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5 (수)

[투자조합 주의보]②뜬구름 현혹해 게눈 감추듯 해산…개미만 봉?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최대주주 등극, 엔터·바이오 등 근거없는 사업으로 호도

불나방 같은 개미…단기간 수익 올린후 뿔뿔이 흩어져

남은 건 껍데기…주가하락과 경영권분쟁 등 부작용 속출

이데일리

☞1편 에서 이어집니다.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코스닥 상장사 최대주주를 꿰차고 있는 투자조합의 목적은 일반 프라이빗에쿼티(PE)와 크게 다르지 않다. 얼마나 많은 이익을 남기고 엑시트(투자금 회수) 할 수 있는지가 최대 관심사다. 다만 수년간 가치를 끌어올려 보다 높은 가격에 기업을 팔아 수익을 내는 통상 PE와는 방식이 조금 다르다. 실제 기업가치와 상관없이 뜬구름 잡는 식의 신사업 진출 소식을 알려 주가를 띄워놓는다던가 기업을 인수한지 불과 몇 달 되지 않아 쥐도 새도 모르게 해산하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경영진이 내놓은 청사진에 현혹돼 주식을 샀던 개인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은 물론 심할 경우 상장폐지 위기라는 손실까지 고스란히 감내해야 한다.

◇신사업 적극 홍보…주가 올린 후 정작 해산

투자조합이 일단 상장사 최대주주가 되고 난 이후에는 주가가 급등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관심을 가지기 쉬운 분야인 바이오나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진출한다고 밝히기 때문이다. 그럴듯한 해외 파트너를 영입하거나 현지 네트워크를 갖췄다고도 홍보한다. ‘이 회사에는 무언가 있다’고 확신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뛰어드는 때이기도 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성과가 실적으로 나오기 전 투자조합은 해산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청사진은 잔뜩 그려놨는데 주인이 빠져나가 껍데기만 남는 셈이다.

코디에스(080530)가 지난해 9월 아이리스1호투자조합에 주식·경영권을 넘긴 코디엠(224060)은 반도체 장비를 만들던 회사다. 주인이 바뀌고 난 후 플랫폼형 바이오 사업에 진출했다. 액면가 500원의 보통주 5주를 1주로 나누는 액면 분할과 200% 무상증자를 실시한 후 주가는 12월20일 3600원까지 올랐다. 무상증자와 분할 이전 비율을 단순 계산하면 최대주주 변경 후 주가는 60% 이상 올랐다. 사업도 탄력을 받으면 좋았겠지만 12월27일 투자조합은 보유 주식(2276만여주) 중 절반 이상(1269만여주)을 조합원에게 나눠주고 해산했다. 일단 조합이 해산하면 최대주주 특수관계인에서 해제돼 주식을 팔아도 알 수 없다. 주가가 고점을 찍은 지 불과 일주일만에 최대주주가 사실상 공중 분해된 것이다.

이에스브이(223310)는 올 1월 이종수 대표에서 조합인 티엠에이치컨소시엄으로 최대주주가 바뀌었다. 이후 해외 유명인사를 영입해 4차 산업혁명 사업을 추진한다고 홍보했다. 액면분할(5대 1)과 100% 무상증자를 거쳐 주가는 5월18일 3420원까지 올라갔는데 최대주주 변경 전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오른 수준이다.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5월24일 회사는 최대주주가 지분 29.16% 전량을 장내 매도했다고 공시했다. 코디엠과 이에스브이의 현재 주가는 고점대비 반토막 났다.

이데일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단기간 차익 거두기 딱”…기업가치는 외면

상장사 투자에 참여했던 투자조합은 왜 얼마 되지 않아 지분을 팔아버릴까. 그만큼 단기간 주가 상승폭이 높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 전언이다. 조합 형태다 보니 기업 지속성에도 관심이 낮다. 투자조합과 상장사 인수에 나섰던 한 IR 담당자는 “바이오나 게임처럼 시장 흐름을 타는 업종을 추진하면 단기간에 주목 받는다”며 “실무진 입장에서는 예상치도 못하게 주가가 오르다보니 오히려 당황하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영백씨엠은 지난해 기록적인 주가 상승폭을 경험했던 종목이다. 지난해 3월11일부터 무려 5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주가가 269%나 껑충 뛰었다. 상한가 행진을 이어가던 3월14일 회사는 와이제이엠엔터테인먼트측과 최대주주 주식 양수도 계약 사실을 공시했다. 스마트폰 부품 사업을 영위하던 회사는 사명(와이제이엠게임즈(193250))을 바꾸고 모바일 게임 사업에 나섰다. 양수인측에는 더블유투자금융주식형투자조합이 참여했는데 지분율이 높아 최대주주에 등극했다. 이 조합은 인수에 참여한지 1년이 조금 지난 올 5월 해산했다. 액면분할을 거쳐 8000원까지 육박했던 주가는 현재 반토막 난 상태다.

이데일리



◇경영권 분쟁에 상장폐지 위기까지 ‘말썽’

최대주주 변경도 잦다. 그럴수록 사업 연속성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2014년 차바이오앤디오스텍에서 바이오사업을 분할·설립한 차바이오스텍은 2015년 차광렬 회장이 다빈치1호투자조합에 주식과 경영권을 양도했다. 이후 중국 영화계 큰손이라는 인물을 영입해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진출했다가 불과 약 반년만인 지난해 6월 이화투자조합으로 다시 최대주주가 바뀌었다.

지난해 8월 지금의 온다 엔터테인먼트(196450)를 사명을 바꾸고 나서 가상현실(VR) 사업을 강화한다고 했다가 1년도 안된 이달 20일 다시 텔루스컨소시엄으로 주인이 교체됐다.

주인이 자주 바뀌다 보니 잡음도 일어난다. 디에스케이(109740)는 지난해 3월 김태구 대표가 주식 양수도 계약을 맺어 최대주주에 올랐던 프로톡스1호조합측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당시 전략적 관계로 메디카코리아를 인수했는데 조합측이 저가로 사채를 발행해 이 회사 경영권을 차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게 김 대표측 주장이다. 현재 양측은 민·형사 소송을 진행 중이다. 크레아플래닛(058530)(옛 이큐스앤자루) 최대주주인 조합의 대표조합원은 지난해 소송전을 벌이던 엔에스브이(095300)의 경영권 분쟁 중심에 섰던 인물이기도 하다.

투자조합이 경영에 참여해 사업이나 재무안정성이 안정된 사례를 찾기도 힘들다. 태양씨앤엘(072520)은 지난해초 아이피에스글로벌성장1호조합으로 최대주주가 변경된 후 감자와 유상증자, 자회사 합병 등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다. 이후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했지만 마땅한 성과 없이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주가는 꾸준히 하락해 현재 1000원을 간신히 넘기고 있다. 투자조합이 최대주주에 오른 적이 있던 신양오라컴은 올 5월 아예 상장 폐지됐다.

☞3편 으로 이어집니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