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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5 (수)

대법관 후보자들 입 모아 “양심적 병역거부 대법 유죄판결 재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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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청문회 통해 입장 밝혀…임명 뒤 새 판례 나올지 주목

경향신문

조재연(왼쪽), 박정화


조만간 정식 임명될 신임 대법관 후보자들이 모두 대법원의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유죄 판례에 대해 “재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급심에서 잇따라 무죄 선고가 남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13년 전 내린 유죄판결을 근거로 상급심에서 계속 유죄로 바뀌고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인권단체 등에서는 대법원이 전원합의체를 열어 이 문제에 대한 새로운 판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재연 대법관 후보자(61)는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서에서 “현재 남북 대치상황에서 병역의무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는 없으나, 이미 우리 사회에 공익근무요원 제도와 같은 대체복무 제도가 마련돼 있다는 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을 통해 우리 사회가 감당하기 어려운 혼란이 초래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입법적으로 해결함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나, 법원으로서도 이제는 해석론으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할지 여부에 관해 좀 더 전향적으로 고민해 볼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6월 기준으로 1·2심에서 종교적 이유 등으로 인한 병역거부에 대한 무죄 판결은 총 34건이 내려졌다. 특히 올해 들어 17건의 무죄 판결이 집중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2004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근거로 종교적 이유의 양심적 병역거부를 계속 유죄라고 판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정화 대법관 후보자(52)는 “최근 대법원의 유죄 판결과 달리 하급심에서는 무죄를 선고하는 사례가 많아, 최고법원인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혼란을 종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장과 대법관 전원이 함께 심리하는 전원합의체는 기존 판례를 변경하거나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안을 다룬다.

조 후보자와 박 후보자는 헌법이 보장한 양심의 자유나 종교의 자유를 근거로 그간의 유죄판결에 대한 재고를 촉구하고 있다. 조 후보자는 “헌법 제19조에서 말하는 양심의 자유라는 것은 인간으로서 존재 자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종교적 신념도 양심의 일부일 수 있다”고 밝혔다. 박 후보자도 “헌법상 양심의 자유나 종교의 자유와 같은 인간의 본질에 속하는 영역과 관련된 자유권은 폭넓게 인정돼야 하고, 그 제한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며 “양심의 자유와 병역 의무의 충돌을 조화롭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조건과 심사를 통한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달 27일 국방부에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도 도입을 권고했다.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지난 6일 전체회의를 열고 조 후보자와 박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심사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따라서 이들은 조만간 대법관으로 정식 임명될 예정이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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