트장, 패러클라이딩 시설들을 협력을 맺은 외국대학에서 이용하고 있다. 9개 대학으로 이용 대상자를 확대하기만 하면 된다. 또 비교과나 교양수업 학점 교류는 쉽게 할 수 있다. 학점 평가 시스템이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거점국립대총장협의회에서 합의를 하면 법 개정 없이 공동 입시 제도를 도입할 수 있다.




Q : 통합대학이 실현불가능한 일은 아닌 것 같다.

A :
(임 본부장) 지난 3년간 시스템을 맞춰가는 작업들을 진행해 왔기 때문에 교육부의 통큰 결단이 있으면 통합대학으로 바꿀 수 있다. 명칭은 한국대학교로 바꾸고 9개 대학 정원 수만큼 뽑아서 학생들이 원하는 학교를 고르도록 하면 된다. 9개 대학마다 다른 중소 대학들과 통합을 추진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탄력이 붙으면 (통합을) 할 수 있다.


(김희철 처장) 국립대 입시전형료는 3만원으로 사립대 1/3 수준이다. 그런데도 교육부가 전형료를 낮춰라고 지시해 5%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립대는 교육부가 방향을 정하면 바로 따라간다. 통합 역시 정부가 정책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면 가능하다.




Q : 통합을 요구하기 전에 9개 대학이 각자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선행돼야 하지 않나.

A :
(임 본부장)교육은 결국 예산이다. 정부가 국립대 등록금을 10년째 동결하고, 재정지원은 수도권 대학 위주로 하고 있다. 수도권 대학 입시 경쟁률은 15:1이고, 지역 거점대학은 3:1이다. 경쟁률이 낮으면 학교에 재정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대학 구성원들의 열정으로 경쟁력을 키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정부가 지역 거점대학을 집중 지원해야 한다는 요구는 이미 많이 늦었다.




Q :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국,공립대 네트워크 구축을 내건 만큼 기대가 클 것 같다.

A :
(김희철 처장) 문 대통령이 공약으로 지역 거점대학에 연 20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추가경정예산안에서 1000억원으로 깎이더니 통과될 때는 600억원으로 또 줄었더라. 대학별로 나누면 연 60억원 밖에 안 된다. 지역 거점대학에 지원이 쏠린다는 여론을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최근 문 정부가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에 지역 거점대학 통합은 아예 빠져 있다. 지역 거점대학을 살려야 지역균형발전이 가능하다는 의지를 정부가 가져야 통합 작업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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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부산 금정구 부산대학교에서 열린 '2018학년도 거점국립대학 공동 대입전형 설명회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각 대학 대입전형을 설명 듣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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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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