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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14개 대기업 만나는데… 오뚜기도 부른 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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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으론 유일… 비정규직 비율 0.7% '착한 기업' 이미지]

- 文대통령, 27~28일 기업인과 대화

일자리 창출·상생 잘하는 기업과 목표미달 기업 등 두 그룹 나눌듯

중견기업 오뚜기 포함과 관련… 재계 "무언의 압박 아니겠나"

조선일보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27~28일 이틀간 청와대에서 일자리 창출과 상생 협력을 주제로 기업인과 만찬을 할 예정이라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23일 밝혔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기업인들과의 첫 공식 간담회다. 청와대는 이날 공식 브리핑에선 총수가 참여할지 전문 경영인이 참여할지 "정해진 것은 없다"고 했지만,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기업 총수가 감옥에 가 있거나, 몸이 불편한 경우가 아니라면 총수들이 오셔서 대통령과 소통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했다. 또 간담회를 2개 그룹으로 나눠서 하는 걸 두고 기업에선 "상생 협력이 잘되는 기업과 안 되는 기업으로 나누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박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이번 기업인과의 대화에서는 심도 있는 토론을 위해 (기업을) 2개 그룹으로 나눠 이틀간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참석 대상 기업은 삼성, 현대·기아차, SK, LG, 롯데, 포스코, GS, 한화, 현대중공업, 신세계, KT, 두산, 한진, CJ, 오뚜기다. 정부 측에서는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최종구 금융위원장 등이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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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뚜기 함영준 회장


특히 기업 중 비정규직 비율이 낮고 정규직 전환 비율이 높은 점 등이 반영돼 이번 간담회에 참여하게 된 오뚜기가 관심이다. 오뚜기는 삼성, 현대·기아차 등 대그룹 외에 중견기업으로 유일하게 참석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재계 순위로는 100위권 밖이다.

하지만 높은 정규직 비율과 거액의 상속세 납부 등 오뚜기의 '착한 기업' 이미지 덕분에 특별히 참석 기업 명단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오뚜기 창업자인 고(故) 함태호 명예회장이 작년 9월 별세하자 함영준 회장 등 후손들은 1조6500억원 규모 주식을 상속했고, 1500억원 정도 상속세를 내기로 했다. '사람을 비정규직으로 쓰지 마라'는 함 명예회장의 경영철학도 뒤늦게 화제가 됐다. 대형마트에 파견된 시식 사원까지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오뚜기는 지난해 기준 전체 직원 3142명 중 22명만을 비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있다. 비정규직 비율이 0.7%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참모 회의에서 오뚜기를 참석 대상으로 선정하자는 이야기가 중복으로 나왔다"며 "대통령이 직접 선정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한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이틀간 참석 기업을 나누는 기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문 대통령이) 일자리 창출, 상생 협력을 잘하는 기업은 격려를 하고 목표한 만큼 성과에 도달하지 못한 기업들엔 당부를 하게 될 것"이라며 "그런 것들을 기준으로 나눠 보려고 한다"고 했다. 이 때문에 "사실상 기업들을 (상생 협력을 기준으로) '우열반'으로 편성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후 다른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다시 브리핑을 갖고 "참석 기업 대상을 '잘한다' '못한다' 식으로 이분법적으로만 나누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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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맨오른쪽)이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 워싱턴을 방문했을 당시 수행한 경제인들과 차(茶)담회를 갖고 있다. 왼쪽부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문 대통령.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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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곧이어 또 다른 관계자는 "오뚜기는 첫날 그룹에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결국 오뚜기랑 같은 날 불려지느냐 아니냐가 중요하게 됐다"는 말도 나왔다. 재계 관계자는 "(오뚜기를 넣은 건) 대기업을 모아놓고 일자리 창출이나 상생 협력에 대한 무언의 압박을 가하겠다는 의도가 아니겠느냐"며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한계가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내에서는 반대로 상생·협력에 문제가 있는 기업들과 오뚜기를 같은 그룹에 넣어 초청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간담회는 '그룹 집중 토론' 형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변인은 "과거엔 대통령과 식사 자리를 하다 보면 서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못하고 식사라는 격식에 맞춰서 형식적 대화로 흐른 측면이 있었다"며 "실제로 그룹별로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도록 하는 형식으로 실질적 대화를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이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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