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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재벌도 혀내두를 '황제경영·갑질' 미스터피자 전 회장…아들·딸·사돈·가사도우미까지 외제차에 법인카드 공짜급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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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회장인 아들은 유흥주점서 2억원 사용…편의점서도 법인카드

아들이 '빚쟁이' 되자…월급 2100만원서 9100만원으로 인상

조선일보

미스터피자 창업주인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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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피자 창업자인 정우현(69) 전 MP그룹 회장의 ‘갑질’과 ‘회삿돈 빼먹기’ 수법은 상상을 초월했다. 수년 전만 해도 재벌의 ‘황제 경영’이 집중적인 비판과 감시의 대상이었지만, 진정한 황제 경영은 MP그룹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감시의 눈이 집중되지 않은 중견·중소기업에서 훨씬 부도적한 경영 행태가 진행되고 있다는 통설이 검찰의 MP그룹 수사로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이준식 부장검사)는 정 전 회장을 공정거래법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고 25일 밝혔다.

검찰이 밝힌 범죄 혐의를 보면 MP그룹 계열사의 돈은 정 전 회장 가족과 친척, 사돈 집안의 쌈짓돈이나 마찬가지였다. 제대로 근무하지도 않은 그의 딸과 사촌형제, 사돈, 일가 친척, 측근에게 수년간 급여를 지급하고 차량과 법인카드도 사용하도록 했다. 2007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지급된 허위 급여는 29억여원에 달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MP그룹 부회장인 정 전 회장의 아들은 법인카드로 유흥주점에서만 2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편의점에서 5000원 이하의 물건을 살 때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정 전 회장은 아들이 개인 채무 90억원에 대한 이자를 갚지 못하자 아들에게 지급하던 월급을 2100만원에서 9100만원으로 올렸다.

그러나 정 전 회장의 아들은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검찰이 밝혔다. 검찰이 MP그룹을 압수수색했을 때 정 전 회장 아들의 사무실에는 서류가 전혀 없었다고 했다. 아들도 검찰 조사에서 “MP그룹 경영에는 관심이 없다”고 털어놨다고 검찰은 전했다.

정 전 회장 딸도 MP그룹 계열사 임원으로 등재해 수년간 수억원의 허위 급여와 법인카드, 외제차량 등을 제공받았다. 수사에 참여한 검사는 “심지어 정 전 회장 딸이 가사도우미를 해외여행에 동반할 수 있도록 가사도우미까지 MP그룹 직원으로 등재한 후 수년간 허위 급여를 받아갔다”고 말했다.

아들·딸뿐만 아니었다. 정 전 회장 아들의 장모까지 계열회사 임원으로 올라 수년간 수억원의 허위 급여와 차량을 제공받았다. 아들의 개인 빚을 회삿돈으로 갚은 정황도 있었다.

정 전 회장은 MP그룹 홍보 명목으로 9000만원을 들여 자신의 초상화 2점을 그리도록 한 뒤 회장실 등에 비치했다.

이처럼 가족·사돈들에게는 회삿돈을 무차별적으로 퍼주면서, 가맹점들로부터는 갖은 방법으로 돈을 빼먹었다.

검찰 조사 결과 정 전 회장은 2005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가맹점에 치즈를 공급하며 중간에 동생이 운영하는 2개 업체를 끼워넣어 ‘치즈 통행세’를 받는 방식으로 57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체가 사무실이나 냉장시설, 운송차량 등 실질적인 유통 역할을 했다고 볼 실체가 없었음에도 7만원대에 사들인 치즈를 9만원대에 납품하며 ‘통행세’를 챙겼다는 것이다.

2008년 1월부터 2015년 3월 사이에는 가맹점주들이 낸 광고비 5억7000만원을 회사 운영자금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또 정 전 회장은 2007년 1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차명으로 가맹점 5곳을 운영하면서 로열티 7억6000만원을 내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직원 급여 14억원은 본사에서 내도록 떠넘긴 것으로 밝혀졌다.

‘보복영업’을 한 혐의도 확인됐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미스터피자의 갑질에 항의하며 탈퇴한 가맹점주들이 ‘피자연합’이라는 새 가게를 열자 바로 인근에 직영점을 내 보복 영업을 했다. 전국 최저가로 피자를 판매하는가 하면 1만6000원 하던 치킨을 5000원에 파는 식이었다. 또 탈퇴 점주들에게 치즈를 공급하던 회사를 압박해 그들에게 치즈를 공급하지 못하도록 방해한 혐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정 전 회장이 “본사에 항의하고 탈퇴한 가맹점주는 반드시 망한다는 본보기를 보여줘야 한다”고 하자, MP그룹 직원들은 “초전박살을 내겠다” “조속하게 추진해 평정하겠다”고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 전 회장은 또 자서전을 가맹점주들에게 강매하고, 가맹점 인테리어와 간판 등 공사비 리베이트 30억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다만 이 혐의는 공소시효가 지나 기소 대상에서는 제외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이 이번에 정 전 회장을 재판에 넘기며 적용한 것은 91억7000만원의 회삿돈을 횡령하고 MP그룹과 자신이 지배하는 비상장사에 64억6000만원의 손해를 떠넘긴 혐의다. 정 전 회장의 동생(64)과 최병민(51) MP그룹 대표이사 등은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 관계자는 “MP그룹은 소액주주가 1만1277명에 달하는 상장법인인데도 정 전 회장은 마치 회사가 자기 개인 소유인양 재산을 마음대로 빼돌렸으며 제왕처럼 군림해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탈퇴한 가맹점주가 자살까지 하는 상황에 이르는 등 ‘을의 슬픈 외침’이 외면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프랜차이즈 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수사했다”며 “앞으로도 각종 갑질로 인한 불공정 거래행위를 적극적으로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MP그룹 측은 “법적 물의를 일으켜 대단히 죄송하다”며 “해서는 안 될 일을 한 부분도 있지만 사실관계가 알려진 바와 다른 내용이 많아 재판 과정에서 진실을 밝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치즈 통행세’ 의혹에 대해서는 창업 초기 치즈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설립됐고, 경쟁업체보다 비싸게 치즈를 공급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또 횡령과 배임 의혹에 대해서도 재판 과정에서 소명한다는 게 MP그룹 측의 입장이다.

보복 영업 혐의의 근거가 된 문자메시지에 대해서는 “특정 점포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 관계에 있는 점포에 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오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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