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초등생에 성 소수자 혐오 내용 동영상 틀어준 어린이집···피해 학부모, “재발 방지책 마련하라”

댓글 6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대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봉사활동을 나온 초등학생에게 성 소수자 혐오 내용 등이 담긴 동영상을 보여준 것으로 드러나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대구 달서경찰서는 20일 아동학대 혐의로 대구 한 어린이집 부원장 ㄱ씨(53·여)와 교사 ㄴ씨(38·여)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20일 오후 성 소수자 혐오 동영상 피해를 입은 초등학생 학부모들이 대구 수성구 전교조 대구지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교육청 및 달서구청 측에 철저한 진상 조사와 재발 방지책 등을 요구하고 있다.|독자 제공

ㄱ씨 등은 지난달 7·14·21일 장애인 활동을 돕기 위해 어린이집을 찾은 초등학교 5~6학년 학생 18명에게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를 주장하는 내용이 담긴 동영상을 15~30분 가량 틀어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영상 속에는 에이즈 및 동성애 예방을 위해 동물이나 동성 간 성교를 묘사한 사진 등이 실려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에서 이들은 지난달 24일부터 9일간 성 소수자 인권 및 성적 다양성을 주장하는 ‘제9회 대구퀴어문화축제’가 열린 것을 계기로, (동성애) 인식 개선 교육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ㄱ씨 등은 초등학교 인솔 교사가 자리를 비우자 학생들을 데리고 별도의 공간에서 영상을 틀어줬다”면서 “특정 사진이 나오면 영상을 멈추고 구체적인 설명을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최근 ㄱ·ㄴ씨와 피해 학생 18명 전원에 대한 조사를 마쳤으며, 아동학대 등 구체적 적용 혐의에 대해 고민 중이다.

피해 초등학생 학부모 5명은 20일 오후 2시 수성구 전교조 대구지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교육청과 달서구청 측에 철저한 진상 조사와 재발 방지책 등을 요구했다.

학부모 ㄷ씨는 “동영상을 접한 아들이 불안장애와 분노조절장애 증상을 보여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해바라기센터 등에서 상담을 받았다”면서 “상황이 이렇지만 시교육청과 관할 구청은 제대로 된 후속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구시교육청 학교생활문화과 관계자는 “최근 해당 초등학교에 대한 감사를 벌여 인솔 교사를 보직해임하는 등의 조치를 내렸다”고 말했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아동학대 부분에 대해 행정적인 처분을 내릴 수가 없다”면서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게 되면 시설 및 교사에 대해 자격정지 등의 처분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
[카카오 친구맺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