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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사용기] 초당 20연사·AF포인트 693개 '괴물스펙' 소니 a9, DSLR·미러리스 한계 극복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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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a9은 그야말로 '스펙깡패'라 불러도 될 만한 성능이다. 세계 최초로 2420만 화소 적층형 CMOS 센서를 탑재했으며, 블랙아웃 없이 초당 20장 촬영에 RAW 파일을 최대 241장, JPEG 파일을 362장 연속 촬영할 수 있다. AF 포인트는 693개나 되며 이는 화면의 93%에 해당하는 영역이다. 여기에 피사체 추적 촬영 시 초당 60번이나 자동 초점과 노출을 추적, 계산한다. 게다가 무음, 무진동으로 최대 1/32,000초(전자셔터 사용 시) 촬영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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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a9은 태생이 '스포츠 촬영용'으로 만들어졌다. 캐논과 니콘의 프로 사진가용 플래그십 모델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미러리스 카메라가 이제는 DSLR을 뛰어넘었다"고 선언하려는 게 소니의 야심이다.

일단 그 야심은 반 정도는 성공했다고 인정할만하다. 단순히 성능만 놓고 보자면 a9은 기존 미러리스 카메라와 차원을 달리한다. 기자간담회를 비롯해 여러 카메라 전문가가 AF 성능만큼은 기존 DSLR 경쟁모델을 구닥다리로 보이게 만들었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연속 촬영 시 발생하는 블랙아웃 현상이 없고, 화각을 바꿔도 빠르고 정확하게 피사체를 찾아가는 AF, 활용도 높은 무음 셔터 등은 미러리스 카메라뿐 아니라 DSLR 카메라의 단점까지 모두 보완해 무결점에 가까운 성능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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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크롭. 초당 20장을 촬영해 원하는 장면을 여유롭게 포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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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4.0 1/1250 ISO100. 초당 촬영매수가 많아 짧은 시간 촬영에도 흔들림 없는 사진을 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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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기간이 짧고 계속 비가 내리는 상황이어서 안타깝게도 스포츠 촬영을 제대로 만끽해볼 시간이 부족했다. 대신 실내에서 진행한 인터뷰 촬영 시 그 성능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었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인물들 사이로 계속 상체를 움직이는 피사체를 끊임없는 추적AF를 통해 정확히 잡아냈다. 보통은 AF보다 MF에 의존할 상황인데 a9은 AF가 더 빠르고 정확했다. 더욱이 동영상 촬영 중이라 보통 같으면 셔터 소리가 들어갈까 봐 촬영을 조심하게 되는 데 완전 무음으로 촬영이 가능해 부담 없이 셔터를 누를 수 있었다.

소니답게 동영상 성능도 프로급이다. 4K 촬영이 가능하고 프로급 기능도 대부분 지원한다. 여기에 향상된 AF 성능이 결합돼 스포츠 촬영이나 동선 예측이 불가능한 동물을 촬영할 때 최고의 성능을 발휘한다. 다만, 일상적인 움직임을 찍는 수준이라면 a6500과 비교해 가격 면에서 우위에 있다고 보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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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 면에서 분명 DSLR 프로급 카메라를 뛰어넘었지만 구매를 서두르기에 몇 가지 개선할 점이 보인다. 첫 번째가 그립감이다. 기본적으로 미러리스 카메라인데다가 소니가 작고 가볍게 만드는 데 집중한 탓에 카메라 자체가 작고 그 덕에 그립부도 작다. 가벼워서 이동 시 유리한 반면 크고 무거운 줌렌즈를 결합해 사용하면 손이 금세 피곤해진다. 세로그립을 붙이면 어느 정도 해결되는 문제지만 그렇다고 100% 나아지는 건 아니다. a7과의 디자인 연속성, DSLR과의 차별성 등을 염두한건 알겠지만 프로 사진사를 위한 모델이라면 조금 더 크게 만드는 게 나을 듯하다.

두 번째는 UI다. 같은 맥락에서, 사용할 수 있는 버튼 수가 상대적으로 적다. FN 버튼에 자주 사용하는 기능을 설정하는 게 가능하긴 하지만, 애초에 많은 기능이 외부 버튼에 할당되어 있는 DSLR 플래그십 모델들과 비교해 부족한 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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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FE 100-400mm F4.5-5.6 GM OSS./사진=소니 홈페이지


세 번째, 가장 많은 지적이 제기되는 부분인 부족한 렌즈군이다. 소니는 알파(a) 시리즈 출시와 함께 다양한 렌즈를 선보이긴 했지만 스포츠 촬영에 적합한 망원 렌즈쪽은 빈약한 편이다. 초망원 줌 렌즈 FE 100-400mm F4.5-5.6 GM OSS와 FE 70-200mm F2.9 GM OSS가 고작이다. 텔레컨버터를 사용할 수는 있지만, 완벽한 대안이 될 수는 없다. 새로 카메라를 살 계획이 있거나 꼭 소니 a9이 필요한 게 아니라면 좀 더 많은 렌즈가 출시될 때까지 기존 카메라 사용자들이 갈아타야할 이유는 부족해 보인다.

소니 a9은 분명 미러리스 카메라의 한계를 극복하고 한 차원 높은 수준의 성능을 이루어냈다. 기계적 한계로 인해 발전이 더딘 DSLR 카메라는, 지금도 그렇지만, 결국 시장이 줄어들어 멸종할 일만 남았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선전하고 있는 카메라가 바로 a9이다. 어쩌면 지금 사용하는 프레스 기종을 대체해야 할 때가 오면 소니 알파 시리즈가 구매 목록에 올라가 있을지 모르겠다.

[리뷰조선 안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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