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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佛 합참의장 국방예산 삭감 '항명'…마크롱, 경질카드 '만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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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에 합참의장, 예산감축 소식에 "나를 엿먹이도록 놔두지 않을 것"

마크롱, 군수뇌부에 "나는 당신들의 상관…불명예스러운 행동 말라"

연합뉴스

프랑스 혁명기념일 군사퍼레이드의 마크롱 대통령과 빌리에 합참의장
[AFP=연합뉴스]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군 최고 사령관의 국방예산 감축을 둘러싼 감정싸움이 '항명 사태'로 치닫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의 긴축재정 방침을 두고 프랑스 군부의 불만이 팽배해진 가운데 최근 거친 표현을 써가며 대통령에게 항명한 합참의장이 곧 경질될 것으로 관측된다.

평소 장병들에게 SNS를 통해 메시지를 전해온 피에르 드 빌리에 합참의장(대장)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대혁명 기념일 샹젤리제 군사퍼레이드가 끝난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말미에 "다음번 편지의 내용은 보류해두겠다"고 밝혔다.

이제 사령관으로서 장병들에게 편지를 쓰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가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올해 국방예산 중 8억5천만 유로(1조1천억원 상당)를 집행하지 않기로 한 정부 방침에 반발해 사퇴를 고려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빌리에 합참의장은 이날 샹젤리제 거리의 대혁명 기념일 퍼레이드에서 군 사열용 지휘차량에 탑승한 마크롱 대통령의 바로 옆에서 자리를 지켰다. 웃고 있는 모습의 마크롱과 달리 그는 최근 대통령과 국방예산 감축을 둘러싼 감정싸움을 의식한 탓인지 매우 굳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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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프랑스 해군기지 방문해 경례 받는 마크롱
[AFP=연합뉴스]



프랑스 정부는 올해 재정적자가 유럽연합(EU)이 권고한 상한선인 국내총생산(GDP)의 3%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자 총 450억 유로의 긴축재정을 계획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국방예산 8억5천만 유로의 삭감이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 사헬지대에서 테러조직 격퇴전을 수행 중인 프랑스군의 수뇌부는 갑작스러운 예산 감축에 반발하고 있다.

특히 최고위 장성인 빌리에 합참의장이 총대를 메고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자 대통령이 작심하고 이를 비판하는 등 분위기가 험악해지고 있다.

평소 거칠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유명한 빌리에 대장은 지난 12일 정부의 안보 관련 회의와 하원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이렇게 나를 엿먹이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발언은 곧바로 엘리제 궁에 보고됐고, 일부 언론보도로도 알려졌다.

이에 지난 1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영접하기에 앞서 국방부를 찾은 마크롱은 군 수뇌부에 "나는 당신들의 상관"이라며 "(재정적자 감축) 약속을 지키겠다. 어떤 압력도 조언도 필요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모든 부처에 (지출 삭감) 노력이 필요하고 군도 마찬가지다. 정당한 지시이자 충분히 실행 가능하다면서 "이런 논의를 외부에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명예롭지 않은 행동"이라며 빌리에 대장의 행동에 쐐기를 박았다.

하지만 다음날 일간 르피가로에 '해외에서 테러 격퇴전을 벌이는 군의 상황과 현재의 예산을 둘러싼 문제 간의 간극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빌리에 대장의 주장이 보도되는 등 군의 반발은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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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군 합참의장 피에르 드 빌리에 대장
[EPA=연합뉴스]



그러자 마크롱은 최후 수단으로 합참의장 경질 카드를 꺼내 들었다.

주간지 '주르날 뒤 디망슈'의 15일자 인터뷰에서 "합참의장이 대통령과 의견이 충돌하는 문제가 있다면 합참의장을 바꾸는 수밖에 없다"고 밝힌 것이다.

정가에서는 빌리에가 대통령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는한 그가 사퇴를 발표하기에 앞서 마크롱이 먼저 경질을 전격발표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젊고 강인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과시하려고 핵미사일을 장착한 잠수함에 탑승하고 대규모 군사퍼레이드에 트럼프를 초청하는 등 군을 이용해온 마크롱이 정작 예산 삭감으로 군을 홀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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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핵잠수함 르테리블호 탑승한 마크롱 대통령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자크 시라크 대통령 재임 시 합참의장을 지낸 앙리 벵테제 예비역 대장은 르몽드에 "군은 통수권자의 권위에 복종해야 하지만, 군 최고 수뇌를 부하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그렇게 문제 삼을 수는 없다. 그런 방식은 흔적(부작용)을 남긴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예산 부족으로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병사가 (전장에서) 숨지면 모든 비난이 대통령에게 갈 것이라는 사실을 간과한 것 같다. 합참의장은 자기 본분에 충실했을 뿐"이라며 군을 옹호했다.

한 하원의원도 "취임 초 군을 위할 것 같이 립서비스를 했던 대통령에게 군인들이 속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마크롱은 지난 5월 취임 후 두 번째 방문지인 아프리카 말리의 프랑스군 기지에서 장병을 격려하며 "우리 군대를 지키겠다. 군에 대한 내 신뢰는 완전하다"고 밝힌 바 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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