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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최영진의 내 인생의 책] ①스피노자(윤리학)와 순자(荀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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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을 잇는 동서의 철학



동서양의 문화가 밀접히 섞이고 있다. 책도 동서양의 책들을 비교하며 읽는 것이 좋다. 인간이 자연을 보는 생각, 이와 연관된 인간 본성에 대한 생각은 모든 철학의 기초를 이룬다.

순자와 스피노자는 2000년의 차이를 두었지만 놀랍게도 동일한 사상 체계를 동서양에 전한다.

스피노자는 “신(神)과 자연은 동일한 것이고, 정신과 육신도 하나”라는 사상을 1677년에 발간된 윤리학에 썼다. 서양인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선언이었다. 스피노자가 살던 시대의 서양 사람들은 정신적인 신이 자연과 인간 사회를 지배한다고 믿었다. 서양 사람들은 스피노자를 “무신론자, 사탄 같은 인간, 세상에서 태어난 가장 악질적인 철학자” 등으로 규탄했다. 그러나 속으로는 스피노자를 존경하고 철학을 배우는 사상가가 많았다.

19세기 이후 헤겔, 아인슈타인 등은 공개적으로 그를 평가했다. 스피노자를 연구한 사람 중에는 스피노자와 동양 자연철학의 유사성을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서양 사람에게는 경이로운 스피노자지만, 동양인에게는 어려운 내용이 아니다. <순자> 17권 천론(天論)이나 23권 성악(性惡)을 읽어 보자. “하늘은 한번 만든 법을 바꾸지 않는다. 기우제를 지내지 않아도 비는 온다. 인간사회의 질서와 무질서는 하늘이 만든 것이 아니다. 인간은 모두 같은 욕망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러나 태어난 후 그 욕망이 발전하는 방향은 다르다. 그것은 자신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 순자가 기원전 4세기에 쓴 철학을 읽어보면, 스피노자의 윤리학을 읽는 것 같다.

서양의 ‘초자연적인 종교’와 동양의 ‘자연철학’은 동서양 사상체계를 구분하는 기초다. 서양 사람들이 <도덕경>이나 <논어> 등 동양 철학을 이해하기 힘들면 입문서로 <스피노자>를 읽어야 한다. 동양 사람도 서양의 종교개혁이나 계몽시대를 이해하려면 <스피노자>와 <순자>를 비교해서 읽어야 한다.

<최영진 | 전 주미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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