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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피해’ 청주 가보니…“내 집이 사라졌어” 주민들 망연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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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미원면 옥화리, 운암리 등 농촌지역

산사태·도로 유실·농경지 침수 등 피해 급증

청주 도심은 거대한 텐트촌으로…가재도구 말려

오후부터 또 빗줄기 오락가락…주민 망연자실

엄청난 피해 속 주민들, 우수저류시설 무용지물 의혹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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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시 미원면 운암리 박장규씨가 17일 낮 수해로 집이 쓸려 내려간 현장을 가리키며 절규하고 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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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까지 여기에 내 집이 있었어. 40여년 전 손수 지은 내 집인데 이제 없어. 장독대도, 옷가지도 흔적도 없이 다 가져갔어. 이제 어디서 어찌 살아….”

17일 낮 충북 청주시 미원면 운암리 박장규(76)씨는 절규했다. 지난 16일 청주지역에 시간당 최고 91.8㎜, 하루 동안 290.2㎜가 내릴 때 그는 집을 잃었다. 사랑채 자리엔 큰 웅덩이가 생겼다. 이곳 토박이인 그는 달천천 운암교 옆에서 기와집을 짓고 살아왔다.

“대피 방송을 듣고 나왔더니 이미 달천천이 불었더라고. 겁이 나서 피했는데 3시간도 채 안 돼 마을을 싹 훑고 지나가더구먼. 아무것도 못 챙기고 생때같은 내 집을 잃었어….”

운암리는 마을 기능을 잃었다. 엄청난 물 폭탄과 함께 낙뢰가 마을 전신주를 때려 전기·전화가 끊겼고, 물도 나오지 않는다. 마을로 통하는 운암교는 뿌리째 떠내려온 아름드리나무와 쓰레기 등이 엉켜 통행이 중단됐다. 제법 높은 곳에 있던 마을회관마저 침수됐다. 마을 곳곳은 수마가 끌고 온 펄이 널려 장화를 신지 않고는 통행도 쉽지 않다. 30여가구 주민 30여명은 집을 잃고 이재민이 됐다. 대부분 70~80대 노인들이다. 모두 손수레를 들고 집안에 쌓인 흙을 퍼내느라 여념이 없다.

오후 들어 마을엔 다시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생수를 싣고 마을에 들어가려던 김장겸(49)씨가 진흙을 뚫지 못하고 승용차를 돌린다. 박씨의 사위다. “처가가 걱정돼서 왔어요. 참혹하네요.” 오후 들어 마을엔 경찰들이 들어와 손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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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태연(왼쪽) 청주시 미원면 옥화리 이장과 산림청 관계자들이 17일 낮 산사태로 무너진 집 등을 둘러보고 있다. 이곳에선 지난 16일 산사태가 나 이아무개씨가 숨졌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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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옥화리도 마찬가지다. 달천천 옥화대 등이 유명해 여름철 청주의 주요 관광지다. 신경식(62·물놀이 안전요원)씨는 “용소, 천경대 등 관광지 대부분이 피해를 봤다. 사람들 만나 피해 상황 묻기도 조심스러울 정도”라고 했다. 16일 산사태로 주민 이아무개(58)씨가 숨졌다.

이날 오후 산림청 관계자 등이 옥화리 일대 산사태 실태를 살폈다. 양태연(52) 옥화리 이장은 “인삼밭 등은 엄두도 못내고 먹을 물, 전기 등을 복구하는 데 손이 부족하다. 노인들이 많은데 자칫 전염병이라도 번질까 걱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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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 호우로 청주 도심이 텐트촌으로 변했다. 16일 오후 청주시 사천동의 주민들이 거리에 텐트를 설치한 뒤 저지대 침수 주택의 가재도구를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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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상가 침수가 많은 청주 도심은 거대한 텐트촌으로 변했다. 젖은 옷가지·이불·장롱·전자제품 등을 밖으로 끌어내 임시 보관하느라 설치한 것들이다. 청주 내덕동 등에선 주민들이 거리에 나서 물청소를 하느라 여념이 없다.

청주시의 부실 행정을 성토하는 주민 목소리가 쏟아졌다. 청주시는 2012년 내수지구, 2014년 개신지구, 2016년 내덕지구 등 3곳에 3만1700㎥ 규모의 우수저류시설(빗물 저장고)을 설치했지만 이번에 제 기능을 못했다. 청주시는 지난 14일 보도자료를 내어 “지난 1~11일 비 330㎜가 내렸지만 우수저류시설이 침수 예방에 한몫을 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내덕동 등 상습 침수지역은 이번에도 물피해를 피하지 못했다. 주민 유아무개(61)씨는 “우수저류시설이 제대로 가동된 것은 30분 남짓이다. 이후 물이 거리 등에 그대로 남아 주택·상가 침수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최성환 청주시 국가하천팀장은 “설계 기준인 시간당 80㎜ 호우를 넘어서는 비가 와 몇몇 지역에서 피해가 났다. 우수저류시설은 제대로 가동됐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안전처는 15~16일 중부내륙에 내린 집중호우로 청주에서 도로 보수를 하던 박아무개(50)씨가 과로로 쓰러져 숨지는 등 충북·경북에서 6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되고, 686채의 건물이 물에 잠겼으며 산사태 등으로 248가구 517명이 대피했다고 밝혔다. 농경지는 4962ha가 피해를 입었다. 충북도는 이날 충북을 찾은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청주 등을 재난지역으로 선포해줄 것을 건의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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