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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교만의 늪'에 빠진 아베, 지지율 위험수위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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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 특혜 의혹에 日국민 분노]

- 일본인 65% "아베정권 교만하다"

올초 콘크리트 지지율 반토막 나… 센다이시장 선거마저 패해 위기

측근 방위상 거짓말도 추락 부채질, 청문회 나와 "압력없어" 의혹 부인

"기록도 기억도 없다니, 일본 총리 관저 이대로 괜찮은 겁니까?"(다마키 유이치로 민진당 의원)

24일 도쿄 도심 나가타초(永田町) 국회의사당. 일본 여야 국회의원들이 증언대에 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측근들을 5시간 동안 몰아붙였다.

아베 총리 친구가 운영하는 가케학원에 수의학부 신설 허가를 내주도록 정권 실세들이 문부과학성 관리들을 압박했다는 일명 '사학 스캔들' 청문회장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측근들이 여야 의원들의 질문 포화를 받는 동안 어두운 얼굴로 묵묵히 앉아있었다. 그는 자기 차례가 오자 "자두나무 밑에서 갓끈 고쳐매지 말라는 말도 있는 만큼 제 친구와 관계된 일이니 국민들이 의심의 눈으로 보는 게 당연하지만, 제 행적에는 한 점 어둠이 없다"고 했다.

야당 의원들이 "2012년 말 재집권 이후 가케학원 이사장과 14차례 회식도 하고 골프도 쳤는데, 그때 청탁을 받은 것 아니냐"고 추궁하자 아베 총리는 "개별 사안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고, 골프비도 제가 친 건 제 돈으로 냈다"고 했다.

◇'위험 수위'에 접어든 지지율

조선일보

아베 총리의 이날 국회 증언은 지난 19일 일본 여야가 합의해 이루어졌다. 아베 총리는 올 초까지 50~60%대 '콘크리트 지지율'을 유지했지만, 지난 5월 사학 스캔들이 터진 이후 급락하고 있다. 지난 14일 지지(時事) 통신 조사(29.9%)에서 재집권 후 처음으로 30% 선이 깨진 데 이어 24일 발표된 마이니치신문 조사(36%→26%)와 니혼게이자이신문 조사(49%→39%)에서도 지지율이 한 달 새 10%포인트씩 떨어졌다. 23일 실시된 센다이 시장 선거에서도 야당이 지원한 고리 가즈코(郡和子) 후보가 연립여당이 민 스가와라 히로노리(菅原裕典)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장기 집권 피로감

일본 언론은 아베 총리의 지지율 하락 이유를 '아베 피로'와 '아베의 교만'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압축했다. 아베 피로는 장기 집권의 산물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17일 기준으로 1·2차 집권을 합쳐 '집권 2000일'을 넘겼다. 총리 임기 제한이 생기기 전에 집권한 사토 에이사쿠 총리(2798일·1964~1972년)와 요시다 시게루 총리(2616일·1948~1954년)에 이어 전후(戰後) 3위다. 아베 총리는 앞으로 최장 2021년까지 집권할 수 있도록 올 초 자민당 총재 임기 제한을 '3년 임기 2회 연임'에서 '3회 연임'으로 풀었다.

◇일본 국민 65% "정권이 교만"

아베 총리의 콘크리트 지지율이 오랫동안 유지되자 정권 내부에 '오고리(おごり·교만)'가 번졌다는 게 일본 정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오고리'는 '힘 있는 자가 잘난 척하며 자기 뜻대로 방자하게 끌고 가는 것'을 가리키는 일본말이다.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 조사에서 "정권에 오고리가 있다"는 응답이 65%에 달했다. 야당은 물론 자민당 내부에서도 "정권 지지율이 떨어지는 건 총리의 오고리 때문"이라는 비판이 공공연히 나왔다(야마모토 이치타 자민당 참의원 의원).

아베 총리가 총애해온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상의 거짓말도 지지율 하락을 부채질했다. 남수단에 평화유지군으로 파견된 일본 자위대는 현지에서 위험에 처할 뻔한 상황을 일지로 기록했다. 작년 9월 일본 언론이 이 자료의 공개를 요구하자 이나다 방위상은 "폐기해 없다"고 답했는데, 나중에 거짓말로 드러났다.

◇'사학 스캔들'에 분노 폭발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은 "정권의 교만을 한눈에 보여준 게 사학 스캔들"이라고 했다. 이날 국회 청문회에는 이즈미 히로토(和泉洋人) 총리 보좌관이 핵심 증인으로 불려 나왔다. 야당 의원들이 "지난해 문부과학성 관리들을 불러 가케학원에 수의학부 신설 허가를 내주라고 압박한 게 사실이냐" "'총리가 직접 말 못하니 내가 대신 말한다'는 얘기도 했느냐"고 따졌다. 이즈미 보좌관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야마모토 고조(山本幸三) 지방창생상도 야당의 뭇매를 맞았다. 야마모토 지방창생상은 수의학부를 신설할 학교가 가케학원이라고 확정되기도 전에 관련 이익단체인 수의사협회 간부들과 만나 "관련 비용은 가케학원이 댈 예정"이라고 했다. 야마모토 지방창생상 역시 이날 의혹을 해소하지 못했다.

[도쿄=김수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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