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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삼성 경영권 승계 기회로 활용, 도와줄 것은 도와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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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범 ‘국민연금 의결권 외압 의혹’ 입증 내용 고스란히 담겨

문건 작성 시기는 미르·K재단 지원, 정유라 말 구매 때와 겹쳐



경향신문

대통령기록관 관계자가 14일 청와대 민원실에서 박근혜 정부 청와대 당시 민정비서관실에서 발견된 자료 목록을 살펴보고 있다.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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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14일 공개한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문건에는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등과 관련된 내용들이 담겨 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최순실 국정농단에 관여했을 개연성을 보여주는 자료들이다.

■ 삼성 경영권 승계 조직적 지원 정황

문건에는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지원방안’이 적혀 있다. ‘국민연금 의결권 관련 조사’라는 제목의 문건 위에 자필로 쓰여진 내용에는 ‘삼성 경영권 승계 국면’을 기회로 활용해 ‘삼성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파악하고 ‘도와줄 것은 도와주면서 삼성이 국가 경제에 더 기여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모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삼성의 당면 과제 해결에는 정부도 상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하다며 ‘국민연금기금 의결권 행사’를 예로 들었다. 국민연금은 2015년 7월 삼성물산 주총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건에 찬성표를 던져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당시 안종범 경제수석 등이 이 과정에 국민연금 측에 외압을 행사했을 것으로 여겨져 왔으나 민정수석실이 개입했다는 증거는 없었다.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대응’ ‘금산분리 원칙 규제완화 지원’도 적시됐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지분을 7.21% 보유하고 있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금산분리 규제 완화가 필요했다.

‘삼성이 국가경제에 기여한’ 방안이 무엇이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문건이 작성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인 2015년 삼성은 미르·K스포츠 재단에 막대한 지원금을 냈고,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아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독일산 말을 구매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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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단초

‘문화예술계 건전화로 문화융성 기반 정비’ ‘건전 보수권을 국정 우군으로 적극 활용’ ‘문체부 주요 간부 검토, 국·실장 전원 검증 대상’ ‘문화부 4대기금 집행부서 인사 분석’ 등 제목이 담긴 문건들도 있었다. ‘문화예술계 건전화’라는 말에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문화예술계 내에 좌파들이 포진해 있다는 인식이 담겨 있으며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으로 이어지는 동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또 ‘문체부 간부 검증’은 노태강 당시 문체부 체육국장 등이 박근혜 대통령에 의해 “나쁜 사람”으로 몰려 옷을 벗었던 정황도 뒷받침한다.

■ 세월호, 간첩사건 수사에 관여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자필 메모로 추정되는 문건에는 ‘간첩사건 무죄판결’ 다음에 ‘간첩에 관대한 판사, 차제에 정보·수사 협업으로 신속 특별형사법 입법, 안보 공고히’라는 내용이 나온다. 국가정보원이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를 간첩으로 몰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한 사건에 무죄 판결이 내려지자 한 보수 언론이 이 판결을 비판한 점을 거론하며 청와대의 대응 방향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법원 사찰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리기사-남부고발-철저수사 지휘 다그치도록’에는 세월호 사건의 한 유가족이 대리운전기사와 시비가 붙은 사건과 관련해 당시 서울남부지검에 철저히 수사 지휘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또 ‘전교조 국사교과서 조직적 추진-교육부 외 애국단체 우익단체 연합적으로 전사들을 조직, 반대선언 공표’ 메모는 우익단체 관제 데모를 청와대가 독려했음을 보여준다. 문건에는 이 밖에도 ‘전경련 부회장 오찬 관련’ ‘경제입법 독소조항 개선 방안’ ‘6월 지방선거 초반 판세 및 전망’ 등이 있다.

<손제민 기자 jeje1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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