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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답변 거짓이면 사퇴하겠나” 추궁에…즉답 회피한 아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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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 스캔들’ 증언… “관여한 바 없다” 기존 주장 되풀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최근 급락한 지지율 회복을 위해 24일 국회에 출석해 ‘가케 학원’ 특혜 논란에 대해 직접 해명했다. 그는 “전혀 관여한 바 없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자신의 친구가 이사장인 가케 학원이 ‘국가전략특구’ 제도를 통해 52년 만에 수의학부 신설 허가를 받은 것과 관련해 “압력을 행사하거나 이를 의뢰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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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내 친구와 관련된 일이므로 의혹의 눈이 (나에게) 쏠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지금까지 답변에서는 그런 관점이 부족했다”며 “항상 정중하게 설명하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책임 문제에 대해서는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최대 야당인 민진당의 다마키 유이치로(玉木雄一郞) 간사장 대행이 “지금 답변이 허위라고 나중에 밝혀지면 책임을 지고 총리직을 사임하겠느냐”고 묻자 아베 총리는 “나는 총리로서 책임을 갖고 답변하고 있다”며 원론적 답변을 했다.

그동안 가케 학원 문제에 대해 “일방적 의혹에 불과하다”, “인상 조작이다” 등의 말을 쏟아내며 불성실한 답변 태도를 보였던 아베 총리가 이날 몸을 낮춘 것은 자신의 정치적 입지가 급격히 좁아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2차 집권 이후 70% 안팎을 유지하던 내각 지지율은 최근 20%대까지 급락했다.

아울러 지방 선거에서도 아베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이 연패에 빠지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2일 도쿄도의원 선거에서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 지사가 이끄는 도민퍼스트회에 밀린 자민당은 역대 최소 의석을 확보하는 역사적 참패를 기록했다. 23일에는 미야기현 센다이시 시장 선거에서 자민당과 공명당이 지지한 후보가 민진당 등 야당이 지원한 후보에게 무릎을 꿇었다. 자민당은 민심이 떠나고 있는 증거라며 이번 선거 결과를 도쿄도의원 선거 못지않게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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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4일 ‘가케 학원’ 특혜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위해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도쿄=교도연합뉴스


그러나 아베 총리 측은 이날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야당 의원들의 질문 공세에 “문서가 남아있지 않아 확인할 수 없다”, “기억이 없다” 등의 답변을 남발해 의혹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했다는 평가다.

참고인으로 나온 마에카와 기헤이(前川喜平) 전 문부과학성 사무차관은 지난해 이즈미 히로토(和泉洋人) 총리보좌관이 “총리가 직접 말을 하지 못하니 내가 대신 말한다”며 가케 학원의 수의학부 신설 허가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참고인으로 처음 국회에 출석한 이즈미 보좌관은 “그런 말을 한 기억이 없다”고 부인했다.

방청석을 찾은 도쿄 분쿄구의 한 주민(77)은 정부의 설명에 대해 “추궁하는 쪽은 증거 서류가 있는데, 문서를 폐기했다거나 기억이 없다고 하는 아베정권의 대응은 진지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며 “신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아베 총리는 25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도 출석해 가케 학원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도쿄=우상규 특파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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