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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엄마한테 뽀뽀하고 갔는데···" 인천 초등생 살해범 재판 '눈물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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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피해자 모친 법정 증언···주범 A양도 오열]

머니투데이

8세 여자 초등학생을 유괴 및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A양(16)이 31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인천 남동경찰서에서 인천지법으로 향하고 있다.A양은 지난 29일 오후 12시 47분께 인천 연수구 동춘동의 한 공원에서 초등학교 2학년생인 B양(8)을 꾀어 유인한 뒤 공원 인근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가 살해하고 훼손한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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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학교 다녀올께. 쪽~"

지난 3월29일 인천 연수구 동춘동에서 A양(16·구속기소)에게 살해된 8살 소녀가 이날 오전 학교에 가면서 엄마에게 한 마지막 인사말이다. 엄마 볼에 귀여운 뽀뽀까지 남기고 나간 소녀는 끝내 엄마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12일 오후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허준서) 심리로 열린 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 주범 A양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피해자 모친 B씨는 “내 아이는 그렇게 가선 안 되는 아이였다”며 피해자의 마지막 모습을 이 같이 회상했다.

B씨는 최근 A양 재판에서 변호사가 "A양은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죄를 저질렀으며 계획된 것이 아니다"며 A양의 형량을 줄이려 하자 이에 항변하기 위해 법정을 찾았다.

B씨는 “우리 아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피고인(A양)이 알았으면 해 법정에 나왔다”며 “A양에게 정당한 벌이 내려지길 원한다”고 말했다.

B씨가 증언하는 30분 동안 법정은 흐느끼는 방청객들로 눈물바다가 됐다. 피고인 A양도 B씨의 증언을 들으며 한때 오열했다.

다음은 피해자 모친 B씨의 법정 증언 전문

"막내가 학교에선 적응을 잘 못했어요. 1학년 때 조퇴를 많이 했어요. 학교 가기 싫다고 2학년 초에도 그랬습니다. 친구가 생기면서 그런 게 사라졌어요. (사건이 났던) 그날 아침엔 깨우기도 전에 일어나서 옷 다 입고 즐겁게 웃으면서 학교 다녀오겠다고 했어요. (아이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니까 엄마한테 뽀뽀해주고….

아이한테 스마트폰이 별로 좋지 않다고 해서 최대한 (휴대전화를 사주는) 시기를 늦추고 있었어요. 학교에서 나올 때 친구들에게 빌려서 (제게) 전화를 자주 했습니다. 공원에서 놀 때는 근처에 아이 데리고 있는 아주머니한테 전화를 빌리라고 제가 가르쳤어요. 집으로 전화를 꼭 하라고.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

(아이가 없어져서) 경찰에 실종신고 할 때도 '애가 돌아오면 부끄럽겠다' 생각하면서 신고했어요. 그냥 누구네 집에서 한잠 자고 있는 게 아닐까.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를)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CCTV에 (아이가 김양의) 아파트로 올라가는 장면만 보이고 내려오는 장면은 없어요. 계속 경찰들과 지켜봤는데 어느 순간 경찰들이 갑자기 조용해졌어요. 아무도 말을 안 해주는데 신랑(남편)이 울면서 어떡하냐며…. 우리 아이가 안 온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어요.

아이 얼굴이 그럴 줄은 몰랐어요. (경찰이) '얼굴은 남았다' '괜찮다'고 해서 가족과 보러 갔는데. 얼굴이 그럴 줄 몰랐어요. 눈도 못 감고, 얼굴의 반이 검붉은 시반으로…. 예쁜 옷 입히고 싶었는데 그럴 상태가 아니어서 옷을 조각조각 잘라서 입혔어요. 그 예쁜 애가. 누구나 같이 따라 웃게 만들던 그런 애가 그런 모습으로 있는 게 마지막이었어요. 어른들은 (아이가) 죽으면 가슴에 묻는 거라고 하는데 그렇게 보낼 수가 없어서 수목장을 했습니다.

막내는 모든 사람을 사랑했어요. 아빠는 세상에서 제일 멋있고, 힘세고 뭐든지 다 해주는 사람이고 아빠가 있으면 하나도 무서운 게 없다고. 온 가족에게 걔는 정말 소중한 존재였습니다. (같은 아파트에 살던) 할아버지, 할머니도 수시로 전화하시고 그랬어요.

지금 심리 상담을 온 가족이 받고 있어요. 저랑 남편은 약을 먹으라고 그러시더라고요. 그런데 겁이 났어요. 그 약을 손에 쥐게 됐을 때 내가 어떻게 할지. 막내가 혼자서 나를 기다리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들면 내가 어떤 행동을 하게 될지 겁나서 약을 먹지 못했습니다.

잠도 잘 수 없고 숨도 쉴 수가 없어서 도망치듯 이사했습니다. 그곳만 벗어나면 숨을 좀 쉴 수 있을 것 같아서.

가해자가 언젠가 세상에 나왔을 때 우리 아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자기가 얼마나 잘못된 짓을 했는지 제대로 벌 받아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누군가 이렇게 또 나쁜 생각이 드는 사람이 있다면 이 일을 보고, 듣고 하면서 나쁜 짓 하면 안 된다는 걸 알 수 있게 정당한 벌이 내려지길 원합니다. 내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바르고 착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곳이 되기를 원합니다. 내 아이는 그렇게 가서는 안 되는 아이였어요."

이상배 기자 ppark14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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