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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단독] 문 대통령 “이적행위 비리” 지적한 수리온, 이틀 뒤 100대 국정과제 모범사례로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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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방산비리 떠오른 KAI 헬기

탁현민이 주도해 준비한 행사서

국방분야 성과물 영상으로 나와

중앙일보

지난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100대 국정과제 대국민 보고대회’홍보영상에 등장한‘수리온’헬기.해당 기종은 최근 감사원의 감사 결과 대표적 방산비리의 사례로 지적됐다.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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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타이에 무선 마이크 그리고 청바지….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100대 국정과제 대국민 보고대회’는 형식의 파격으로 관심을 모았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넥타이를 매지 않은 양복 차림으로 밝게 웃으며 행사의 격식을 깼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날 행사에는 ‘불청객’이 있었다. 바로 1조2000억여원을 들여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한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이다.

문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적폐와 부정부패 청산을 위한 조치도 시작했다”며 “대통령 주재 ‘반부패 관계기관 협의회’를 다시 가동하고 ‘방산비리 근절 관계기관 협의회’를 운영하여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겠다”고 말했다.

인사말 직후 청와대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와 성과를 담은 85초짜리 영상을 상영했다.

그런데 청와대는 영상에서 국방 분야의 성과물로 수리온 헬기를 내세웠다. 수리온을 설명하는 자막은 ‘전쟁의 공포 없는 평화와 번영을 누리는 나라’였다. 그러고 난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장면을 제시하며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 ‘나라를 나라답게 국민과 함께 갑니다’는 자막이 이어졌다.

수리온은 최근 감사원이 감사를 통해 대표적인 방산비리의 전형으로 ‘낙인’찍은 헬기다. 지난해 3월 미국에서 실시된 결빙시험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아 납품이 중단됐다가 4개월 만에 장명진 전 방위사업청장의 승인으로 재개된 과정을 두고서다. 감사원은 장 전 청장 등 3명을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 요청한 상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수리온의 사례를 들며 “방산비리는 단순 비리를 넘어 안보에 구멍을 뚫는 이적행위”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장 전 청장이 제출한 사표를 즉각 수리했다.

결국 이날 청와대가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수리온을 등장시킨 것은 대통령의 인식과 반대로 ‘이적행위’의 핵심으로 지목된 수리온을 국방 분야의 모범사례로 소개한 셈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행사는 탁현민 행정관이 전권을 쥐고 준비했다”며 “행사 자체에 대해서는 호평을 받았는데…”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참석했던 탄도미사일 ‘현무2’ 등 문 대통령의 국방정책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다른 사례가 충분히 많은데 세심한 측면이 조금 부족했던 것 같다”고 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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