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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南 전역서 北 지하 軍시설 무력화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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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거리 800㎞ 미사일 탄두 중량 1t 증대 추진

정부가 사거리 800㎞ 탄도미사일에 싣는 탄두(彈頭) 중량을 현재 500㎏에서 1t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강력한 대북 압박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 개선에 의욕을 보이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은 그동안 압도적 힘을 바탕으로 한 남북대화를 강조해왔다. 사거리 800㎞ 탄도미사일의 파괴력을 강화하는 탄두 중량 증대는 ‘대화는 추구하되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동시에 넓은 의미에서 자주국방을 추진한다는 의미도 있다.

2012년 개정된 한·미미사일지침에 따르면 국군은 최대 사거리 800㎞의 탄도미사일의 경우 500㎏을 넘는 무게의 탄두를 사용할 수 없다. 탄도미사일 사거리가 기존 300㎞에서 최대 800㎞로 늘어났지만 70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 지하시설을 파괴하는데 필요한 성능을 갖추지 못하도록 제약이 있다. 대신에 사거리를 줄이면 탄두 무게를 늘릴 수 있도록 하는 트레이드 오프(trade-off)를 적용해 사거리 500㎞의 경우 탄두 중량을 1t으로 할 수 있다. 리치(reach)가 짧으면 펀치력(탄두)을 강하게, 리치가 길면 펀치력을 약하게 용인하는 식으로 국군의 미사일 능력을 제한하는 것이다.

세계일보

현재 사거리 500㎞인 현무 2-B의 탄두 중량은 1t, 사거리 800㎞인 현무 2-C의 탄두 중량은 500㎏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현무-2C 탄도미사일의 탄두 중량을 500㎏에서 1t으로 증대하는 방안을 미국 측과 협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무 2-C는 제주에서 발사해도 거의 북한 전역을 타격권에 넣는다. 지난 4월 시험 발사에 성공했으며 올해 안에 실전배치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충남 태안군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직접 시험 발사 장면을 참관한 미사일이 바로 현무 2-C다.

현무 2-C의 탄두 중량이 증대될 경우 북한의 주요 지하 시설을 타격하는데 효과적일 전망이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관련 시설을 지하에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탄두 중량 500㎏의 미사일은 비행장 활주로를 파괴할 수 있는 수준의 위력이다. 탄두 중량이 1t으로 늘어나면 낙탄 지점의 피해 범위는 지하 10여m까지 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 10여m 깊이에 건설된 북한 벙커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의미에서 군사적 억제 효과가 크다. 특히 탄두부에 유도장치를 장착하면 명중률이 높아져 지하 시설에 숨어있는 북한 전쟁지휘부를 조기에 무력화할 수 있다. 지난 14일 북한 조선중앙TV가 공개한 화성-14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성공 기념공연 무대 배경에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갱도로 보이는 지하 시설 내부에서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의 사진이 공개됐다.

다만 미국 측이 우리의 탄두 중량 증대 요구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500㎏ 무게를 800㎞ 거리까지 날리다가 1t 중량을 같은 거리로 비행시킬 수 있다면 이는 사실상 탄도미사일의 사거리 연장을 의미한다. 탄도미사일의 이런 특성을 잘하는 중국과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미국 측이 난색을 표할 경우 실제 개정까지는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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