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미국과 FTA 비공식 협상 개시

EU 공식 탈퇴 전까지 개별 협정 맺을 수 없어
美 협상팀 노련해 당할 수도

영국이 미국과 비공식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나서지만 장애물이 너무 많아 전망은 매우 어둡다고 CNN머니가 23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우선 영국은 2019년 3월 유럽연합(EU)에서 공식 탈퇴하기 전까지는 개별 협정을 맺을 수 없다는 EU 규약에 묶여 있고, 미국과 협상에 나서도 협상인력 부족으로 노련한 미국 협상팀에 질질 끌려다닐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어렵사리 협상 세부안에 합의한다 해도 미국의 조건을 들어주다보면 영국내 반발을 잠재우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주인이 된 이후 영국과 FTA를 우선 과제로 끌어올렸고,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미.영 FTA를 토대로 영국이 세계의 무역 중심국가로 부상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충고다.

영국 서섹스대의 피터 홈스는 24일 영국 대표단의 미국 방문으로 양측의 비공식 무역협상이 시작되지만 그 범위는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면서 "상당한 장애물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가 끝나야 영국이 외국과 정식 협정을 맺을 수 있다는 점이다. EU 규약에 따라 영국이 EU에서 완전히 분리되기 전에는 영국은 외국과 새로운 조약을 맺을 수 없다. 현재 시간표로는 브렉시트가 완성되는 시기는 2019년 3월이다.

게다가 영국은 이 기간 미국과 협상보다는 최대 교역파트너인 EU와 협상에 주력해야 한다. 최고 협상팀은 이 문제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이 협상에서 영국이 관세동맹으로 남을지 여부 등이 결정되기 때문에 다른 나라와 무역협상은 EU와 협상이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낸 이후에야 가능하다.

영국이 막상 협상을 시작하면 노련한 미 협상팀에 농락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지적된다.

브렉시트가 마무리되면 영국은 EU를 통해 맺은 협정 600여개를 새로 협상해야 한다. 미국과 협정도 34개다. EU가 아닌 영국이 나서 각국과 재협상을 해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협상인력이다.

영국은 EU 회원국으로 지난 30년간 협상에 나서지 않았고, 관련 인력은 소수만 남겨뒀을 뿐이다. EU 협상 전문가들이 모든 협상을 대신했기 때문이다.

협상 전문 인력 부족은 영국에 악몽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세인트갤런대의 사이먼 이브넷 교수는 "영국 무역협상팀이 요령을 익히는 가장 거친 방법으로 미국과 협상 외에 다른 방법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면서 "(영국에)신의 가호가 있기를 빌 뿐"이라고 말했다.

노련한 미 협상팀에 경험없는 영국 협상팀이 농락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영미 FTA 협상과정에서 미국보다는 영국이 몸이 닳아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불리하다.

미국은 단일 국가로는 영국에 최대 수출시장으로 영국 수출품의 20%가 미국에 수출된다. 연간 교역규모는 2350억달러(약 261조원)에 이른다.

그러나 미국으로서는 영국이 그렇게 우선순위가 높은 교역상대국이 아니다. 중국, 캐나다, 멕시코, 일본, 독일에 이어 6번째에 불과하다.

FTA에 따른 시장개방이 영국내 거센 반발을 불러 일으킬 가능성도 높다. 영국보다 훨씬 덩치가 큰 EU조차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온건한 자유무역주의자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시 FTA를 추진했지만 내부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영국은 이보다 더 큰 미국의 시장개방 압력을 받아야 하고, 내부 반발 역시 그 때보다 훨씬 더 거셀 전망이다. 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당수가 영국내 반발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미 영리 의료법인의 공격에서 영국의 공공의료부문을 지켜내겠다고 다짐한 상태다. 공공서비스, 소비자보호, 안전 등 공공의료 부문 문제를 타결해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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