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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단독]작품 혹평에 시간강사 박탈…연극계 '교수 갑질'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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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제38회 서울연극제 합평회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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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대학 시간강사로 일하던 연극 평론가가 연극제에서 교수들이 참여한 작품을 혹평했다가, 자신이 이미 배정받았던 강의를 갑자기 박탈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비판을 받은 교수들이 연극 평론가가 출강하던 대학의 동료 교수에 영향력을 행사해 보복을 한 이른바 '교수 갑질'이라는 것이다.

이에 연극계에서는 '교수라는 지위를 권력화해 시간강사라는 불안정한 지위마저 박탈함으로써 자유로운 비평과 학문 활동을 억압한 충격적인 사태를 묵과할 수 없다'는 요지의 비판 성명을 준비하는 등 앞으로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26일 뉴스1이 입수한 통화 녹취 등에 따르면 김숙현 연극평론가(51)는 자신이 1998년부터 시간강사로 출강하던 서울 A대학으로부터 이미 배정받은 올해 2학기 수업에서 제외된다는 통보를 최근 받았다.

김 평론가는 A대학의 B 교수에게 강의 취소 사유를 전화로 물었는데 "동료 교수들이 '어떻게 교수가 만든 작품을 그렇게 비평할 수 있느냐'고 했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또 "그 문제로 강의를 안 주는 것인가, 강의에 다른 문제가 있나"라는 물음에 B교수는 "현재는 그 이유밖에 없다"고 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앞서 김 평론가는 지난 5월26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서울문화재단 다목적실에서 열린 '제38회 서울연극제 합평회'에 발제자로 나서 대학 교수들이 참여한 작품에 '진부한 무대 구성에 연기 스타일까지 어설픈 아마추어적인 무대'라고 평했다.

이 작품에 참여한 교수들이 합평회 이후 주변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김 평론가가 재직하는 대학의 동료 교수에게까지 영향력을 행사해 시간강사 자리를 박탈한 것이라고 다수의 연극인들은 의혹을 제기했다.

B교수는 이에 대해 "의혹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는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김숙현 선생에게 상세하게 설명을 드렸다"며 "제가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은 여기까지"라고 했다.

이같은 논란이 전해지자 연극계에선 해당 교수들이 비평의 영역을 교육 제도의 맥락으로 가져온 보복 행위 의혹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공동 성명서를 준비하고 있다.

연극계 인사들은 교수가 권력을 남용해 시간강사로 일하는 평론가의 강의를 박탈한 것이 사실이라면 창작과 비평의 순환 과정인 예술생태계를 위협하는 행동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또 연극의 미래 세대를 키워갈 대학 교육 현장에서 동료 교수들의 보복 행위에 다른 대학 교수들이 동조했다는 점에서 이 의혹은 더욱 참담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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