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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고개숙인 민주당 "추경 표결 불참의원 전수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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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족수 미달로 표결 지연’ 사과/추미애 “본의 아니게 당원에 상처”/ 우원식 “한국당 탓 안해… 나의 책임”/ 26명 경위·소명 듣고 징계 논의/‘與 자세 결여’비난에 바짝 엎드려/‘증세 전쟁’ 동력 잃을라 빠른 대처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의결정족수 미달로 표결 지연 사태가 벌어진 것에 대해 24일 고개 숙여 사과했다. 지도부는 나아가 당의 기강을 잡겠다며 본회의 불참의원 26명을 대상으로 불참 사유 전수조사를 벌이고, 회기 중 해외출장 금지 검토 방침을 밝히는 등 잇단 강수를 뒀다. 국회에서 벌어질 ‘증세 전쟁’을 앞두고 당내 문제로 개혁 동력을 잃을 순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추 대표는 “의회 운영의 기본인 정족수 관리를 제대로 못 해 많은 질타를 받아야 했다”며 “본의 아니게 지지자·당원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드린 점을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도 “국회의장과의 약속(표결 참석)을 어긴 자유한국당 탓은 안 하겠다”며 “책임은 전적으로 저에게 있다”고 밝혔다. 이후 무거운 분위기속에 진행된 비공개회의에서는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일보

“사죄 드립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운데)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추경안 처리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 26명이 본회의에 불참한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민주당은 ‘투톱’의 사과에 더해 당 차원의 책임 있는 조치를 모색하고 나섰다. 이날 회의에서는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와 김민기 수석사무부총장을 필두로 의원 26명의 불참 경위·소명을 듣고, 26일 징계 여부를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후 페이스북에도 사과 글을 올리며 “앞으로 회기 중 국외출장 금지 등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이같이 바짝 엎드린 데에는 추경 표결 지연에 대한 당 안팎의 비난 여론이 심상치 않음을 감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원·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민주당에는 ‘나약한 여당’, 불참의원들에게는 ‘여당 자세 결여’라는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이전의 인사청문회 난항까지 그간 꽉 막힌 국회 운영을 우 원내대표의 ‘협상력 부재’ 탓으로 돌리며 쌓였던 불만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형국이다.

국회가 본격적인 증세 논의 길목에 들어선 것 또한 당 지도부의 재빠른 사과 배경으로 지목된다. 그간 민주당이 ‘촛불 정부’를 내세우며 강행이 필요한 부분에는 ‘국민적 지지’를 앞세워 밀어붙인 만큼 여야 이견이 첨예한 증세 논의 또한 여론의 굳건한 지원 없이는 돌파하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추경 표결 불참의원들은 이날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저마다 불참 사유를 밝히며 용서를 구했다. 기동민 의원은 “이유 불문하고 깊이 사과드린다”고, 강훈식 의원은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일부 불참의원은 이번 사태를 지도부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이용득 의원은 페이스북에 예약된 효도관광을 취소할 수 없었다고 밝혔지만 이에 당원들의 비판이 쏟아지자 “제가 이번에 지도부의 어설픈 당 조직 관리로 좋은 경험을 했다”고 비꼬며 네티즌들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결국 이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개인 일정으로 나름 문제가 없을 것이라 예상했던 것이 제 불찰이었다”며 사과했다.

이동수 기자 samenumb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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