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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우보세]제일홀딩스로 본 'IPO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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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분위기가 좋다는 말만 철석같이 믿었어요. 이렇게 좋은 장에 신규 상장주 때문에 애태우게 될 거라곤 생각도 못했습니다"(공모주 펀드 운용 자산운용사 관계자)

코스피 지수가 어느덧 2500선을 바라보고 있지만 웃지 못하는 투자자들도 있다. 최근 공모주 투자에 나선 일부 투자자들이 대표적이다. 코스피 지수가 연초 대비 20% 넘게 올랐지만 공모가 조차 회복하지 못한 신규 상장주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 공모주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의 속을 까맣게 태우는 것은 하림그룹의 최상위 지주사 제일홀딩스다. 제일홀딩스는 지난달 30일 코스닥 상장 당시 공모가 2만700원보다 10.99% 낮은 1만8650원에 시초가가 형성된 이후 1만8000원대에서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 비중도 상장초 3.26%에서 1.22%로 떨어졌다.

보통 시장과 공모주는 따로 간다. 시장이 좋으면 프리미엄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어 상대적으로 공모가가 비싸게 결정되기 때문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굳이 비싸게 물건을 살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시장을 탓할 문제도 아니다. 올 초 상장한 덴티움 신신제약 등은 제일홀딩스와 대조적으로 공모가 대비 75% 이상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제일홀딩스의 주가 부진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하림그룹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와 증여 논란이 커진 것이 악재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돌발 악재가 터진 것이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상장 주관사가 공모가를 높게 책정한 관행 외에 운용사들이 너무 많은 물량을 받아간 것도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최대한 많이 신규 상장주를 받아가려고 하는 관행이 화근이 된 셈이다.

제일홀딩스에 대한 상장 수요예측을 할 때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다. 대표 주관사인 KB증권도 분위기를 타진하는 운용사들에게 '좋다'고 안심 시켰다. 총 622곳의 기관이 참여해 공모 경쟁률이 113.98 대 1을 기록했다. 공모가는 성장성이 낮은 지주회사 특성 등을 고려해 밴드 하단인 2만700원으로 확정됐다.

문제는 수요예측 경쟁률을 감안해 최대한 많은 물량을 신청했던 운용사들에게 많은 물량이 돌아갔다는 데 있다. 펀드에 편입된 제일홀딩스 비중이 높다 보니 돌발 악재를 견디지 못하고 손절매에 나서면서 수급이 더 꼬이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펀드에 들어갔던 개인투자자들이 손해를 본 것은 물론이다.

투자의 기본은 포트폴리오 구성이다. 위험을 분산해야 예상치 못한 악재에도 버틸 수 있다. 그러나 공모주 투자 시장에서는 어느덧 '될 만한 물건은 최대한 받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아무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제일홀딩스 처럼 돌발 악재는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

운용사들의 공모주 투자도 이제는 원칙에 맞게 바뀌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비정상의 정상화가 필요하다.

머니투데이

송선옥 머니투데이 기자


송선옥 기자 oop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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