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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최저임금도 못주는 '동네 時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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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가게 100곳 조사 결과 3분의 1이 현재 시급 6470원 못미쳐

동네 점주들이 시급 결정… 지방은 5000~6000원 초반 많아

점주 "지금도 힘든데… 최저임금 급격히 높이면 범법자만 늘 것"

정부가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60원 오른 7530원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현실에서 임금은 업종별·지역별 편차가 있다. 본지가 16~17일 전국의 편의점·PC방·커피 전문점 등 영세업체 100곳을 직접 방문 또는 전화로 취재한 결과, 실질 시급을 결정하는 것은 정부의 '법정(法定) 최저임금'이 아니었다. 고용 수급과 주변 환경에 따른 '동네 시급(時給)'이 우선이었다.

서울 노원구의 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김모(24)씨는 지난달부터 시간당 5800원을 받고 일한다. 올해 최저임금(6470원)에 한참 못 미치는 돈이다. 점주는 "3개월 '수습 기간'이 지나면 최저임금에 가까운 돈을 주겠다"고 했다. 근로계약서는 쓰지 않았다. 최저임금법은 1년 미만 기간제 근로자의 경우, 수습 기간에도 최저임금을 무조건 보장해야 한다. 1년 이상 장기 계약일 때만 수습 기간(3개월 이내)에 최저임금 이하를 줄 수 있다. 단기 근로자의 임금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다. 편의점·식당 등의 아르바이트는 대부분 1년 미만 단기 계약이다. 하지만 김씨는 큰 불만이 없다. 그는 "이 동네 편의점 알바 중에서는 내가 제일 시급이 세다"며 "5800원 받는다고 하면 다들 놀란다"고 했다.

조선일보

無人주문기, 셀프 주유소… 고용 줄이는 자영업자들 - 17일 서울 종로의 한 쌀국수 식당에서 고객이 무인기로 주문하고 있다(왼쪽). 같은 날 서울 서대문구의 한 셀프 주유소에서도 손님이 직접 자신의 차에 기름을 넣고 있다. 식당과 편의점 등은 임금이 오르면 고용을 줄이기 위해 주문 등의 일을 자동화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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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으로 갈수록 시급은 더 낮았다. 광주광역시 북구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는 박모(25)씨의 시급은 4500원. 이달 초 가게 앞에 붙은 '시급은 협의 후 결정' 문구를 보고 면접을 봤다. 점주는 "사정이 어려워서 4500원밖에 못 준다. 이 동네 편의점 시급이 대부분 5000원대 후반인데, 우리는 손님이 없어 한가하다"고 했다. 박씨는 "평일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고 틈틈이 공부하면서 한 달에 100만원 남짓한 돈을 버니 대학생으로선 나쁘지 않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의 편의점 시급은 6700~ 7000원. 비슷한 일을 하고도 시급이 광주 북구와 1300원 가까이 차이 나는 것이다. 강원 지역 19곳의 시급은 5000~6100원 초반, 경남 통영은 5300~6000원 초반에 시급이 형성돼 있었다. 지역별 평균을 내보면 서울 강남 지역을 제외하고 모두 올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수치다. 통계청 조사 결과 2015년 기준으로 최저임금조차 못 받는 근로자는 총 223만명에 달했다. 본지가 취재한 편의점 등 업체 100곳 중 최저임금을 주지 않는 점포는 32곳(32%)에 달했다. 최저임금법을 어긴 범법자인 셈이다. 최저시급이 오르면 이 비율은 더 오를 수밖에 없다. 광주 전남대 인근의 한 편의점 점주는 "장사가 안 돼 시급을 올려줄 수 없다. 속절없이 나도 범법자가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슬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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