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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첫 연출 정구호 “혹독한 신고식…결과로 보여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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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 야외오페라 '동백꽃 아가씨'

“한국色 입은 ‘라 트라비아타’

삭이는 감정 모던하게 표현할 것”

25억원 예산 투입·7000석 규모 야외공연

귀족→양반, 창녀→기생

외국에 역수출도 기대

내달 26~27일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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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정구호가 오페라를 한다고? 어떻게 하나 보자.” “기대되네.”

패션 디자이너 정구호(52)가 국립오페라단의 평창동계올림픽 기념 야외오페라 ‘동백꽃 아가씨’에 총연출을 맡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변 지인들을 통해 들은 공연계 반응이다.

정구호 연출은 “너무나 당연한 반응이다. (오페라계 외부에서 온 사람이기 때문에) 여러 우려의 소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새로운 도전에서 늘 그랬던 것처럼 결과로 보여주는 게 정답인 것 같다”고 허허 웃었다.

다만 혹독한 데뷔전을 치르고 있다고 했다. 국립오페라단에서도 최초로 시도하는 야외 오페라인 데다, 최근 사임한 김학민 전 국립오페라단 단장의 영향도 컸다. “워낙 관심이 있던 분야라 흔쾌히 ‘예스’했는데 신고식을 세게 치르고 있어요. 처음부터 (김학민 단장과) 같이 준비했던 터라 함께 마쳤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온 힘을 다해 열심히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최고의 전문가들이 함께 해줘 가능한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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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호표 오페라 탄생하나

정구호의 이번 도전은 ‘오페라’다. 여성복 브랜드 ‘구호’(KUHO)로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라는 명성을 얻은 그는 제일모직 전무, 휠라코리아 부사장 등을 거쳐 영화(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2003), 발레(국립발레단 포이즈·2012), 무용(국립무용단 묵향·향연|2013·2015) 등 장르의 경계를 넘나든다. 그가 연출과 의상을 진두지휘했던 ‘향연’은 2015년 초연 이래 3년 연속 전석 매진 행렬을 이어왔다.

이번에는 8월 26~27일 서울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공연하는 야외오페라 ‘동백꽃 아가씨’의 연출, 무대 및 조명 디자인을 맡았다. 제작비 25억원이 투입되는 ‘동백꽃 아가씨’는 베르디 걸작 ‘라 트라비아타’의 한국판 리메이크 버전이다. 배경은 조선 영·정조 시대로 바꾸고 제목·의상·대사에 한국적 색채를 담았다. 주인공인 귀족 청년과 고급창녀가 양반 자제와 기생으로 바뀌는 셈이다.

한국적 무대와 의상, 춤사위가 어우러져 전통적이면서도 세련된 종합예술을 선보이겠다는 포부다. 그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조선시대 ‘동백꽃 아가씨’로 재창작할 수 있는 건 한국 사람밖에 없고, 이러한 해석은 우리가 가진 권리라고 생각했다”며 “한국적 라트라비아타를 외국에 역수출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강조할 부분 역시 ‘한국적 정서’다. “한국적 색채가 두드러지는 작품이기 때문에 겉으로 강하게 드러나는 표현보다는 삭이는 감정, 톤과 자세, 옷고름을 활용한 동작들 정도만 지시하려고 합니다.” 야외 오페라라는 한계도 있다. 그는 “7000석 규모의 야외 공연이어서 마이크를 사용해야 하는 점은 아쉽지만 반면에 야외이기 때문에 도전할 수 있는 것들도 많다. 2시간 20여분의 공연시간도 원작보다 40여 분 줄이고 오페라 내용을 설명해 줄 수 있는 변사(辯士)도 추가해 스토리의 이해도를 높였다”고 했다.

다만 서양의 오페라에 한국의 옷을 입히는데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조선이라는 시대 배경을 접목하는 과정에서 얼만큼 한국적 이미지를 가져갈 것인가가 고민이죠. 너무 사극같아도 안되고 국제적 호소력이 있으면서도 한국적 미를 드러내야 하니까요. 한국적 모티브만 가져오고 굉장히 모던한 공연이 될 겁니다”.

△새로운 것에 계속 도전하는 이유

그는 바쁜 와중에도 서울패션위크를 이끌고 화장품기업과의 콜라보, 현대홈쇼핑 의류브랜드 작업을 해나가는 등 영화 각본, 미술 전시 등을 준비 중이다. 올가을엔 국립무용단과 춘향전의 현대무용 버전 ‘춘상’ 협업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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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행보에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평창동계올림픽 개·폐막식 총연출을 맡았다가 송승환 총감독과 불화설이 터지며 사임했고,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여파 속에 난데없이 ‘차은택 라인설’도 불거졌다. 그는 “자리나 타이틀에 대한 욕심이 없다. 공연예술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 큰 무대에 작품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선택한 일이지만 여러 의견 차이로 그만둔 것 뿐”이라며 “이번 일로 나는 참 정치적 백이 없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고 웃었다.

소위 돈 안되는 공연예술에 자꾸 도전하는 이유는 뭘까. 그는 “돈을 벌 생각을 했으면 순수예술을 좇지 않을 것”이라며 “패션의 규모가 커지면 시장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창작에 대한 갈증이 생긴다. 공연은 목마름을 채워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공연계에서) 할 수 있는 게 틀을 깨는 작업이다. 비전공자인 만큼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 고인물에서 시름시름 앓는 물고기들 사이 미꾸라지가 들어가 온통 활력을 불어넣는 모양이랄까. 내가 할 일은 바로 그렇게 정체된 문화예술 분야에 활력을 주는 일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오페라에 또 도전할 생각이냐고 물었더니 단번에 ‘오케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평가는 티켓이 얼마나 팔리고, 다음 공연에 얼마큼 러브콜이 오는지로 이뤄지겠지만 창작 오페라에도 욕심이 있어요. 그 분야의 대가가 되기 위해서는 절대 아니에요. 공연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단지 신선한 영향을 주었으면 합니다. 그뿐입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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