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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사설 속으로] 한겨레·중앙일보, '내년 최저임금 확정’ 사설 비교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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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김보일 배문고 국어교사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한겨레 사설] 최저임금 7530원, 후속대책이 관건이다

내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7530원으로 결정되며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현실화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2020년 달성’ 공약을 지키려면 매해 15.7%씩 상승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긴 했었다. 그럼에도 최근 5년 새 평균 인상률이 7.42%이고 물가상승률이 연 1~2%대임을 고려하면 인상률 16.4%는 파격적인 수치다. 정부가 16일 곧바로 지원대책을 내놨지만,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 쪽은 어려움을 호소한다. 대책의 치밀한 시행과 시급 1만원까지의 중장기 로드맵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번 최저임금 결정은 여러모로 이전과 달랐다. 거의 매해 최저임금위원회 막판에는 노동자 쪽 또는 사용자 쪽 위원들이 반발해 퇴장하고, 공익위원들이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해 결정하는 일이 반복됐다. 올해는 중간에 진통이 있었지만 노사가 끝까지 함께해 위원 전원의 투표로 결정했다. 2008년 이후 9년 만이다. 처음 양쪽의 간극은 컸지만 15일 밤 최종수정안에서 노동자 쪽 7530원, 사용자 쪽 7300원으로 230원까지 간격이 좁아진 것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대선에서 모든 주요 후보들이 시기엔 차이가 있지만 ‘1만원’을 약속한 데에 이어, 우리 사회에서 최저임금 문제에 대한 공감대가 커진 것이라 볼 수 있다. 노동자 쪽 위원이 적극적으로 소상공인·영세업체 대책을 요구하는 등 최저임금이 ‘을과 을’의 싸움이 되어선 안 된다는 논의가 확산된 것도 성과다.

물론 시급 7530원은 월 157만3770원(월 209시간)으로 1인가구 표준생계비 월 216만원에 비하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인간다운 삶이 가능한 수준으로서’ 최소한의 임금인 최저임금이 사용자 상황 위주로 결정되어선 안 된다. 하지만 최저임금 미만 노동자의 68.2%가 소상공인과 10인 미만 영세중소기업에 몰려 있다는 현실 또한 외면할 순 없다.

정부는 이들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고용 감소를 막기 위해 최근 5년 평균 인상률을 웃도는 인건비 인상분을 직접 지원하겠다며 이를 3조원으로 추산했다. 얼추 200만명 이상 규모다. 여기에 신용카드 수수료 개선 등 각종 불공정행위 시정으로 1조원 이상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지속가능성과 이런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내 산업구조를 바꿀지 여부다. 정부의 직접지원으로 이들이 급격한 비용 증가에 적응하며 체질을 바꿀 시간을 벌어줄 순 있지만 무한정 계속될 순 없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분수효과’를 일으켜 소득주도 성장을 견인하고 소득 양극화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적잖다. 실제 이런 효과가 나려면 정부가 이번만큼은 상가임대차 공정화, 프랜차이즈 합리화 등 근본적 구조를 해결하겠다는 자세로 나서야 한다. 최저생계비의 객관적 산정과 업종별 차등지원 등 최저임금 산정 및 결정 방식에 대한 개선 논의도 시작할 때다.





[중앙일보 사설] 최저임금 충격, 한국경제가 견뎌낼 수 있나

내년부터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인상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그제 공익위원·근로자위원·사용자위원 27명이 모두 참석하는 전원회의를 열고 표결까지 한 결과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6470원)보다 16.4% 인상하기로 했다. 이는 2020년 1만원까지 올리겠다는 정부 목표에 따른 올해의 최대 인상률(15.7%)까지 뛰어넘은 수준이다.

이번 결정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파장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경제 전반에 깊고 넓은 충격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사업 규모가 작고 취약한 개인사업자일수록 그렇다. 가게 문을 닫는 영세상인이 속출할지 모른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이번 시급 인상으로 편의점 가맹점주 수입이 9% 감소할 것이라고 한다. 매출 2% 증대 전제 아래에서 이번 일로 인건비가 오른다고 가정한 결과다.

취약계층 근로자 입장에서도 일자리가 줄 수 있어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고용노동부 자료를 토대로 추정한 결과 최저임금이 10% 오르면 고용은 주당 44시간 일자리 수 기준으로 1.4%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과 고졸 이하, 청년층과 55세 이상 중고령층, 근속기간 3년 이하 근로자나 29인 이하 사업체일수록 일자리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영세업체일수록 무거워진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고 비정규직을 비롯해 고용 조건이 취약한 근로자부터 내보낼 가능성이 크다.

정부도 시급 인상 후폭풍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어제 일요일인데도 새 정부 첫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해 즉각 후속대책을 논의했다. 우선 종업원 30인 미만 사업체는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7.4%)을 넘어서는 추가적 최저임금 인상분을 재정 지원해 주기로 했다. 아파트 경비원을 비롯해 취약계층의 사회보험료 지원도 확대된다. 이에 따라 국민 세금으로 부담할 재정은 연간 4조원+α에 달한다.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신용카드 수수료도 최대 1.3% 낮추기로 했다.

문제는 일자리 및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동력인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가 미지수라는 점이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최하위 1분위 소득계층의 경우 임금소득이 전체 소득의 14%에 불과하다. 최저임금을 올려도 소득격차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 반면 최저임금 인상은 전반적인 인건비 상승으로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이번 결정으로 최저임금에 영향을 받는 근로자는 전체 임금근로자의 24%로 늘어난다. 급등한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9급 공무원 1호봉 기본급을 추월한다. 물가상승이 불보듯 뻔하다.

더구나 이런 속도로 최저임금을 올리면 납품·협력 업체로의 비용 전가 현상이 우려된다. 정부는 이런 부분까지 세심하게 살펴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탈원전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 시도하는 또 하나의 거대한 정책실험이 됐다. 부작용을 줄일 수 있도록 사후 관리를 치밀하게 해나가야 한다.



[논리 대 논리]

한겨레 “‘상가임대차 공정화’ 등 한다면 효과 날 것”…중앙 “문 닫는 영세상인 속출할지도”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11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60원 오른 시간당 7530원으로 결정했다. 이는 올해보다 16.4% 인상한 것으로 2001년 이후 17년 만에 최대의 상승폭이다. 최저임금을 연평균 15.7%씩 올려 2020년에는 최저임금을 1만원에 맞추겠다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은 “(최저임금) 1만원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저임금 인상은 가뜩이나 어려운 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영환경을 심각히 악화시키고 일자리에도 막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반발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성명을 내어 “당장 내년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추가 부담할 인건비가 15조2천억원”이라며 영세한 중소상공인들은 줄도산하거나 인력을 감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임금 부담이 커지자 정부는 16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최근 5년간 평균 인상률(7.4%)을 초과하는 인상분은 재정에서 직접 지원하는 방안, 최저임금 상승에 따라 부담이 증가하는 사회보험료의 지원 규모 확대 방안, 자영업자 임차인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 보증금·임대료 인상률 상한선(현재 9%)을 낮추고, 계약갱신청구권(세입자의 재계약 요구권) 행사 기간도 현재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방안, 자영업자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낮추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결정과 관련한 중앙과 한겨레의 시각 차이는 사설의 제목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최저임금 충격, 한국경제가 견뎌낼 수 있나’가 중앙의 제목이고, ‘최저임금 7530원, 후속대책이 관건이다’가 한겨레의 제목이다. 중앙은 이번 최저임금 인상 결정이 한국 경제에 충격을 줄 것으로 우려하는 반면, 한겨레는 적절한 후속대책이 보완된다면 최저임금 인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경제 전반에 깊고 넓은 충격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이번 최저임금 인상을 바라보는 중앙의 시각이다. 중앙은 시급 인상으로 편의점 가맹점주 수입이 9% 감소할 것이라는 자료를 인용하며, 가게 문을 닫는 영세상인이 속출할지 모른다고 우려를 표시한다. “영세업체일수록 무거워진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고 비정규직을 비롯해 고용 조건이 취약한 근로자부터 내보낼 가능성이 크다”는 구절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상승이 고용 축소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이른바 ‘최저임금의 역설’을 지적하는 대목이다. 현재 월 순수익이 100만원이 채 되지 않는 생계형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약 112만명, 31.6%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중앙의 지적은 결코 귓등으로 흘려들을 말은 아니다.

과거의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노동자 쪽 또는 사용자 쪽 위원들이 반발해 퇴장하고, 공익위원들이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해 결정하는 일이 반복됐지만 올해는 노사가 끝까지 함께해 위원 전원의 투표로 결정됐다는 사실, 또한 최저임금 1만원은 지난 대선에서 모든 주요 후보들의 공통된 대선 공약이었고 우리 사회에서 최저임금 문제에 대한 공감대가 커졌다는 사실 등을 하나하나 지적하며 한겨레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 결정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시급 7530원은 월 157만3770원(월 209시간)으로 1인가구 표준생계비 월 216만원에 미치지 못하므로 최저임금 인상은 인간다운 삶의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그 긍정적 의의를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 한겨레의 입장이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최저임금 인상은 문재인 정부의 근로자 임금 수준을 끌어올려 소비를 촉진하고 성장을 견인하겠다는 ‘소득주도 성장’ 모델을 구현하는 정책 수단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나 중앙은 일자리 및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 동력인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가 ‘미지수’라고 의구심을 표한다. 더구나 최저임금을 올려도 소득격차 완화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으며, 최저임금 인상은 인건비 상승을 불러와 물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음을 우려한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납품·협력 업체로의 비용 전가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도 지적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비를 촉진하고 성장을 견인하겠다는 ‘소득주도 성장’은 하나의 ‘실험’일지도 모른다고 중앙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인다. 중앙이 “부작용을 줄일 수 있도록 사후 관리를 치밀하게 해나가야 한다”는 주문을 덧붙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한겨레의 의견은 중앙과 다르다. “최저임금 인상은 ‘분수효과’를 일으켜 소득주도 성장을 견인하고 소득 양극화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적잖다”라는 구절이 그것이다. 그렇다고 한겨레가 최저임금 인상의 미래를 낙관하는 것만은 아니다. 한겨레가 덧붙이는 단서조항은 이런 것이다. “상가임대차 공정화, 프랜차이즈 합리화 등 근본적 구조를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적극적 자세다. 이미 정부는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 지원대책’을 발표하며, 자영업자 임차인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 보증금·임대료 인상률 상한선을 낮추고, 계약갱신청구권(세입자의 재계약 요구권) 행사 기간도 현재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방안, 프랜차이즈 본부(갑)의 보복행위로부터 가맹점(을)을 지키기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해자가 고의적·악의적·반사회적 의도로 불법행위를 한 경우 피해자에게 입증된 재산상 손해보다 훨씬 많은 금액의 배상을 하도록 한 제도)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후속 조치가 적절히 따라줘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의 숨통을 틔워줄 때만이 최저임금 인상이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제대로 하리라는 것이 한겨레의 전망이다.

김보일 (배문고 국어교사)

[추천 도서]

한겨레

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안규남 옮김, 동녘 펴냄, 2013년


경제성장은 어떤 문제든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고, 소비는 인간이 추구하는 행복을 충족시키는 길이며, 불평등은 자연적인 것이고, 경쟁은 사회 질서를 재생산하는 데 필요충분조건이라는 생각에 저자는 이의를 제기한다. 부자들의 부의 증가는 부와 소득의 위계에서 아래쪽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고사하고 부자들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에게조차 낙수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개인의 이윤 추구가 동시에 공익을 위한 최선의 메커니즘을 제공한다는 주장은 사실상 거짓으로 밝혀졌다고 저자는 말한다. 책은 성장의 논리가 무엇을 간과하고 있는지를 성찰한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낙수효과와 분수효과


낙수는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분수는 밑에서 위로 솟구친다. 낙수효과란 고소득층과 부유층의 소득이 늘어나면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 경기가 부양되고, 전체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하면서 저소득층에게도 혜택이 돌아가 소득 양극화가 해소된다는 견해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낙수효과를 전제로 한 경제성장 전략은 거꾸로, 소득 양극화와 중산층의 붕괴를 가져왔다. 이에 낙수효과를 폐기하고 분수효과를 꾀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했다. 부유층의 세금은 늘리고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을 늘리면 소비 증가를 가져올 것이고, 소비가 늘어나면 생산투자로 이어져 경기가 부양될 것이라는 생각이 분수효과의 요체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도 이에 바탕을 두고 있다.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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