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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400년 전통방식으로 만든 ‘김부각’…구글 입맛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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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의 한 유통업체 매장 판매대에 하늘바이오가 우엉·김·다시마·연근·미역·고추·사과 등을 재료로 만든 한국 전통 간식인 부각 스낵들이 진열돼 있다.   하늘바이오 제공

“귀사가 김부각을 우리 구글 직원들의 간식으로 납품해줄 수 있겠습니까.”

경남 거창군 남상면에 있는 작은 전통식품기업 (주)하늘바이오에 얼마 전 이런 소식이 날아들었다. 한국인이 조상 대대로 즐겨온 간식인 부각이 세계적 정보기술(IT) 기업 직원들의 입맛까지 잡는 순간이었다. 부각은 김·다시마·미역·연근·깻잎 등에 찹쌀 풀을 발라 말린 뒤 기름에 튀긴 음식이다.

한국인의 간식이 세계적 IT기업 직원들을 매료시키기까지는 시골마을에서 우리 전통음식의 맛을 묵묵히 이어온 식품명인 오희숙씨(62)와 그의 남편 윤형묵 사장(66)의 분투가 있었다.

6년 전 윤 사장은 부인이 만든 부각을 들고 미국 땅을 밟았다. 첨가물을 넣지 않고 최고의 재료로 최상급 맛을 내는 자사의 부각이 미국 시장에서 충분히 통할 것으로 자신했다. 윤 사장과 오씨는 파평 윤씨 집안에서 400년 전부터 내려오는 전통방식의 양념으로 부각을 만들었다. 윤 사장은 이 부각을 미국에서 열리는 각종 식품전시회에 잇따라 내놓고 홍보했다. 한국의 부각은 미국 쪽 바이어와 일반 소비자로부터 ‘고급 순식물성 스낵’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스낵’ 등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미국에서 열린 애너하임자연식품박람회와 지난달 뉴욕국제식품박람회에서 하늘바이오 제품에 대한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애너하임박람회에서 하늘바이오의 부각은 ‘어린이들에게 가장 좋은 스낵’과 ‘기자들이 뽑은 최고의 스낵’으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뉴욕국제식품박람회에서는 한국형 디저트 문화가 큰 관심을 끌었고, 그 중심에 김·미역 등 해조류를 먹기 좋은 간식으로 바꾼 하늘바이오의 부각 제품이 있었다. 당시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한국의 농·공·상 융합형 중소기업 제품의 미국 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 마련한 홍보관인 ‘한국카페(Korean Cafe)’에는 관람객과 바이어들이 대거 몰렸다. 행사기간 내내 하루 700인분 이상 김부각 등이 동이 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 박람회에서 하늘바이오는 미국 유수의 유기농 마켓인 홀푸드의 전국 점포에 제품을 납품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계약 규모는 277만달러(약 30억원)에 이른다. 연간 매출(50억원)의 절반이 넘는 규모의 수출계약을 이루어낸 하늘바이오는 영국 등 유럽은 물론 호주 시장 문도 두드리고 있다. 구글 쪽에는 미국 바이어를 통해 납품하기로 했다.

뉴욕국제식품박람회를 계기로 (주)신궁의 전통한과, (주)문경오미자밸리의 오미자음료 등 한국의 5개 기업 제품도 미국 진출에 발판을 마련했다. 한국의 다양한 전통먹거리들이 국제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는 얘기다.

윤 사장은 “해조류 등을 이용해 만든 부각은 재료나 제조법 측면에서 세계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우리 고유의 것”이라면서 “우리 먹거리가 갖고 있는 힘을 그대로 살린 것이 이번 ‘대박’의 비밀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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