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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분석] 靑 문건, 박근혜‧이재용 뇌물죄 '스모킹 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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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경영권 승계 도와 줄 것은 도와주라"

청와대가 14일 전격 공개한 박근혜 청와대 민정수석실 문건에는 박근혜 정부가 삼성의 경영권 승계 문제에 깊숙하게 관여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관련 기사 : 靑 민정수석실 문건 발견…삼성 경영권승계 관여 내용 파장)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민정비서관실 공간을 재배치하던 중 7월 3일 한 캐비닛에서 이전 정부 민정비서관실에서 생산한 문건을 발견했다"며 "자료는 회의문건과 검토자료 등 300종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문건은 정본과 부본, 한 내용을 10부 복사한 것을 묶은 자료 등이며, 내용별로는 수석비서관회의 자료, 2014년 6월 11일부터 2015년 6월 24일까지 장관 후보자 등 인사자료, 국민연금 의결권 등 각종 현안 검토자료, 지방선거 판세 전망 등 기타자료들이다.

이 가운데 삼성 경영권 승계 의결권을 가지고 있는 국민연금 관련 자료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죄 재판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만한 자료로 보인다.

문건에는 "삼성 경영권 승계→기회로 활용.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 도와줄 것은 도와주면서 삼성이 국가경제에 더 기여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모색. 삼성의 당면 과제 해결에는 정부도 상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대응. 금산분리 원칙 규제 완화 지원"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는 청와대가 삼성의 경영권 승계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국민연금공단을 동원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에 찬성 결정을 내리도록 지시한 직접적 정황으로 해석될만하다. 청와대의 삼성 경영권 승계 개입 여부는 이재용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뇌물죄 재판의 핵심 사안이다.

그동안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에 국민연금공단의 도움을 기대하고 430억 원대 자금을 박 전 대통령 측에 전달한 것으로 보면서도, 이 과정에 청와대의 직접적 개입을 입증할만한 '스모킹 건'을 제시하지는 못한 상태였다. 특검팀의 활동 기한에 청와대 압수수색이 무산되는 등 증거 확보 작업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합병안에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복지부가 삼성 합병을 지원한 사실은 드러났지만, 이 과정에 청와대의 명백한 지시와 개입이 있었는지, 또한 삼성 그룹의 청탁이 있었는지 등에 관해선 물적 증거가 충분치 않았다.

게다가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 혐의를 다루고 있는 재판부가 박 전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상세하게 기록한 이른바 '안종범 수첩'에 대해 진술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아 뇌물죄 성립 여부가 어두워졌다는 전망을 낳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 발견된 민정수석실 문건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뇌물죄를 입증하는 데 중요한 연결고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이 문건을 대통령 기록물이 아니라고 보고 사본을 검찰에 제출했다.

이밖에도 문건에는 "문화예술계 건전화로 문화융성 기반 정비, 건전보수권을 국정 우군으로 적극 활용, 문체부 주요 간부 검토" 등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된 내용도 포함돼 있다.

고(故)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자필 메모로 추정되는 메모에는 "대리기사 남부 고발 철저 수사 지휘 가르치도록"이라는 내용이 적혀있다. 박 대변인은 "이는 당시 세월호 유가족 대책위 대리기사 폭행 사건 관련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전교조 국사교과서 조직적 추진. 우익단체 등 우익적으로 전사 조직. 반대선언 공표"라는 내용의 메모도 포함돼 있었다.

청와대는 해당 문건을 우병우 전 수석이 만들었다고 단정하지는 않았으나, 민정비서관실에서 발견된 점 등을 미루어 볼 때, 당시 민정비서관이던 우 전 수석의 관련 여부도 밝혀질지도 주목된다. 우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 사건과 관련해 불구속 기소 상태이지만, 뚜렷한 증거가 없어 혐의 입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프레시안

▲ 고 김영한 민정수석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메모.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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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 임경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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