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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야당에 표 달라던 여당, 추경 표결 때 26명 해외·지방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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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회의 불참 민주당 의원 사유 보니

해외체류 24명 중 18명 포럼 등 출장

6명은 효도관광 등 개인적 용무

국내 있던 2명은 강연·아들면회

문희상 “집권당 기본이 안 된 것”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천신만고 끝에 2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오히려 후폭풍이 불었다.

민주당은 이날 국민의당·바른정당·정의당의 협조를 얻어 추경안을 본회의 표결에 부치는 데까지 성공했지만, 자유한국당이 본회의장에서 집단 퇴장하면서 의결 정족수(재적 의원 과반 150석) 미달 사태라는 복병을 만났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는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소속 의원 120명 중 김부겸·김영춘·김현미·도종환 의원 등 입각한 장관들까지 총동원했지만 본회의에 불참한 민주당 26명의 ‘구멍’이 컸다.

중앙일보

추경안 처리라는 숙제를 완료해 놓고도 여당 원내 지도부는 23일 고개를 숙였다.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당 소속 의원 모두가 본회의에 참여하지 못한 것은 매우 유감이고 국민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본회의에 빠진 민주당 의원 26명에게 모두 연락해 불참 사유를 들어봤다. 26명 가운데 24명(92.3%)이 본회의 당일 해외에 머물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국회 상임위나 각종 포럼 등 의원 모임의 공식 해외 출장을 떠난 경우가 18명이었다. 6명은 개인 일정으로 해외에 나가 있었다. 이용득 의원은 “장인·장모를 모시고 유럽 효도여행을 떠났다”고 했다. 김영호·황희·홍의락 의원은 ‘개인 업무’를 이유로 각각 중국·유럽·미국에 체류 중이었다. 기동민·전현희 의원은 “우원식 원내대표에게 미리 보고한 후 출국했다”고 말했다.

나머지 2명은 본회의 당일 국내에 있었다. 송영길·우상호 의원은 각각 “광주 강연이 있었는데, 취소 후 돌아오는 길에 본회의가 끝났다” “한국당이 표결에 참여하기로 했다는 얘기를 듣고 군 복무 중인 아들 면회를 갔다”고 해명했다.

반면 일본에서 머무르고 있던 국회 한·일의원연맹 소속 김해영·노웅래·오영훈·유승희 의원 등은 당의 긴급 호출에 따라 본회의 전날 밤 귀국 비행기에 올라 추경안에 찬성표를 던져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당내 ‘정치개혁 준비된 민주당 권리당원 모임’은 22일 성명서를 내고 표결 불참 의원들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원내수석부대표 출신의 정성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회기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불참한 의원들이나 표결 참석을 거부하는 자들이나 눈 뜨고 볼 수 없는 작태들”이라고 비판했다.

문희상 의원도 “추경안 처리 과정은 집권 여당으로서 기본이 안 된 문제점을 노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제1야당이 국회의장의 중재를 받아들여 본회의 참여 의사를 밝힌 상황이라 정족수 문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며 “이젠 (한국당의) 어떤 약속도 믿을 수 없게 됐지만, 그런 상황까지 살피지 못한 것은 제 불찰”이라고 말했다.

여당이 결정적인 순간 ‘성원 부족’으로 애가 탄 사례는 이번만이 아니다.

집권 여당의 ‘원내 전략 미스사(史)’ 가운데 대표적인 게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이 여당이던 시절이다.

2008년 9월 11일 당시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추경안 처리가 무산되면서 사퇴 의사를 밝힌 적이 있다. 당시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반대 속에 추경안 처리를 시도했다. 그런데 본회의에 앞서 열린 예결특위에서 한나라당 소속 의원 29명 중 7명의 불참으로 의결 정족수(과반 26명)에 미달했다. 이에 의원 1명의 사·보임(의원 상임위를 바꿈)을 통해 겨우 정족수를 채웠으나 예결위 가결처리 뒤에야 사·보임 문서가 접수된 것으로 나타나 법적 시비가 일어났고, 다음 날 새벽까지 이어진 본회의에서 추경안 처리에 실패했다.

김형구·김록환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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