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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Tech & BIZ] 스마트폰·핀테크·인공지능… 20세기에 오늘을 미리 본 예언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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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앞서다

원격 의료 등 구체적으로 묘사하며

예측한 '빌 게이츠'

터치 스크린 예견한 '네그로폰테' 교수,

"미래, 알약 먹으면 지식 늘어나는 시대 올 것"

조선일보

모두가 “황당한 이야기”라고 웃어넘겼을 때 과학기술이 바꾼 오늘의 모습을 예견한 사람들이 있다. 윗쪽부터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 니컬러스 네그로폰테 교수, 아서 C. 클라크 SF 작가. 빌 게이츠는 18년 전 스마트폰의 등장을 예측했고, 네그로폰테는 33년 전 터치스크린의 도입을 예견했다. 클라크가 자신의 소설에 인공지능 컴퓨터가 조종하는 우주선을 등장시킨 건 49년 전이다. / 위키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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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일어날 일을 미리 알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타임머신이 영화나 소설의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것도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봤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먼 미래가 아닌 내일 일어날 일조차 짐작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여기 오래전 뛰어난 통찰력으로 오늘날의 모습을 정확하게 예측해낸 사람들이 있다. 점이나 종교의 힘이 아닌, 과학기술에 기반을 둔 아이디어와 상상력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다.

◇빌 게이츠의 유쾌한 선견지명

영국 경제전문지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지난 4일(현지 시각)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가 1999년 쓴 책 '@생각의 속도'에 적은 예언들이 매우 정확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유쾌한 선견지명"이라고 보도했다.

게이츠는 18년 전에 이 책에서 인터넷 혁명이 가져올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을 예견했다. 새로운 서비스들이 어떻게 실현될지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그는 '사람들은 소형장치를 들고 다니며 뉴스를 확인하고 예약한 항공편을 보며 금융시장 정보를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어디에 있든 지속해서 연락하고 전자 서비스를 수행할 수 있는 기계'라고 설명했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의 기능 그대로이다. 최초의 스마트폰인 애플 아이폰이 2007년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8년이나 빠른 예측이었다.

게이츠는 또 '자동으로 가격을 비교하는 서비스'가 미래에 구현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는 전 세계 수많은 포털사이트와 쇼핑몰에서 제공하는 가격 비교 기능으로 현실이 됐다.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청구서를 지불하고 재정을 관리하게 될 것'이라는 예언은 페이팔이나 모바일 은행 서비스 같은 핀테크(금융과 IT의 결합)로 보편화됐다. 게이츠의 미래 전망 중에는 현재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것도 있다. 게이츠는 '집이나 사무실에 있는 모든 장치가 스마트하게 연결돼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음식의 요리법과 사야 할 재료 목록까지 알려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구글·애플·삼성전자 등이 경쟁하고 있는 스마트홈이 구현하려는 목표를 18년 전 게이츠가 예견한 것이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게이츠의 예언들은 당시로서는 너무 과장되거나 말도 안 되는 얘기로 치부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세상은 게이츠의 예상대로 발전했다.

◇네그로폰테·아서 클라크… 시대를 앞서간 사람들

미래의 기술을 미리 본 사람은 게이츠뿐이 아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미디어랩 공동 창립자인 니컬러스 네그로폰테 교수는 1984년 지식강연 행사인 TED에 등장해 '다섯 가지 예측'을 발표했다. 그는 "마우스 대신 손가락을 입력 수단으로 사용하는 디스플레이 기술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터치 스크린을 예견한 것이다.

네그로폰테 교수는 이 강연에서 내비게이션과 키오스크(티켓을 발권하거나 노선을 안내해주는 기기)도 묘사했다. 모두 당시에는 상상하기 힘들었지만 오늘날에는 일반화된 기술들이다. 네그로폰테 교수는 지난 2014년 TED 강연에 다시 등장해 "미래에는 알약 형태로 만들어 먹기만 하면 지식이 늘어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황당한 얘기로 들리지만, 과거 네그로폰테가 보여준 통찰력이라면 무시할 수 없는 얘기이다.

세계적 공상과학(SF) 작가 아서 C. 클라크처럼 과학자들에게 영감을 주고 과학기술의 발전 방향을 제시한 사람들도 있다. 클라크는 1968년 우주선을 조종하는 인공지능 컴퓨터 '할'을 소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등장시켰다. 소설의 우주선은 목성의 중력을 이용해 토성으로 날아가는데, 10년 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보이저 1호가 이 기술을 사용했다. 클라크는 철저히 과학기술 지식에 기반을 둔 소설가였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공군의 레이더 담당 장교로 복무했던 그는 1945년 "지구 자전 속도와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정지위성 3개만 띄우면 지구 전체를 통신으로 연결할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그의 아이디어가 실현된 것은 1963년이었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은 "게이츠나 네그로폰테, 클라크 모두 과학기술의 발전에 상상과 통찰력의 중요성을 보여준 인물들"이라고 말했다.

◇1999년 빌 게이츠의 미래 예측과 2017년 현재

"자동으로 가격을 비교해주는 서비스가 나온다"

→ 인터넷 쇼핑몰의 가격 비교 서비스

"소형장치를 들고 다니며 뉴스를 확인하고 금융시장 정보를 얻는다"

→ 스마트폰

"인터넷을 통해 청구서를 지불하고 의사와 상담한다"

→ 핀테크와 원격 의료

"친구·가족과 각종 정보를 공유하는 개인용 웹사이트 나온다"

→ 소셜미디어

"스포츠 경기를 시청하면서 지인과 실시간 생방송으로 토론한다"

→ 인터넷 스포츠 중계


[임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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