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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단독] 내집마련용 적격대출 소득제한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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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정부’ 4년간 74조 대출 불구 / 소득별 대출 통계 조차도 없어 /“서민위한 정책 모기지 취지 무색 / 고소득층 주택투자 이용돼” 비판

세계일보

박근혜정부 4년간 ‘적격대출’ 판매액은 74조3000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보금자리론’ 판매액은 64조원이다. 둘 모두 정부가 재원을 마련해 싸게 공급하는 주택담보대출, 이른바 ‘정책모기지’다. 수혜자는 주로 무주택 서민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억대 소득자들도 버젓이 정책모기지 혜택을 누렸다. 둘 모두 소득제한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혈세를 담보로 고소득자들의 주택투자를 도와준 것이나 다름없다.

앞으로는 고소득자들이 정책모기지 혜택을 누리지 못할 것 같다. 보금자리론은 이미 올해 들어 부부합산 7000만원으로 소득요건이 신설됐다. 이와 달리 적격대출은 지금도 소득 제한이 없는데, 앞으로 소득요건이 생길 전망이다. 오는 8월 가계부채 종합대책 발표를 앞두고 정부는 다시 정책모기지 개편을 검토 중인데, 적격대출의 소득요건 신설도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0일 “적격대출을 받는 이들 중 억대 연봉자가 굉장히 많다”면서 “정책금융으로 그런 사람들에게까지 혜택을 주는 것이 맞느냐는 문제의식이 있다”고 말했다. “충분히 민간 금융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고소득자들마저 조금 더 낮은 금리 혜택을 보자고 정책모기지로 몰리고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세계일보

이 같은 정책모기지 쏠림현상은 혈세로 부자를 돕는 역설적 현상 말고도 몇가지 부작용을 초래한다. 민간 모기지시장 위축과 주택금융공사의 리스크 증대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책모기지 쏠림현상을 방치하다가는 한국판 프레디맥, 패니매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고 말했다. 프레디멕, 패니매는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사태를 촉발한 미국 국책 모기지 기관이다.

그동안 보금자리론이나 적격대출은 서민들의 내집 마련을 돕는다는 정책모기지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고소득층의 주택투자에 활용된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보금자리론의 경우 2013∼2016년 4년 동안 연소득 7000만원(개인기준) 초과 소득자에게 7조2000여억원이 공급됐다. 같은 기간 공급된 보금자리론 57조2000여억원 중 13%가량이 고소득자에게 돌아간 것이다. 적격대출 역시 고소득자들이 상당한 혜택을 본 것으로 추정되는데, 여기엔 소득별 대출 통계조차 없다. 적격대출 채권을 사들이는 주택금융공사나 대출해 주는 은행이나 차주의 소득 통계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어차피 소득제한이 있는 정책모기지가 아니어서 따로 소득통계를 집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적격대출은 국민의 내집 마련과 가계부채 구조 개선을 위해 정부가 설계한 장기고정금리대출상품으로 시중은행이 판매한 뒤 바로 주택금융공사에 대출채권을 파는 구조다. 시중은행으로선 대출해 주고 채권을 팔기만 하면 되는, 리스크가 전혀 없는 상품이다.

정책모기지 소득요건 신설은 최종구 금융위원장 취임으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최 위원장은 지난 19일 취임식에서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빚 권하는 폐습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부채 확대로 단기적인 호황을 유도하는 ‘소비적 금융’은 더 이상 바람직하지 않다”고도 했다. “빚내서 집 사라”는 박근혜정부 단기부양책 폐기 선언인 셈이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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