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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부자증세’ 추미애 증세안···문재인 정부 ‘중부담 중복지’ 물꼬 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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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법인세·소득세 증세 제안은 증세액 자체보다는 문재인 정부의 증세논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고소득법인과 고소득자 등 부자증세를 우선 추진토록하면서 추후 보편적 증세를 할 명분을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이후 증세 논의를 극도로 꺼리면서 ‘중부담-중복지’ 실현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왔다.

■추미애안 얼마나 더 걷을 수 있나

더불어민주당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추 대표의 제안처럼 과표 5억원 초과 소득자에 대해 세율을 현행 40%에서 42%로 올릴 경우 1만8000여명으로부터 5000억원 가량을 더 걷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됐다. 또 과표 2000억원 초과 기업의 법인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3%포인트 올리면 120여개 기업이 3조원 정도의 법인세를 더 내야 한다. 결국 이번 조치로 추가 조달하게 되는 재원은 연간 3조5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문 정부 5년간 17조5000억원 규모다.

추미애 증세안은 민주당이 대선 초기에 검토했던 안과 비교해 보면 여전히 미약한 수준이다. 당초 소득세의 경우 과표 3억원 초과자에 대해 42% 세율을 부과하고, 법인세도 과표 500억원 이상 기업에 대해 세율을 25%로 올리려 했다. 당초 민주당은 초고소득자에 대한 과세부담을 현실화하고 감세특혜를 누려온 대기업에 대해 과세를 적정화하기 위해 이같은 세제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중산층 근로소득세와 담배세 등을 인상해 ‘서민 증세’라는 비판을 받았던 것을 감안하면 가장 담세력(세금을 부담할 능력)이 큰 사람에게 먼저 증세를 하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법인세 인상은 찬성파와 반대파를 모두 고려한 현실적인 타협안으로 불확실성을 줄인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 증세안도 나올까

일단 법인세·소득세에서 증세 물꼬가 트이면 추가 증세 방안도 검토될 전망이다. 민주당이 당초 대선공약에서 세법개정을 통해 조달하겠다고 밝힌 재원 규모는 5년간 31조5000억원이었다. 이중 비과세·감면 축소로 확보하는 세입이 4조5000억원이고, 나머지 27조원은 증세였다. 세목별로 보면 법인세 정상화가 18조2000억원으로 가장 컸고 이어 고소득자 과세강화가 6조2000억원으로 많았다. 상속·증여세 강화(1조1000억원), 자본이득과세강화(1조5000억원)등이 뒤를 이었다.

또 민주당은 소득세·법인세 인상과 함께 상속·증여 신고세액 공제율 축소(현행 7%→3%), 1000억원 이상 초과 기업의 최저한세율 축소(17%→19%) 등도 검토했다. 이런 조치를 통해 최종적으로는 조세부담률을 문재인 대통령 임기내에 21%까지 올리려 했다. 2015년 기준 한국의 조세부담률(명목GDP에서 차지하는 조세총액)은 18.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33위에 불과하다. 조세부담률이 가장 높은 덴마크(49.5%)는 물론이고 OECD평균인 25.1%에 한참 못미친다. 조세부담률을 3%포인트 끌어올려면 매년 45조원 가량을 더 걷어야 한다. 추 대표안의 예상 세수입(3조5000억원)보다는 13배 가량 많은 규모다.

민주당 공약으로 최종 채택은 되지 못했지만 자문교수단에서는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 과세 강화, 이자와 배당소득의 종합과세 전환, 고가 주택 매매시 1가구 1주택자도 양도소득세 과세, 경유·중유·유연탄세 인상, 소액주주의 양도차익과세,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인상 등이 국민개세주의(모든 국민은 적은 금액이라도 세금을 내야한다는 원칙)에 따라 제안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부담-중복지의 길이 열릴까

증세가 필요한 이유는 ’중복지’로 가기 위해서는 ’중부담’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이 “언제까지 표걱정을 하면서 얘기를 안할꺼냐”고 말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당장 최저임금 지원을 위해 정부는 4조원의 추가 부담이 생겼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릴 경우 정부의 추가지원은 불가피해 보인다. 증세없는 재원방안에 실망했던 재정·복지 전문가들은 청와대와 민주당의 움직임에 기대를 나타냈다.

이상이 제주대 교수는 “증세를 지금하느냐 내년 지방선거 이후에 하느냐를 놓고 청와대가 고민한 것 같다”며 “인수위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보고에는 증세가 빠졌지만, 공론화를 거쳐 증세로 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내고 “국민들에게 더 나은 복지를 약속했다면, 그에 걸맞는 현실적인 재원마련 방안인 증세와 관련해서도 솔직하게 국민들에게 이해와 합의를 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법인세의 정상화,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 자산에 대한 과세 강화 등 공평과세를 통해 조세정의를 실현하고 복지를 실질적으로 확대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병률·김원진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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