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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월성 1호기 멈춰도 당장은 전력 괜찮아 … 문 정부 뒤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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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정책 예정대로 지속할 경우

2031년까지 발전설비 총 29기 폐지

2025년 이후 새로 1만1200㎿ 필요

신재생에너지로 대체 땐 비용 급증

LNG 발전은 연료 공급 리스크 커

중앙일보

경북 경주의 월성 원전 1호기 모습. 1982년 가동을시작했고 설계수명은 30년이었다. 하지만 2015년원자력안전위원회의 재가동 결정으로 2022년 11월까지 운영된다. 이에 반발한 지역주민과 시민단체가 제기한 소송이 진행 중이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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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원전 5, 6호기에 쏠려 있던 탈(脫)원전 정책 논란이 월성 1호기로 확대됐다. “월성 1호기도 (가동) 중단될 수 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21일 발언 때문이다.

월성 1호기가 멈추면 전력 수급엔 이상이 없을까. 전력거래소와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월성 1호기의 발전용량은 679㎿다. 전체 발전설비 용량의 0.7% 수준이다. 전력 사용이 많은 여름철에도 전력예비율은 보통 11% 정도라 공급량이 충분하다는 게 한수원 등의 설명이다.

여기에 월성 1호기를 제외하고 향후 5년 내 설계수명이 다해 가동이 멈추는 원전은 1기도 없다. 같은 기간 10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가동을 중단하지만 총 설비용량은 3345㎿다. 반면에 5년 이내 완공돼 가동을 시작하는 발전소는 원자력 3기(4200㎿), 석탄화력 7기(6774㎿), 액화천연가스(LNG) 5기(2461㎿)다. 지난달 기준 국내 발전소 총 설비용량은 약 11만㎿다. 5년 후 발전 설비용량은 현재보다 약 10% 증가하는 셈이다. 정부와 환경단체 등은 이런 점을 들어 월성 1호기가 가동을 중단하고, 공론조사로 신고리 5, 6호기(2800㎿) 건설이 백지화돼도 전력 공급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본다.

문제는 탈원전 정책이 지속할 경우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새 정부 에너지 정책(안)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의 탈석탄·탈원전 정책에 따라 2031년까지 총 29기(2만8500㎿)의 발전설비가 폐지되면 2025년 이후 최소 1만1200㎿의 신규 발전설비가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원전 1기의 발전용량이 1000~1200㎿인 걸 고려하면 2025년 이후 원전 9~11기 정도의 발전설비가 필요한 셈이다. 석탄화력과 LNG 발전의 발전용량은 1기당 500~1000㎿ 정도다. 폐쇄 예정 또는 폐쇄 여부를 논의하는 설비엔 신고리 5, 6호기를 포함한 신규 원전 8기(총 1만1600㎿), 설계수명 만료 원전 11기(9200㎿), 노후 석탄화력 6기(3600㎿), 신규 석탄화력 4기(4200㎿) 등이 포함됐다.

국책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도 지난달 20일 원전과 석탄발전 비중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20%까지 확대하면 발전 비용이 2016년 대비 약 21%(약 11조6000억원) 증가한다고 전망했다. 이런 예측을 들어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 등은 2029년 전기요금이 40%까지 오를 것이라고 주장한다.

탈원전 찬성 측은 이런 전망엔 기술발전을 통한 발전 단가 변화,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세제 개편 등 정부 정책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 처장은 “전기료 급등, 전력 부족 예측은 대부분 2016년 기준 발전 단가를 2029년까지 동일하게 적용한 것”이라며 “매년 감소하는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나 줄어드는 전력 수요 등은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근 공개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전력 수요 전망치 초안에선 2030년 전력 수요가 7차 때보다 1만1300㎿(11.3GW)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여기엔 4차 산업혁명 등의 변수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박호정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전기자동차나 인공지능(AI) 기술 보급은 임계점을 넘으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전력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자력과 석탄발전 비중이 줄어듦에 따라 증가할 LNG발전의 연료 공급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박호정 교수는 “중동산 LNG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크고, 미국산 LNG는 계약 구조가 복잡하다”며 “LNG 가격 변동 리스크 완화가 에너지 다변화의 큰 과제”라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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