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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J report] 폭풍전야 가상화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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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사업자 분열 가능성에

한달 새 고점 대비 25% 떨어져

신규 조달된 자금 8000억 훌쩍

이더리움은 ‘물량 폭탄’에 발목

거래소 잇따라 해킹, 급등락 반복

‘투자 위험성’ 불거지며 입지 흔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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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판 ‘튤립 버블’ 붕괴인가. 가상화폐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

가상화폐 정보업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12일 오전 2시 15분(현지시간) 1비트코인당 2272달러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12일에는 3020달러까지 치솟았다. 고점 대비 25% 하락했다. 한국 시간으로 13일 오후 6시 현재 2406달러에 거래 중이다. 시가총액 2위 가상화폐인 이더리움의 낙폭은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고점(6월 12일 414달러) 대비 반 토막 났다. 지난 11일(현지시간)에는 183달러까지 떨어졌다. 현재는 211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한 달 만에 분위기가 180도로 바뀌었다. “닷컴 버블을 연상시킨다”(블랙록)는 비관론에서부터 “추가 상승 전 하락일 뿐”(골드만삭스)이라는 해석까지 다양하다. 전에 없던 시장이니 명확하게 이유를 설명하긴 어렵지만,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시장 급락의 이유를 3가지로 정리했다.

◆‘맏형’ 비트코인 쪼개질 위기=급등 뒤엔 급락이 따른다. 가상화폐 시장은 올해 들어 많이 올랐다. 최근 급락했다고 하지만 연초와 비교해 비트코인은 두 배, 이더리움은 20배 넘게 올랐다.

시장의 열기가 식는 데는 이유가 있다. 냉매가 필요하다. 가상화폐 시장의 냉매는 비트코인 분할 이슈다.

중앙일보

[그래픽 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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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을 둔 가상화폐다. 블록체인은 모든 정보를 데이터센터 등 중앙서버에 보관하는 인터넷과는 달리 거래기록(블록)이 생성되는 순간 모든 참여자가 이를 나눠서 보관하는 구조다. 비트코인은 1초당 평균 7개의 거래 내역을 처리할 수 있다. 비자카드가 초당 5만6000개의 거래 내역을 처리하는 것과 비교하면 성능이 떨어진다. 게다가 최근 이용자가 급증했는데 하루 20만여건의 송금도 처리하지 못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블록 용량을 늘려야 한다. 해결책은 ‘세그윗(SegWit)’이다. 기존 처리용량 1MB를 2MB로 늘리는 작업이다. 컴퓨터로 치자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쯤으로 이해하면 된다.

그런데 세그윗에 반대하는 세력이 등장했다. 수백만 달러를 들여 중국에서 ‘서버 농장’을 운영하는 채굴업자다. 세그윗을 하게 되면 편법으로 채굴량을 늘려왔던 종전의 기술을 쓸 수 없어 수익성이 떨어진다. 개발자들은 다음달 1일 세그윗을 시행하기로 했다. 채굴업자들이 반대할 경우엔 비트코인이 올드와 뉴 버전으로 쪼개진다. 이렇게 쪼개진 두 종류의 화폐를 재평가하는 과정에서 비트코인 시장 전체가 충격에 휩싸일 수 있다. 앞서 3월 비트코인 분할 이슈가 불거졌을 때에도 비트코인 가격은 10일 만에 25% 급락했다.

8월 1일 세그윗 실행(비트코인 분할)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나 분할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발을 빼기 시작하면서 값이 떨어졌다. 가상화폐의 ‘맏형’ 격인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하니 가상화폐 시장 전체에 대한 투자 심리도 얼어붙었다. 가상화폐 시장에서 비트코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육박한다.

◆ICO 열풍에 공급 폭탄 터져=‘가상화폐공개(ICO, Initial Coin Offering)’란 새 가상화폐를 만든 기업이 자사의 암호화 기술 등을 투자자들에게 공개해 투자금을 모으는 방법이다. 주식시장에 기업을 공개하는 것(IPO, Initial Public Offering)과 비슷하다고 해서 ICO라는 이름이 붙었다.

ICO가 올해 러시를 이뤘다. 미국의 블록체인 조사기관인 ‘스미스+크라운’에 따르면 올해 ICO로 조달된 자금은 7억6102만 달러(약 8650억원)로, 지난해 연간 조달액 1억252만 달러의 7배에 이른다.

문제는 ICO의 자금 조달이 주로 이더리움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ICO에 참여하고 싶은 투자자는 시장에서 이더리움을 사서 발행 기업에 투자자금으로 내야 한다. 곧 ICO가 잇따른다는 얘기는 시장에서 이더리움 수요가 늘어난다는 의미다. ICO 정보를 제공하는 토큰마켓에 따르면, 6월 한 달 동안 이뤄진 ICO만 30건에 육박한다. 그런데 ICO가 끝나면 이더리움으로 투자금을 모은 발행 기업은 이를 현금화해 기술 개발에 써야 한다. 시장에서 이더리움을 내다 판다는 얘기다.

국내 3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원의 차명훈 대표는 “단순히 말해 대규모 ICO가 예정돼 있으면 ‘사자’는 사람이 많아 이더리움 가격이 올랐다가 ICO가 끝나면 ‘팔자’는 사람이 늘어나 가격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김치 프리미엄’도 빠져=국내 가상화폐 가격은 보통 국제 시세보다 10% 안팎 비싸게 거래된다. 대형 채굴업체가 없어 수요보다 공급이 달리기 때문이다. 이를 투자자들 사이에선 ‘김치 프리미엄’이라고 부른다.

올해 들어 가상화폐 대박 신화가 유통되면서 투자자들이 몰렸다. 폭증한 거래량에 거래소 서버는 먹통이 되기 일쑤였다.

이러니 국내 가격이 폭등했다. 비트코인의 경우 국내 시세가 고점(484만원)을 찍었던 5월 25일 코인데스크 기준 시세는 2476달러였다. 원화로 환산하면 281만원. 국내 가격에 70%가 넘는 프리미엄이 붙은 셈이다. 이더리움은 6월 12일 48만4000원을 기록했는데 같은 날 해외에서는 342달러(38만8000원)에 거래됐다.

그런데 지난달 21일 코인베이스가 운영하는 가상화폐 거래소 GDAX에서 300달러를 웃돌던 이더리움이 몇 초만에 10센트까지 폭락하는 ‘플래시 크래시(순간 가격 폭락)’가 벌어졌다. 증시에서 가격이 급등락할 때 거래를 잠시 중단하는 것과 같은 안전장치가 가상화폐 시장에는 없다. 버블 우려가 팽배하던 시기 발생한 사고는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신뢰를 추락시켰다.

국내에서는 지난달 말 최대 거래소인 빗썸이 해킹당했다. 무턱대고 투자하던 이들이 잇단 사고에 가상화폐 투자의 위험성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13일 오후 6시 현재 빗썸에서 비트코인은 283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같은 시각 1비트코인 국제 시세는 2406달러(273만원)였다.

이더리움은 국내에서 25만1000원에 거래 중인데 국제 시세는 211달러(24만원)다. 프리미엄이 5%에 못 미친다. ‘김치 프리미엄’ 거품이 빠지면서 국내 투자자들이 느끼는 가상화폐 가격 하락폭은 더 컸다는 얘기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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