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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증세 토론장 된 경제장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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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김부겸 행자 “증세 필요” 물꼬 트자

장관 4명 “증세 공론화해야” 동조

2명은 “동의하나 국민지지가 우선”



“해내지도 못하는 지하경제 양성화 같은 얘기 말고, 소득세율 조정 등 증세 문제를 갖고 정직하게 얘기하고 국민 토론을 요청해야 한다.”(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가 예기치않게 ‘증세 논의’ 토론장으로 변모했다. 앞서 19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복지정책 등의 확대 방침에도 불구하고 증세 방안은 전혀 포함시키지 않으면서, 박근혜 정부의 ‘증세없는 복지’ 기조를 답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 직후에 벌어진 일이다.

원래 이날 회의에선 다음주 발표될 ‘경제정책방향’에 관련된 내용이 주요하게 논의될 예정이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고용노동부, 교육부, 환경부, 보건복지부 등 주요 부처 장관들이 두루 참석하는 회의였다. 이날 ‘증세 토론’의 물꼬를 튼 것은 김부겸 행자부 장관이었다. 김 장관은 “대통령이 후보 시절, 소득세 최고구간을 조절하겠다고 했고 법인세율도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관련된 방안이) 너무 약한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며 “국민에게 우리 경제 현실을 정확히 알리고 좀 더 나은 복지를 하려면 형편이 되는 쪽에서 소득세를 부담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를 정직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표 걱정한다고 증세 문제 얘기 안하면서 복지는 확대하는 상황이 계속 이어질 수는 없지 않느냐”고도 말했다.

전날 국정기획위는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를 추진하기 위한 재원조달 계획으로, 세수 자연증가분과 세출 구조조정을 위주로만 제시했다. ‘증세없는 복지’ 기조와 차별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자, ‘실세 장관’이 앞장서 증세 논의를 공론화하자는 돌직구를 날린 셈이다. 증세를 통한 조세부담률 인상 없이는 복지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문재인 정부 내부에서도 터져나오는 모양새다.

다른 부처 장관들의 동조 발언도 이어졌다. 이날 회의에서 발언자 가운데 4명은 증세에 동의하고 공론화 필요성을 주장했고 또다른 2명은 기본적으로 증세 필요성에 동의하지만 새 정부 국정방향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지지도 확산이 우선돼야한다는 신중론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 참석한 관계자는 “김부겸 장관이 작심한 듯 증세 논의를 시작해 상당히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시간 관계상 회의가 마무리 됐는데 (오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도 관련 논의가 이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증세 공론화의 필요성에 동조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김동연 부총리는 “법인세·소득세 문제는 굉장히 민감한 문제로 재정 당국이 여러가지 검토를 하고 있다”며 회의를 마무리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오는 23일 오후 경제현안 간담회를 열어 관련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김 부총리는 “경제장관회의는 격의없이 이야기하고 토론하는 자리”라며 “성장과 분배가 선순환하는 사람중심 지속성장 경제를 목표로 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를 앞두고 있는 만큼 (23일 간담회에서도) 활발한 논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현웅 김태규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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