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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촛불에 움직인 폴란드 대통령…대법원 개편에 '거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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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다 대통령, 시민 반발과 EU 경고에 손들어

야권 즉시 환영…"시민 행동이 통한다는 증거"

뉴스1

23일(현지시간)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시민들이 촛불과 국기를 들고 반정부 시위를 하고 있다. 시위대들은 정부 여당의 사법기관 장악을 위한 법개정에 반대하며 8일째 반정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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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폴란드 대통령이 시민들의 대규모 촛불 시위를 촉발한 대법원 체제개편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대법원 체제 개편이 사법독립을 훼손할 것이라는 시민들의 강한 반발과 함께, 최근 유럽연합(EU)까지 경고를 보낸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AFP통신에 따르면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TV로 방영된 연설을 통해 "(개편안을) 의회로 돌려 보내기로 결정했다. 따라서, 대법원 및 국가법원평의회법에 대한 비토다"라고 선포했다.

두다 대통령은 "이 법은 우리 사회의 정의감을 고양하지 못할 것"이라며 거부권 행사 결정은 지난 주말 동안 법률 전문가와 한 상의 결과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 법은 수정돼야만 한다"고 말했다.

두다 대통령이 개편안을 승인했다면 집권 법과정의당(PiS)은 대법원에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게 될 전망이었다. 이는 대법관 임명권을 독립적인 국가법원평의회(KRS·판사와 정치인 소수로 구성)에서 법무장관으로 이전하는 내용이 골자였는데, 사실상 대법원이 집권당 손에 들어가게 되는 셈이었다.

하지만 두다 대통령은 "법무장관이 대법원의 업무에 개입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전통 일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두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집권 PiS가 깜짝 놀랄 일이라고 AFP는 전했다. 그는 PiS와 가까운 동맹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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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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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주 동안 폴란드에서는 대법원 체제개편안에 반대하는 가두 시위가 계속됐다. 시민들은 전날 밤 대법원 바깥에서 촛불을 든 채 두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EU도 힘을 보탰다. EU 집행위원회는 폴란드의 의결권을 정지하는 이른바 '핵옵션'(nuclear option)을 발동하겠다고 엄중 경고했다. EU는 역사적으로 이 핵옵션을 단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다.

대통령 발표 직후 야권은 환영 의사를 밝혔다. 특히 시민들의 행동이 이번 거부권 행사를 불렀다는 평가가 잇달았다.

진보 성향 현대폴란드당의 카밀라 피호위츠 가시우크 의원은 "한치의 의심도 없는 옳은 결정"이라면서 "이는 시민들의 압박이 실제 통할 수 있다는 증거"라고 환호했다.
icef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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